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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송희 Apr 03. 2024

남편의 삶을 상상해 보다

고단한 직장인에게 응원을


"이제가요"

남편에게 문자가 오면 2시간 뒤에 어김없이 집에 도착한다


"뭐야? 신데렐라도 아니고 어떻게 12시에 딱 맞춰 들어와?"


평균 남편 퇴근 시간은 밤 12시부터 새벽 2시

업무는 10시쯤 끝나면  집에 오는 시간은 2시간이 소요된다.

불과 몇 년 전에 비하면 칼퇴 수준이다.

과거 남편은 하루를 꼬박 새우고 다음날 퇴근하는 일도

다반사였기 때문에 가끔 하는 10시 퇴근은 양반이다.

퇴근시간은 조금 앞당겨졌지만 직주근접을 이루지 못한

환경이라 왕복 4시간의 벽을 매일 넘나드는 숨 막히는

남편의 하루를 상상하곤 한다.


남편의 하루가 시작되는 아침시간

뱃속은 공복이라 텅텅

입맛 없이 기운 없는 몸을 이끌고 지옥철 안으로 향한다

출근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어제 피로함은 무거운 노트북 가방과 함께 남편의 어깨를

짓누른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과 한정된 공간 속 불편한 마찰들

어깨도 부딪히며 가끔은 얼굴도 붉히면서

지옥철에 몸을 맡긴다

남편 앞에 앉아있는 사람은 어디서 내리는 걸까

저런... 눈을 감았다

일어날 가능성이 제로가 되는 순간이다

사람들 사이에서 한 시간 넘게 서있었더니

남편의 다리는 후들거린다

드디어 남편의 행선지 강남역 도착과 함께 회사 도착

머리는 비몽사몽

가볍게 커피 한잔 때려 넣고

카페인을 이용해 정신을 차려본다

지칠 대로 지쳐 있는 마음 다 잡고 회사 업무는 시작된다

점점 일은 쌓여가는데 요리조리 미팅 끌려다녀오면

하루의 반나절이 흘러가있다

남편 일할 시간은 또 뒤로 밀리고 있다

자연스럽게 저녁을 먹고 스무스하게 이어지는 야근타임


아침 7시 40분에 집 밖을 나가

밤 12시가 넘어 집에 돌아오는 고단한 남편의 하루


남편의 퇴근 시간

AM 1:30분


"왔어"

"어"


우리의 대화는 이것으로 끝이다

남편의 눈동자만 봐도

오늘 하루가 어땠는지 고스란히 전해진다

스트레스 범벅이 되어 돌아온 남편에게 시시콜콜한

대화들은 어느 순간부터 벅차보였다


AM 2시

드디어 30분남짓 자유시간을 가지는 남편

그의 유일한 숨통일 것이다

티브이를 보면서 혼술을 하는 것이 유일한 낙으로 보인다

그 시간만큼은 존중해주고 싶어 대화는 뒤로 밀어버린다

생각과 현실의 괴리감이 느껴질 때가 바로 이때다

나 또한 있는 힘을 다해 일하고 움직였더니 방전된 상태

침대에 몸을 뉘어 고요한 혼자만의 시간으로 채운다

각자 방전된 재충전의 시간인 것이다


남편퇴근 후

오늘 있었던 일들 소소하게 대화 나누고

가볍게 맥주 한잔 하는 밤을 가끔은 꿈꾼다

서로 오늘 고생했다고 토닥여주는 여유가 없어

시간이 가난한 우리의 삶


나는 드디어 남편의 월급 이상을 벌게 되었다.

어찌 된 일인지 월급이상만 벌면 바로 퇴사가

가능할 줄 알았는데 현실은 아니다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남편이 업무 보면서 느끼는 불쾌한 스트레스

연기처럼 사라지게 만들어 주고

그동안 고생했다고 등도 쓰담쓰담해 주는 날이 현실이

다가오기만을 오늘도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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