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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아들 May 21. 2017

작품을 도둑맞아 행복했던 순간

보험회사는 엄마의 진가를 알고 보상했을 것이다.  

현존하는 작가 데미안 허스트 '신의 사랑을 위하여' 현대미술 최고가 낙찰
- 작품가 1,000억 -
알고 보면 허스트가 투자한 투자회사에서 구입..
데미안 허스트 <신의 사랑을 위하여>


자신의 작품 값어치를 스스로, 그것도 터무늬 없이 높게 만든 데미안 허스트의 기사를 보며 배가 아파서 사기꾼이네 해야 할지 그의 능력을 감탄하며 대단한 작가이자 사업가네 해야 할지 모르겠다. 

만약 내가 능력이 된다면 엄마 작품을 겁나게 비싸게 구입하고 작품 활동을 유지하도록 지원할 수 있을까? 

아니다.

나 먹고살기 바쁠 것이다. 오히려 지금 나 먹고살기 막막해서 엄마를 어떻게든 이용해 보려는 내가 아닌가. 


그렇다면 엄마 작품의 값어치는 무엇일까?

아니 단순하게 얼마일까. 

수요는 있을까?


순수미술이라며 국내외에서 꽤 많은 전시와 활동을 했지만 늘어난 건 이력서 몇 줄 줄어든 건 통장의 잔고다

+가족의 파탄

이런 그녀의 작품성을 높게 평가해주고 컬랙터로 나선 사람은 없다. 아직까진. 

또한 상업 갤러리에서 작품 판매를 목적으로 체계적인 데이터를 이용하여 컬랙터의 성향과 구입 가격 지지선을 고려하여 가격을 측정해 본적도 의논해 본 적도 없다. 


그런 엄마가 13년 전 캐나다 리치몬드 시립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할 때
작품을 도둑맞았다

리치몬드 전시 외관 모습

그리고 날아온 공식 사과 편지

“불행하게도 미술관의 보안 허술로 작품 일부가 도난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해당 작품의 정보와 판매 가격을 작성하여 보내 주시면
미술관의 보험으로 처리하여 체크를 보내드리겠습니다.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엄마와 나는 그날 저녁 밴쿠버의 작은 부엌에서 회의를 시작했다. 

당시 내 나이 열아홉 - 보험료 받으면 내 나이키 신발 하나 살 수 있겠다 생각했다. 

새신은 역시 흰색이다


도난된 작품은 태아(1999)라는 작품의 일부로 10cm *10cm * 20cm의 조그만 작품 1,000개 이상의 개수가 모여 한 벽을 가득 매운 설치 작품이었다.

이 1,000 개의 구성중 1개를 도둑맞은 것이다. 말 안 했으면 몰랐음을 것임

컴컴한 공간의 블랙라이트 조명이 주는 신비함과 화려함에 어린 아이나 호기심 많은 학생이 벽에 있는 작품을 몰래 띠어간 것으로 결론 내렸다.



엄마가 말했다

“10만원? 100만원?

아무 생각 없이 던진 숫자에 난 생각했다. 

10만원으론 나이키 신발 못 산다. 

100만원은 너무 사기꾼 같은 숫자다. 근데 참 좋은 숫자다.


지금 이 글을 적으며 단순 계산해보니 

1개가 10만원일 경우 저 전체 작품의 발류 (10만원 * 1,000개) = 1억

1개가 100만원일 경우 전체 작품의 발류 (100만원* 1.000개) = 10억


데미안 허스트와 비교할 순 없지만 이런 세계에선 

엄마도 미친척하고 10억 짜리라며 내세우고 욕만 좀 먹으면 되지 않았을까? 


아니 앞으로 저 작품을 누군가가 10억 이상의 값어치 있는 작품으로서 작업을 인정해 주는 날이 오길 바란다. 


작품을 도둑맞고 받은 돈으로 자축을 하던 엄마와 내가 전시장 앞에서 찍은 사진 - 약 13년 전


당시 엄마가 도둑맞은 작품 가격을 두고 고민했던 흔적을 볼 수 있는 글이 있어 옮긴다.






도둑맞은 작품 가격 

작품 가격은 작가가 부르기 나름이다. 그야말로 엿장수 마음대로 인 것이다. 중요한건 엿장수는 엿을 많이 파는 반면 나는 팔아본 경험이 없다. 항상 팔고는 싶지만 전혀 팔리지를 않았다. 전략적이 지 못하다. 그러다 보니 도둑맞은 작품 가격을 정하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작품이 팔린 것이 아니기에 이런 경우 재료비만 받아야 하나, 아니면 이번 기회에 왕창 받아 나의 작품 값을 공식적으로 올려놔야 하나, 차라리 시에 기부했다는  생각으로 받지 말아야 하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느라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엿장수가 엿을 마음대로 늘이듯이 자기 마음대로 이랬다저랬다 하는 모양새를 비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당시 내가 다니고 있던 어학수업에서 나의 상황을 얘기하며 의견을 들어 보았다. 작품 값은 당연히 받아야 하며 작품이 도난당한 것과 팔린 것이 뭐가 다르냐는 것이다.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고 하니 “왜  예술가들이 가난하냐”며 나의 사고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그 작품을 만드는데 들어간 재료와 시간이 얼마나 걸렸는지 내 노동 값이 얼마인지 계산을 해보라는 것이다. 당시 내가 생각지 못한 서양인들의 사고이다. 

