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긍정하기의 허망함
주말에 연극을 관람했다. 작은 소극장에서 펼쳐진 '덩어리들'이라는 제목의 연극이었다.
다이어트에 관한 내용이었는가
혹은 바디 포지티브라고도 불리는 그것
건강한 몸과 그렇지 않은 몸의 구분, 그걸 구분 짓는 너와 나의 잣대
몸에 관한, 몸을 보는 시각
내가 보는 나의 몸, 내가 보는 남의 몸, 남이 보는 나의 몸
살덩어리, 지방덩어리 갖가지 덩어리들
마음에 들거나 안 들거나 어쨌건 나와 함께 가야 하는 나의 껍데기에 대한 내용이었는가
1. 내 몸을 혐오하는 건 너무나 쉽고 간단하다. 거울 한 번만 보면 된다.
아니다. 거울까지 갈 필요도 없다.
손으로 내 몸을 슥 훑어보기만 해도 손쉽게 난도질을 할 수 있다.
얼굴, 목, 겨드랑이, 팔뚝과 손목, 손가락을 지나 복부와 허벅지, 엉덩이, 복사뼈 그리고 발등까지.
구석구석 혐오하지 않을 구석이 단 한 군데도 없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라고 반박하고 싶은가.
너만 그런 거라고, 따지고 싶은가.
그럴 수도 있겠지
그렇다고 해서 내 몸을 온전히 긍정할 수 있는 사람은 또 얼마나 될 것인가.
이에 대한 대답을 누가 할 수 있을까.
여자는 여자라서 아름다운 외모와 고운 선과 가녀린 몸매를 지녀야 하고
남자는 남자라서 아름다운 외모와 거칠면서도 듬직한 느낌을 주는 몸매를 지녀야 한다
마치 정설처럼, 단 하나의 진리처럼 박제되어 버린 위와 같은 명제를 단 한 번도, 단 한순간도, 찰나조차 참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는 사람이 있다면 나와서 당당히 반박하면 된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라고.
2. 뚱뚱한 것은 죄악이고 자기 관리의 실패에 불과하고
피골이 상접하도록 마른 것은 먹는 것을 소홀히 하며 지나친 자기 관리의 실패에 불과하다
보기 좋게 탄탄하고 건강해보이는,
균형잡힌,
너무 뚱뚱하지도, 마르지도 않은
매력적이고 멋진 몸
이처럼 절대로 도달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르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가
바디 포지티브는 어쩌면 네거티브만큼이나 의미 없는 허공의 메아리가 아닐는지
무조건적으로 긍정할 수도 없지만 한없이 깎아내리기만 해서도 안 되는, 흑백논리로는 아무것도, 아무것도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아닌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적당히 싸우고 그저 그런 화해를 하면서 같이 살고 있는, 별로 안 친한 룸메이트를 대하듯 데면데면 지내는 것이 유일한 방법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