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이 어두적적하길래 달빛 하나 들지 않는 깊은 어둠이라 생각했건만, 희끗희끗 하얀 줄기가 새어나와 깜짝 놀랐다. 지나가던 구름이 잠깐 월구 앞을 가로막아 삭인 척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보이는 저 초승도 구름이 가린 결과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한참을 기다렸으나, 걷히기는커녕 더 뭉게뭉게 피어올라 그 이상을 보지는 못 하였다.
설령 보름, 망 따위가 아니었더라도 상관없을 성싶다. 꽉 차는 것은 한 달에 하루뿐이고 나머지 날들은 항상 부족함이 있는데, 넉넉함을 뽐내던 보름이 외부의 사정으로 실패를 경험하는 것이 퍽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살아감이란 안팎의 일들로 고생하는 것이고, 완벽하단들 티끌 없이 선보일 기회는 희귀하다. 혹 보름 아닌 것들이 하나 되어 그를 비웃었을지 모른다. 그걸 들은 보름은 좀 머쓱하였을 테고. 그래도 그 쑥스럼 덕분에 결핍을 공유하는 동족으로 인정되었을 게다. 고됨 앞에 위계는 없는 법이니까.
음력을 찾아본 바 보름도 망도 아니고 초승뿐이었음이 드러났다. 잘도 속였구나 싶어 웃어 넘겼다. 보름도 괜히 졸인 가슴을 쓸어내리지 않았을까. 이젠 음력 15일의 날씨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