그렇게 계산하면 나(아들)은 나이키 신발 못산다. 


그 후 더욱 고민에 빠졌다. 여러 뭉치를 같이 써야 하는 기본 재료에서 작품이 하나만 나오는 게 아니니 전체 재료 값에서 작품 수를 나눠야 하는 게 좋은지 아니면 전체 재료 값으로 해야 하는지, 또한 기계를 거쳐야 작업할 수 있는 재료가 만들어지니 기계 사용료로는  얼마로 계산을 해야 하며, 나의 노동 값은  얼마를 받아야 하는지, 게다가 제일 중요한 창조적인 나의 아이디어 값은 얼마가  적당한지, 점점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유학파 작가가 학교 교과 과정에 작품 값 산출 방법을 배운다고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어떻게 산출해 내는지 궁금한 게 한 둘이 아니 였다. 


8년 전 한국에서 작가가 만드는 생활용품을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행사가 있어 참가하게 되었다. 나는 상표가 찍혀있고 공장에서 나온 크리넥스 휴지의 종이 박스 대신 나의 작품으로 휴지를 뽑아 쓸 수 있도록 새로 디자인하고 만들어 30개를 제출했다. 

손으로 작업하고 꿰매고 많은 노동이 들어가는 작품이지만 백화점에서는 단순한 상품으로 보았고 소비자 가격을 8만원에서 10만원 사이로 측정했다. 백화점이 50%의 이윤을 가져가기에 1 작품(상품) 판매 시 나에게는 4만원의 돌아오기로 되어있었다. 

<엄마가 말하는 8년 전이 언제부터 8년 전인지 알 수 없음>


행사 도중에 주최측 으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몇몇 주부가 너무나도 사고 싶어 몇 번을 와서 만지작 거리다가 비싸서 못 사고 간다며 아쉬워했다는 것이다. 나도 그 얘기를 들으니 가슴이 찡해지며 내가 있었으면 그냥이라도 주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전화 통화하던 직원이 가격을 낮추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사실 그 비닐 같은 재료값이 얼마나 들겠어요"라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가격 조정은 절대 못하겠다고 말하고 작품인지 상품인지는 하나도 안 팔려도 좋다고 했다. 결국 말 그대로 30개 그대로 하나도 안 팔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후 그런 행사에는 한 번도 초대되어지지 않았다.

다른 작가들은 싸인만 들어가도 값어치가 올라가던데..


재료 값이 비싼 보석이나 금속을 다루는 작품과 달리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재료를 다루는 작품이라고 노동의 값어치나 아이디어의 값이 저렴해야 한다는 건 나에게 맞지 않는다. 

나는 투명한 입체 작업을 한다. 금이나 백금으로 투명한 작품을 할 수는 없다.  

투명성을 강조하기 위하여 폴리에스텔이라는 재료와 형광 섬유를 접목하였고 여기에 블랙라이트를  쓴지도 30년이 넘었다.  그 당시 많은 사람들로부터 받은 비웃음은  아직도 나는 기억을 한다. 그런 비웃음을 받는 작품이 팔릴 리가 있었겠는가. 시간이 약이라 했던가. 

다행히도 지금은 똑같은 작품이긴 하지만 "재미있다, 획기적이다, 요즘 세태에 맞는다, 작품이 괜찮다" 하며 조금 찾아주고 관심을 가져 주는 거 같다.

블랙라이트 쓴지가 30년째


작품을 도둑맞은 갤러리는 시의 공공 갤러리로 한 트럭이 넘는 나의 작품을 한국에서 캐나다로 오는 운송비를 비롯하여 모든 전시 비용을 지원하고 나의 여행경비와 작가비를 지원해 주었다. 그렇게 감사한 갤러리에서 도난당한 작품 가격을 측정하고 청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나는 작품 가격을 팔아본 경력도 없고 해서 마음대로 마음껏 부를 수가 없었다.  사실은 내 마음대로 얼마를 불러도 누가 뭐라고는 말할 수 없는 일이지만 말이다


막상 도난당한 작품의 수표를 받고 보니 그 액수에 “0”을 하나 더 붙여도 되는 건데 하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는 내 작품 가격이 “0”이 하나 둘이 더 붙는 게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세계 유명 뮤지움에 소장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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