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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재 Aug 05. 2024

결혼, 지상 최대의 난제 2

지난했던 나의 혼인 활동, 그 두 번째 시도

하나만 했어야 했는데


서른셋 즈음에 회사를 옮기게 되면서 대학원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자기 계발에 꽤 열을 올리는 편이었어서 업무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겠다 싶으면 관련된 세미나, 강연 닥치는 대로 듣고 다녔는데 뭔가 눈에 보이는 형태가 남는 게 없어 늘 아쉬웠다. 연봉도 좀 올랐겠다 평소 눈여겨봐 왔던 야간 대학원에 입시 원서를 냈고 합격했다.


대학원 첫날, 다들 내가 현재 어느 회사에 다니고 있고를 중심으로 자기소개를 하는 자리였는데 직장이 꽤 괜찮은 사람들이 모였고 나이도 몇몇의 비교적 아주 어리고 아주 많고 한 아웃라이어들을 제외하면 비슷비슷해서 사회에서 보지 못한 사람들이 다 여기 모였네 싶었다. 동시에 여기에서 공부하면서 겸사 괜찮은 사람도 찾으면 되겠는데? 임도 보고 뽕도 따고 전략을 여기에서도 적용해 보기로 했다. 학교 수업 시간과 연습 시간이 겹쳤기 때문에 성당에서의 활동은 당분간 쉬어 가기로 했다.


나는 종교가 같은 남자를 찾는 경향성이 짙었는데 안 그래도 나이로 좁혀진 문에 전체 인구의 11% 밖에 되지 않는 종교를 필터를 추가했으니 모수 자체가 작았던 것 같다. 동기 중에 성당에 다닌다는 동갑인 남자애가 딱 하나 있었다. 집도 가까운 편이고 종교가 같은 점도 있어 가까워지게 되었는데 붙어 다니다 보니 얼레리 꼴레리 주변 오빠들이 화제에 올리기 시작했다. 그게 부담스러웠던지 조금씩 나에게서 멀어지는 것이 느껴졌고 나는 여전히 관심은 놓지 못한 상태가 지속되었다. 수업이 끝나고 나면 같이 전철 타고 돌아가는 진전 없는 뜨뜻미지근한 관계가 이어지던 그때 그 애의 회사 선배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우리랑 똑같이 2년 전에 이 대학원 코스를 선택했고 졸업했다는, 거기에다 종교도 같다는. 진전 없는 관계에 답답한 마음도 있고 학교 생활에 도움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그 선배를 한 번 소개 좀 시켜 달라고 했다. 진짜 원하는지 되물었던 게 이제야 생각이 난다.


대학원 공부를 도움받는다는 핑계로 만나기 시작해 매 주말이면 만나서 대형 카페에 앉아 같이 공부도 하고 드라이브도 하는 그렇다고 사귀는 관계는 아닌 나날이 이어졌다. 이대로 가면 이성적인 관계로까지 가겠지 했던 나의 마음과는 달리 그는 뭔가에 상처를 입은 적이 있는지 결정적인 말을 꺼내지 않은 채 연락이 점차 뜸해졌고 더 이상 만나지 않게 되었다. 그러다가 한몇 개월 지나 잊고 있었을 즈음에 다시 좀 만나자고 연락이 왔고 그토록 바랐던 결정적인 멘트, 고백을 전기구이 통닭집에서 받고 연인 관계로 발전하게 되었다. 뭔가 2% 부족했던 관계였는데 보통의 관계가 되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결혼을 얘기하면서 그 자신과 그의 가족의 아픔에 대해 알기 전까지는... 그와 만나기 몇 년 전 아버지가 한 번 크게 아프신 적이 있었어서 그런 둘이 결혼을 하게 되면 행복한 생활보다는 병수발에 허덕이면서 사는 모습이 그려졌다. 시간과 공을 들였지만 이번에도 내 인연은 아니었다. 결국 대학원에서 동기끼리 만나, 혹은 선후배 사이로 만나 결혼한 케이스는 나 이외에도 발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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