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러가 어쨌든
이 글의 에필로그로 처음부터 점찍어 둔 것이 있다.
해외 낯선 도시에서의 로드트립이다.
얼마나 좋을까? 버스시간, 기차시간에 맞춰 뛰지 않아도 되고, 멋진 풍경이 나타나면 잠시 차를 세우고 언제까지고 머물 수 있는 여행이란!
<굴러가 어쨌든>을 쓰기 시작한 것이 2019년 5월이었다. 그땐 돈과 시간이 있어야만 해외 여행을 다닐 수 있는 시대였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유행하고 있는 지금은 그 두가지가 넘쳐흘러도 맘대로 여행을 떠날 수 없다. 이러다간 해외여행, 배낭여행, 세계일주 같은 게 희귀한 일이 되버리는 건 아닐까. 해외 여행을 가려면 온갖 바이러스 검사 증명서를 내야만 출국할 수 있는 거 아냐? 만약에 해외에서 어떤 바이러스에 걸리면 그길로 영영 돌아오지 못하고 난민이 되버리는 세상이 오진 않으려나. 별별 상상을 해본다.
이 글의 소재인 '공유차'에 대한 인식도 전과는 달라진 듯 하다. 운전 연수 이후 줄곧 공유차로 운전을 해온 사람으로서, 지난 1년을 돌이켜보면 공유라는 개념에 대한 대중의 시선이 참 많이 바뀌었다. 단 1년 전만해도 공유차는 물론 공유라는 개념은 현대 시대에 가장 알맞고 지혜로운 라이프 스타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지금은 무엇이든 공유하는 것 자체를 꺼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현재로선 공유차 업계에 큰 영향이 없다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더 심해진다면, 앞으로도 이 정도 임팩트의 바이러스 유행이 더 자주 일어난다면 그 미래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부디 언젠가는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대하면서, 지난달 국제 운전면허증을 발급 받았다(?) 에필로그로 꿈꿨던 해외 로드트립을 갈 수 있기를 기원하는 일종의 부적이랄까.
국제운전면허증은 가까운 경찰서나 도로교통공단 운전면허시험장, 인천공항 등에서 발급 받을 수 있다. 올해 2월부터는 인터넷으로 신청해 우편으로도 받을 수 있다. 도로교통공단 홈페이지의 국제면허증 발급 페이지(www.safedriving.or.kr/guide/larGuide051.do?menuCode=MN-PO-1215)에서 서류를 작성하고 사진을 업로드하면 된다. 비용은 1만2,300원, 수령하기까지는 2~3일 정도 걸린다. 유효기간은 1년이다.
국제운전면허증은 어디어디에서 쓸 수 있나. 목록을 살펴보니 꽤 많은 나라에서 운전이 가능하다. 뉴질랜드, 아이슬란드, 라오스, 파푸아뉴기니, 도미니카 공화국, 쿠바, 조지아, 핀란드, 가나, 마다가스카르 심지어 교황청에서도 운전을 할 수 있단다. 이 낯선 나라들의 이름을 가만히 소리내 읽어본다. 과연 나는 이번 생에 이 가운데 몇 곳이나 가볼 수 있을까.
인연이 있다면 언젠가는 닿을 수 있겠죠?
그 때까지 모두들 부디 안녕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