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의 지배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은 기술의 산물이다. 아침에 눈을 떠 가장 먼저 스마트폰으로 날씨와 뉴스를 확인하고, 직장에 출근하여 PC를 켜고 이메일을 확인한다. 인공지능이 나의 관심사를 분석하여 관심 있을 만한 주제의 뉴스들을 보여주고, 쇼핑몰에서는 최근 구매목록을 바탕으로 물건을 추천해준다. 이전에 비해 나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어떤 것이 예쁜지 고민하는데 쓰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기술자들 혹은 스타트업 대표들은 이러한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삶을 더 행복하게 해줄 것이라고 홍보한다. 그러나 현대인들의 삶은 정말 더 행복해졌을까.
저자는 <호모데우스>를 통해 기술의 무한한 발전이 가져올 디스토피아-혹자에게는 유토피아로 보일지 모르는-를 보여준다. 인공지능은 기계학습과 딥러닝을 통해 점점 발전해 나가고 있으며, 앞으로는 감정으로 인해 일을 그르칠 수 있는 모든 분야의 일을 대체하기 위한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인공지능이 정말 인간이 하는 일을 대체하게 된다면 일이 더 효율적일까? 이 질문은 산업혁명 당시 인간의 손을 대체한 공장기계, 말을 대체한 자동차를 떠올린다면 금세 답이 나올 것이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혼란은 어떻게 할 것인가? 정부는 앞으로 과학기술정책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정책을 수립할 때 이에 대한 답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인공지능의 본격적인 도입이 야기할 수 있는 혼란은 크게 두가지 방향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인공지능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게 된 사람들에 의한 혼란이다. 2013년 옥스퍼드 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당시 미국에 존재하는 47%의 직업이 인공지능에 밀려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프로그래머, 가상세계 설계사 등 인공지능을 조금 더 이해하고 있는 직업군 역시 사정이 조금 나을 뿐, 이 역시 곧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는 직업군에 속한다고 한다. 아직 인공지능으로 대체된 직업군이 콜센터 등 일부에 불과한 현재에도 실업 문제가 심각한데 머지않은 미래에 발생할 혼란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그 이상일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의 민주당 경선 후보였던 앤드류 양은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과 같은 기업에게서 ‘데이터세’를 징수하여 인공지능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게 될 모든 국민들에게 일정 금액의 소득을 지급하자고 주장하여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었다. 우리나라는 ICT 분야의 경쟁력이 세계 최상위 수준으로 인공지능 분야도 우리나라가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분야로 선정하고, 이에 대한 정부의 투자도 점점 늘려가는 추세이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은 청사진만을 고려할 뿐 인공지능의 발전이 가져올 부작용에 대한 고려는 전무한 상황이므로 미래의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생각한다.
장기적으로는 말그대로 인공지능의 ‘지배’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종종 SF영화의 소재로 사용되었듯 인공지능은 방대한 정보를 처리하여 스스로 학습하면서 ‘성장’한다. 현재는 코딩된 프로그램에 따라 계산하여 결과값을 내놓고 있지만 인간의 콘트롤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성장’할 경우, 인간을 오히려 지배하는 상황이 반드시 영화적 상상력에 국한되는 일은 아닐 것이다. 저자는 인공지능 또는 안드로이드가 인간이 전원을 꺼버릴 상황이 두려워 인간을 멸망시키는 상황이 발생할지 모른다 하였지만 내 생각에는 ‘두려움’이라는 감정적 판단보다는 인간의 개입이 효율성을 낮출 가능성 때문에 인간에 대한 ‘지배’를 시도할 것 같다. 인공지능의 ‘지배’가 상정된 미래라면 인간은 어떤 방법으로 대비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다만, 본 도서가 2015년에 쓰여진 것을 고려하면 당시 저자가 분석한 기술과 현재의 기술이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기술적으로는 많은 발전이 있었겠지만 현실 사회에서 이를 도입하느냐의 문제는 사회마다 갖고 있는 수용성에 따라 차이가 발생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분야에서 인공지능을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경제적 논리, 정치적 논리에 의해 매우 적은 분야에서만 이를 도입하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아직은 고민할 시간이 남아있고, 이 남은 시간이 인류에게 남은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 고민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 정보의 공유
2014년부터 ‘사물인터넷’이라는 용어가 소개되면서부터 ‘연결성’에 대한 관심이 생겨난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소개된 사물인터넷은 주변의 모든 전자기기가 연결되어 각각이 학습한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미리 판단하여 해결해 줌으로써 편의성이 극대화된 미래의 모습이었다. 단, 이러한 편리한 미래는 한가지 대가를 담보로 하였다. 바로 사용자가 본인이 갖고 있는 모든 정보를 제공할 것.
