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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송희 May 04. 2024

엄마 학원 안 다닐래

경시반의 부작용


초3 8월부터 시작한 경시반

초4 4월이 될 무렵 경시시험을 본 후 경시반도

종료가 되었다

시험이라는 첫 경험을 해봤고 다양한 문제들을 접했던

나름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낸 거 같았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겨버렸다


경시반이 끝나면 원래 제자리로 돌아와 교과수학하는

반으로 다시 돌아가는데 교과수학을 하고 온 첫날


"엄마 나 학원 안 다닐래"


응? 무슨 소리지?

수학을 좋아했던 거 아니었나? 예상치 못했던 전개에

혼란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왜?"

"수학문제가 풀기 싫어졌어"


이유인즉슨 교과과정을 복습하는 문제를

풀었는데 이미 다 아는 기초적인 문제들을 학원에서

왜 풀어야 하는지? 풀기가 싫었다는 아들의 말에

바로 학원을 관둬야 하나? 갈림길에 놓이게 되었다


아들입장에서 생각해 볼 때 생소하면서도 흥미진진한

다이아몬드 같은 반짝반짝한 문제들만 풀어오다가

갑자기 기본적이면서도 재미요소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회색빛의 알록달록 하지도 않는 매력 없는 돌멩이 같은

문제를 푸는 것이 싫었던 모양이다


큰일 났다

경시문제만 풀면 이런 부작용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교과수학에 흥미를 잃어버렸다

기초부터 단계별로 습득해야 하는 과목이 수학인데

바로 경시로 점프한 불안감이 현실로 드러났다

다니기 싫다는 학원을 억지로 보내고 싶지 않아서

뒤도 안 돌아보고 바로 학원을 끊어버렸다


나에게는 사교육 철칙이 하나 있다

학원은 절대 억지로 보내지 말자


수포자의 나의 학창 시절을 떠올려보면

학원을 다녀도 공부를 못했고 수학문제를 풀지 못했다

선생님 설명을 듣고도 공식에 적용하지 못하고

문제를 풀지 못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단지 학원친구를 만나 놀았던 기억뿐이다

학원 전기세를 내주는 학생이 바로 나였다

나와 내 아들은 성향도 다르고 살아가는 시대도 다르지만

억지로는 학원을 보내서 돈과 시간을 낭비하지는 말자는

생각은 확고하다


계획 없이 학원을 관두고 나니

목적지를 잃어 망망대해 한가운데 둥둥 떠 갈길을

잃어버렸다 어디로 가야 할까?

수학문제에 방방 뛰던 내 아들은 온데간데없고

축구에 빠진 백수로 전락하게 되었다


내 생각에 혹시 오류가 있는 건 아닐까?

아들이 다니기 싫다고 해도 해야 하는 공부니

참고 다녀보자고 설득했어야 했나?


경시반을 보내면서 안쓰러운 순간들이 많았다

벌써부터 끼니까지 제대로 못 챙겨 먹고

무분별한 간식에 노출되었으며

늦은 시간까지 공부를 시켜야 할 나이가 맞는 건지

누굴 위해 뭘 위해 공부를 해야 하지

부모인 나조차도 혼란스러웠다 보니 잠시

쉬어가기로 결정하였다


교과수학 자체를 거부하는 아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암흑 속에 갇힌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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