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공장이 제안하는 무기력 체크 리스트
-요즘 재미있는 것이 없다. ( v )
-뭔가를 성취해 본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 v )
-체력은 떨어지고 몸무게는 늘고 있다. ( v )
-누가 안 시키면 손도 까딱하기 귀찮다. ( v )
-‘나 이렇게 살아도 되나?’라는 생각이 든다. ( v )
위의 체크리스트에서 세 개 이상 해당되는 사람, 손️ 장기화되는 코로나 시국에, 부모보다 가난한 최초의 세대로 등극한 2030이 주식과 코인을 향해 달려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갈수록 낮아지는 미래에 대한 기대 속 지푸라기 잡듯 이들이 붙잡은 것은 바로 ‘리추얼’. 과연 어떻게 무기력을 극복할 수 있을까 궁금하다면 여기 주목!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닌데 새벽에 일어나 달리기를 하고 글을 쓴다고?!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게 등굣길, 출근길 눈꺼풀이다. ‘5분 뒤 다시 알림’을 누르고 이불을 돌돌 만 경험은 누구나 갖고 있을 법한 평범한 일. 그런데 요즘 새벽 4시 반, 5시에 일어나 글쓰기를 하거나 눈곱만 떼고 달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한 가지 행위를 반복하는 사람들, 이들은 리추얼 메이커라고 불린다. 리추얼은 무엇이고 왜 2030은 리추얼 만들기에 열광하는 것일까?
리추얼 - Ritual은 원래 종교상의 의식 절차나, 의례를 뜻하는 단어로 우리의 일상에 등장한 지 오래되지 않았다. 항상 같은 시간이나 시즌에 규칙적으로 이루어지는 리추얼은 그 행위에 대한 의미부여가 핵심인데 이것이 오늘날 ‘나’에 집중하는 의식으로 자리잡은 것은 메이슨 커리의 ‘리추얼’이라는 책이 주목받은 이후이다. ‘세상의 방해로부터 나를 지키는 혼자만의 의식’으로 새롭게 정의된 리추얼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팬데믹 시대에 일상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그런데, 리추얼 = 루틴? 습관?
“뭐가 다른 거죠?”
의식하지 못하고 단순히 행하는 습관과는 다르게 과정에서 끊임없이 질문하고 의미를 찾는 리추얼은 그 뚜렷한 목적성이 차별화된다. 그냥이 아니라, ‘글을 쓰기 위한 체력을 지키고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달리는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나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면’이라는 가정으로 중요한 순간 결단을 내렸던 스티브 잡스처럼 저마다의 리추얼은 그 의미가 있다. 지속하는 리추얼을 추구한 무라카미 하루키와 세상에 휩쓸리지 않게 해주는 리추얼을 지향한 스티브 잡스가 밀레니얼의 롤모델이 된 것도 단순히 돈을 많이 벌어서가 아니라 의미를 찾는 과정을 통해 그들만의 색깔 있는 커리어를 완성해서가 아닐까?
리추얼? 장르 제한 없음
여기까지 보면 리추얼, 뭔가 어려울 것 같다. 그다지 부지런 하지도 열정이 넘치지도 않은 이들에게는 시작부터 막막한 글쓰기나 목구멍에서 피맛이 올라오는 러닝은 장벽이 있어 보인다. 리추얼 메이커들은 어떻게 시작해서 생활의 활력을 얻고 인플루언서가 된 걸까? 비밀은 바로 ‘좋아하는 것, 관심 있는 것’에 있다. 퇴근 후 술 한 잔 하면서 독서를 하던 것이 낙이었던 책바 대표 정인성은 하루를 마무리하는 그의 리추얼을 ‘책바’라는 비즈니스로 연결했고, 여행이 좋아서 기록했던 무과수는 인스타그램에 4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지닌 작가가 되었다. 억지로 남들이 하니까 따라한 것이 아니라 즐길 수 있고 계속할 수 있는 부분을 스스로 파악한 것이 유효했다.
