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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gom Jan 08. 2024

9to6

오후 6시 이후에 모두 정지하는 것은 어떤가? 9to6은 워라밸을 상징하는 가장 압축적인 단어이나 그 본래가 지니는 내용의 깊이에 비해서 현실에 구현된 수준은 너무나도 얕다. 우리는 오늘날 9출근to6퇴근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나, 실상은 9시작to6종료라는 더 심오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9출근to6퇴근은 우리의 물리적인 속성만 지정한 것이지 그외의 정신적인 속성은 지정하지 못 다. 예컨대 9출근 이전이나 6퇴근 이후에 업무가 발생하는 경우가 그러하다. 물리적으로는 회사 바깥에 위치하더라도 정신적으로는 회사 안에 있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경우가 왕왕 - 특히 한국에서는 - 발생한다. 일부 선진국에서는 '연결되지 않을 권리'라 하여 근무시간 외 직장에서 오는 연락으로부터 차단될 권리가 법제화되었으나, 한국에서의 논의는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 기초적인 워라밸마저도 우연에 의해 위협받을 수 있는 위태로운 상황인 것이다.


그래서 파격적으로 제안한다. 6시 이후에 웬만한 경제활동을 멈춰야 한다. 현대문명은 우발성보다는 논리성에 기초하는 편이라 대부분의 사건에는 원인 되는 사건이 있다. 그 원인 되는 사건들을 모조리 6시 전으로 묶어둔다면, 시차가 있는 몇몇 일들을 제외하고는, 만사를 6시+α에 마칠 수 있을 것이다. 6시 이후의 자유를 묶어두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 반대이다. 공적인 일에 제한을 둠으로써 나머지 시간이나마 사적인 일로 채울 수 있는 것이다. 9to6 내지는 주5일제조차도 삶을 쥐어짜는 제도라고 비판을 받는 판에, 그 이상으로 공적 영역이 사적 영역을 침범한다면 어떤 제도라도 우리를 해방시킬 수 없을 것이다. 있는 것이라도 온전히 지킴으로써 행복을 향한 첫걸음을 내디뎌야 한다.


그러니까 집에 좀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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