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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gom Feb 26. 2024

사생활 절대주의

다행히 잘 봉합된 이강인 선수와 손흥민 선수의 갈등을 살펴보면, 대중의 관심이 한참 도 지나쳤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초기 여론은 선수들 사이의 갈등보다는 감독과 축구협회장에 주목했다. 첫 보도가 한국이 아닌 영국 언론사로부터 나온 것이기도 했고, 감독과 협회의 꾸준히 부적절한 행동이 아시안컵 탈락으로 폭발한 탓도 있었다. 협회에서 여론 반전을 위해 흘린 떡밥이라는 평가를 내릴 정도로 여론은 이번 사태에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정확히 고 있었다.


그러나 협회가 순순히 갈등을 인정하고 언론사가 경쟁적으로 자극적인 보도를 쏟아내자 여론은 결국 넘어가고 말았다. 이강인 선수의 무례한 행동을 지적하는 것을 넘어 그의 소속팀을 공격하고, 광고주를 압박하였으며, 종국에는 가족까지 건드렸다. 이 엄청난 일들이 단지 이강인 선수가 한 차례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는 이유로 일어났다. 대단한 태세 전환이었고, 이것이 협회의 의도라면 크게 성공했다.


여론이 이슈에 따라 태도를 바꾸는 것은 하루이틀이 아니나, 그 역치가 지나치게 낮아지고 정도가 지나치게 강해졌다. 연예인의 공인 여부가 오랜 토론 주제가 되어왔지만 그 여부와 상관없이 최근 여론의 양상은 어느 쪽도 용인해서는 안 될 수준이다. 이번 사례만 놓고 보자면, 선수 사이의 갈등은 여느 조직과 다름 없이 반드시 존재할 수 있는 이다. 그것이 탁구 같은 사소한 이유라도 마찬가지 게, 그보다 훨씬 시덥잖은 이유로 다투는 것이 조직생활이기 때문이다. 선수단의 기강을 함부로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갈등 하나로 선수단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고 묘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혹자는 그 갈등이 국비가 지원되는 스포츠 사업의 성패에 영향을 주었으므로 그들을 공무수탁사인 비슷한 것으로 보아 책임을 묻자고 한다. 수만 번은 반복되어 온 이른바 세금 논리다. 차근차근 반박하자면, 세금이 지원된다 하여 그들이 무슨 공무원이 되는 것은 아닐 뿐만 아니라, 설령 그렇다 해도 여론이 이를 집합적으로 비난할 권리는 없다. 공무원이 중대명백한 위법을 저질러 나라가 구상권을 청구하는 경우도 아니고, 무엇보다 이 모든 상황을 관리하고 책임져야 할 감독이라는 존재를 이미 뽑아놓았다. 선수 개인이 전혀 책임질 것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것(혹은 그 이상)을 책임질 일은 더욱 아니다.


또한 그들이 공인이기 때문에 행동거지를 조심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반대한다. 현실적으로는 영향력을 무슨 수치로 계량화해서 줄 세워놓고 너부터 공인이다 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도덕적으로는 어떤 개인이 다른 개인의 사생활을 통제할 권리전무하기 때문이다. 자유주의의 근원은 남에게 해를 가하지 않는 자유는 전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지 누군가의 눈꼴이 신다거나, 아직 발생하지도 않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하는 등 유명인의 사생활을 구속하는 논리는 미시적이고 가상적이다. 특히 애들이 배운다는 따위의 공인론은 아이들의 삶에 미디어가 차지하는 비중을 과대평가한 것으로서, 아이 삶에는 연예인보다 부모의 태도가 훨씬 중요하다고 본다.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논리는 이보다 훨씬 거시적이고 현실적이어야 한다. 그것이 설령 유명세로 삶을 이어가는 연예인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연예인에게 "만능방패"를 주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또한 "연예인"에게만 주자는 이야기도 아니다. 사적인 영역마저 징그럽게 파헤치는 자극주의에 맞서 각자의 삶을 지킬 최소한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이번 사태에서 보여준 협회와 언론, 여론의 태도는 그런 의미에서 최악이었다. 남의 삶에 불필요할 정도로 관심을 갖고 개입하려는 집단주의의 유령이 많은 이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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