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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텔 Mar 15. 2024

’-린이‘ 를 그만 보고 싶다

어린이는 단지 나이가 어릴 뿐

클라이밍을 취미로 하면서 sns알고리즘에 관련 영상이 심심찮게 뜬다. 멋진 영상도 많고 아찔해서 조마조마한 영상도 많다. 나도 저렇게 하려면 얼마나 더 노력해야 할까 동기부여도 되기 때문에 ‘좋아요’를 열심히 누르면서 내 타임라인에 더 자주 뜨도록 만든다.


다만 이 멋진 영상들이 순식간에 하찮아지는 마법의 단어가 있는데 바로 ‘클린이’다.

누가, 언제부터, 어떻게 유행하기 시작했는지 모를 이 유해하고 혐오적인 표현을 나는 몹시 혐오한다.

무엇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거나 무엇에 서툰 모양새를 지칭하는 단어가 없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 제일 보편적인 표현으로는 ‘초보’가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단지 간편하고 재밌다는 이유로 ‘-린이’를 즐겨 쓴다. 문제점을 인식하고도 쓰고 있다면 정말 문제고 몰라서 쓰고 있다면 그에 대해 좀 찾아보려는 노력이라도 해보면 좋겠다. 어린이가 왜 무엇에 서툰 사람의 빗대어져야 하는가. 어린이는 나이가 어린 사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말은 사람을 담는 그릇이라고 누가 말했던가. 이 문장이 요즘처럼 사무친 적이 또 있나 싶다. 동시에 내 언어습관도 톺아보게 된다. 단지 내가 즐겁고 편하다는 이유로 대상화해선 안 될 것들을 대상화한 적이 한순간이라도 있었던가. 없을 리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장담할 순 없겠다. 다만 해서는 안 될 언행임을 지적받았을 때 혹은 깨달았을 때, 그에 대해 부끄러워하는 사람이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나아가는 인간이고 싶지 퇴보하는 인간이고 싶지 않다.


혐오표현을 혐오한다. 인종 성별 국적 나이 계급을 불문하고 모든 혐오를 세계에서 삭제해 버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이다.


*발화하는 사람이 천박해 보이는 혐오표현*

(이런 단어를 쓰는 이와는 길게 말을 섞고 싶지 않고 친해지고 싶지 않다.)


- 확찐자 : COVID19 발병 당시 바깥 활동이 줄어들어 체중이 갑자기 확 늘어난 이들이 쓰던 자조적인 표현.

그러나 이 표현은 실제로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을 기만하고 혐오하는 단어인 동시에 병마와 싸우는 이들을 더 크게 절망케 한다.

- 확대범 :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들 사이에서 많이 쓰고 있고 유기되어 삐쩍 곯은 생명을 거둬 잘 먹여서 포동포동 살 찌운 행위를 표현한다. 의심할 여지없이 좋은 일을 해놓고도 이 표현을 써버리면서 그에 대한 이미지가 150% 정도 깎여버린다.

- 짱깨 : 중국인을 비하한다.

- 쪽바리 : 일본인을 비하한다.

- 헬창 : 헬스 창 x의 줄임말인데 창 x의 어원을 떠올려보자. 그럼에도 거리낌 없이 이 표현을 쓸 수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나와 친구가 될 수 없겠다.

- 맘충 : 사람을 왜 벌레에 비유하나요?

- 딸배 : 배달 기사들을 비하한다.

- 흑형 : 피부색이 어두운 사람들을 비하한다.

(흑인이라는 표현도 지양해야 할 마당에...)

- ’-밍아웃‘ : 성소수자의 언어를 빼앗는 행위. 커밍아웃은 명백히 성소수자의 언어고 이를 훼손하는 무수한 표현들은 그렇잖아도 배척받고 가려진 성소수자를 더욱 위축되게 하며 동시에 이들을 기만한다.

- 다홍치마 :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것은 한자숙어 '동가홍상(同價紅裳)'에서 유래한 말이다. '홍상(紅裳)'은 다홍치마인데 처녀를 의미하는 말이고 청상(靑裳)은 푸른 치마인데 기생이나 '청상(靑孀) 과부'를 의미하는 말이다. 그러니까 이 말의 원래 뜻은 '같은 값이면 과부나 유부녀나 기생이 아닌 처녀가 좋다'는 뜻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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