“혼자는 너무 힘들지 않아요? 우리 함께해요!”를 외치는 사람들
당연히 꾸준히 하는 것은 무엇이든 쉽지 않다. 그래서 이들은 함께 할 사람들을 모집한다. 책바처럼 책+술 조합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아지트를 만들기도 하고, 유튜브 인증 챌린지나 인스타그램 아카이브를 활용하기도 한다. 이에 정점을 찍은 형태가 ‘밑미’라는 자아성장 큐레이션 플랫폼이다. 2020년 7월에 출시 이후 1주년을 맞이하기도 전에 이미 누적 매출 1억을 찍은 밑미. 월 7만 원 신종 구독 경제 모델을 도입하여 온라인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밑미는 명상, 요가, 글쓰기, 달리기 등 리더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다달이 오픈한다. 책바 대표가 트렌드의 척도인 유퀴즈에 출연하고 밑미가 이토록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왜 리추얼이 지금 주목받는가?
돈과 공간이 한정적인 2030에게 평등한 자원은 바로 시간!
코로나가 터지고 개인 공간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사람들은 셀프 인테리어, 반려식물, 빈티지 가구 수집에 빠져들었지만, 점점 돈과 공간이 부족해지고 생활의 리듬이 무너지면서 롱런할 수 있는 방식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외부의 규칙이 붕괴되고 개인의 일상과 시간은 자유도가 높아지면서 어떻게 자기 관리를 하느냐에 따라 격차가 벌어진다는 것을 뼈저리게 체감한 것이다. 얼리 어답터들은 미라클 모닝, 감사노트를 누구보다 먼저 실천하면서 이러한 리추얼이 개인 브랜딩이 되고 콘텐츠가 생기는 경험을 했다. 타고난 금수저들을 보며 다수가 좌절하는 시대지만, 개인이 운영하고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꾸준함이 스펙을 이기는 세상’ 역시 우리는 목격하게 되었다. ‘좀 괜찮은 사람’으로서 소소한 성취감을 느끼기에 리추얼은 더없이 좋은 출발점이 되어준다.
브랜딩에도 리추얼!
또한 리추얼은 개인의 차원을 너머 브랜딩에도 훌륭한 요소가 될 수 있다. 마케터들이 리추얼을 브랜드에 적용한 사례는 사실 꽤 오래전부터 찾아볼 수 있었다. 오레오를 비틀어서 안에 크림을 핥아 우유에 찍어 먹고 ‘일요일엔 내가 짜파게티 요리사’를 외치며 유년시절을 보냈다면 이미 당신은 무의식 중에 브랜드의 리추얼을 성실히 실천해 온 1인이다. 미네소타대 칼슨 스쿨과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소비자 제품 경험 공동 연구에서 흥미로운 결과를 제시했는데, 리추얼과 제품을 같이 제안받은 그룹에서 해당 초콜릿을 더 맛있게 느꼈고 2배를 지불할 의향을 밝혔다는 것. 사람들이 브랜드를 선택 때 제품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소비하는 시대이기에 리추얼이 브랜드 충성도나 인지도 면에서 더 좋은 효과를 낳지 않을까 추측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밀레니얼 세대의 셀프 브랜딩 욕구와 브랜드의 강력한 제품 경험, 이들과 관련하여 리추얼은 주목받는 방법론이다. 이전에는 혼자서 자신과의 싸움을 펼쳤다면 이제는 대놓고 언제, 무엇을, 왜 하는지 공유하는 시대가 되었다. 새로운 경험, 셀프케어에 열광하는 이들에게 어필하는 리추얼을 통해 브랜드를 이야기한다면 좀 더 단단한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가지 공장 한 줄 평
자기 통제감을 파는 시대에 리추얼로 일상의 의미를 찾는 밀레니얼을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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