개인정보만으로 취득 및 수행 가능한 일들이 많아지면서 현대사회에서 개인정보의 중요성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온라인쇼핑몰, 통신업체 등에서 유출된 개인정보로 인해 정보가 도용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인증방법도 점점 복잡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저자가 제시한 데이터교의 존재는 무척 흥미롭다. 데이터교는 정보의 무조건적 개방과 연계, 흐름을 주장한다. 정보가 많아야 인간은 자신에 대해 잘 알 수 있고, 다양한 정보들의 결합으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사회가 풍요로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2~3년 전부터 경찰들에게 스마트안경을 지급하고, 지명수배범 등 범죄자 수사에 활용하고 있으며, 안면인식기술을 활용하여 사람들의 불법행위를 단속하고 있다. 스마트안경과 CCTV에는 전 국민의 얼굴 정보와 개인정보가 모두 저장되어 있어 얼굴을 보기만 해도 범죄자를 색출할 수 있으며, 운전 중 흡연, 무단횡단 등의 단순 불법행위도 잡아낸다. 다른 나라에서는 사생활 침해 및 잠재적 범죄자 취급 등의 이유로 반대의 목소리가 높겠지만 중국에서는 얼굴 정보 등을 제공하지 않으면 알리페이 등의 간편결제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등 강압적인 방법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국민들 역시 사회안전 보장에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관대한 편이다. 그렇다면 데이터교의 입장에서 봤을 때 (정치 분야를 제외한) 정보에 대한 규제가 적은 중국이 유토피아에 가장 가까운 나라일까?
데이터교는 인간의 가치를 정보 쪼가리로 보고, 많은 정보들이 모여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어야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낙관적으로 생각하면 확보한 정보 내에서 최대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면 사회는 경제적으로 부유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경제적으로 부유해진 사회에서 인간은 어떤 의미를 갖고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또한, 의사결정을 하는 주체가 복수일 경우, 해당 주체들이 경쟁 관계일 경우 데이터가 선정하는 합리적 의사는 평화와 전쟁 중 어떤 방향일까? 이러한 결정들마저 알고리즘에 맡겨야 하는 미래가 데이터교가 추종하는 방향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의료, 금융, 생활 서비스의 고도화 등을 이유로 개인정보의 활용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직은 우려하는 여론이 많아 반쪽짜리 데이터 3법이 겨우 통과하였고, 그나마도 아직 시행령이 발효되지 못한 상황이다. 그러나 해외에서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 진단, 로봇 약사 등이 각광을 받고 있어 우리나라 업계 및 정부에서도 조바심을 내고 있다. 현재 코로나19를 계기로 도서지역의 원격의료 시범사업이 시작되면서 의료정보 활용에 대한 시동이 걸리는 모양새다.
현대사회든 데이터교가 꿈꾸는 미래사회든 정보는 의사결정을 위한 중요한 수단이고, 가치는 무한하다. 그렇다면 정보는 안전하고, 공평하게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데이터 관련 기술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리 주체와 관리 방법일 것이다. 관리 방법은 기술의 발전에 따라 계속해서 변하는 것이므로 정부가 통제하기 어렵지만, 관리 주체가 본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정보를 활용·변형시키는 것은 엄격하게 규제해야 사람들이 안심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데이터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이 시점에서 정부의 역할은 최대한 중립적인 관리 주체로서, 혹은 관리 주체를 선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