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계가 통과되었다. 이번주부터 진짜로 나는 공식적인 휴직자다. 회사메일이나 메신저에서도 접속할 수 없고, 회사밥도 먹을 수 없고, 회사 도서관도 갈 수 없다. 이제부터 내 업은 회사원 대신 가정주부이고, 내 일터는 집이다.
주중에는 늘 아이 셋 중 둘은 학교에 가고 한 명은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하곤 한다. 아침을 어떻게 챙겨먹여서 아이들 보내고, 세탁기 돌려놓고 집정리를 시작한다. 쓰레기통 치우고 바닥을 정리하고 설거지 마무리하고 청소기를 돌린 후 다 돌아간 빨래 널고 나면 어느새 점심시간이다. 집에서 수업하고 있는 아이 점심 챙겨주고 나면 학교간 아이들이 돌아온다. 아이들이 복귀하자마자 집안은 다시 북새통이다. 나름대로 쓸고 닦아놓은 집이 순식간에 초토화된다. 학원가고오는 아이들, 학교 숙제와 준비물 챙겨주다 보면 저녁이고, 저녁밥을 먹으며 집안을 돌아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집안 꼴이 아침하고 똑같네.'
집안일이라는 걸 제대로 해본 게 이번이 처음이나 다름없어 그런지 몰라도, 집안일이라는 게 낯설고 이상하게 느껴진다. 실컷 해놓아도 순식간에 어지러운 원상태로 복귀하는 걸 보면 매일매일 산꼭대기로 돌을 올리는 시지프스의 형벌 같기도 하고, 어지러운 방향으로만 이어지는 걸 보면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이 여기에도 적용되는구나 싶기도 하다. 형벌을 받는 것도, 엔트로피를 낮추는 것도 오롯이 나만의 일이라는 게 답답하게 다가온다.
도대체 다른 주부들은 집안일을 하며 어떤 점에서 보람을 느끼는지, 진심으로 궁금해진 일주일이었다. 오죽하면 너무 궁금해서, 내 주변의 가장 깔끔하고 부지런한 모범적인 가정주부인 시어머니께 여쭤봤다. 어머니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 집안일이 다 그래~ 할 건 많은데 해도 티 안나고 안하면 티 나고. 언제 보람을 느끼냐고? 해준 거 잘 먹을 때 보람을 느끼지."
집안일이란 것에 보람을 좀 느껴보려면 요리...도 잘 해야 되는건가. 요리하는 것도 자신이 없는데. 아무래도 나는 요리에서 보람을 느끼기는 힘들 것 같고, 그렇다면 어디에서 보람을 느껴야 할까. 아니면 재미라도 느껴야 할 것 같은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