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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gom Feb 15. 2024

보름, 초승

밖이 어두적적하길래 달빛 하나 들지 않는 깊은 어둠이라 생각했건만, 희끗희끗 하얀 줄기가 어나와 깜짝 놀랐다. 지나가던 구름이 잠깐 월구 앞을 가로막아 삭인 척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보이는 저 초승도 구름이 가린 결과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한참을 기다렸으나, 걷히기는커녕 더 뭉게뭉게 피어올라 그 이상 보지는 못 하였다.


설령 보름, 망 따위가 아니었더라도 상관없을 성싶다. 꽉 차는 것은 한 달에 하루뿐이고 나머지 날들은 항상 부족함이 있는데, 넉넉함을 뽐내던 보름이 외부의 사정으로 실패를 경험하는 것이 퍽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살아감이란 안팎의 로 고생하는 것이고, 완벽하단들 티끌 없이 선보일 기회는 희귀다. 보름 아닌 것들이 하나 되어 그를 비웃었을지 모른다. 그걸 들은 보름은 좀 머쓱하였을 테고. 그래도 그 쑥스럼 덕분에 결핍을 공유하는 동족으로 인정되었을 게다. 고됨 앞에 위계는 없는 법이까.


음력을 찾아본 바 보름도 망도 아니고 초승뿐이었음이 드러났다. 잘도 속였구나 싶어 웃어 넘겼다. 보름도 괜히 졸인 가슴을 쓸어내리지 않았을까. 이젠 음력 15일의 날씨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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