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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gom May 08. 2024

Dreamer

꿈 이야기는 사람을 설레게 만드는 게 있다. 이런 류의 이야기는 - 꿈이 아닌 모든 이야기에도 해당되는 것이지만 - 당연하단듯 적당한 고난들과 해피엔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걸 알고서도 맛보게 되는 것은 온전히 꿈이 가진 흡입력이라고 본다. 다른 이야기와 꿈 이야기의 가장 큰 차이점은 독자가 이야기에 투영되는 방식이다. 전자는 이야기에서 설정된 환경에 자신을 위치시키는 반면, 후자는 있는 그대로의 현실에 자신을 위치시킨다. 엄밀히 말하면 후자의 독자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책 밖의 자신을 제자리에 둔 채 이야기의 맥락만 씌워 주인공이 된다. 세세한 설정은 과장 없는 현실이 된다.


따라서 소재나 배경은 깨달음의 크기와 크게 관련이 없다. 본인은 붓 한 번 집어본 적 없지만 <바라카몬>에 몰입했으며, 노래방뿐인 경력으로도 <파티피플 공명>에 눈물을 흘렸다. 주인공들은 멋있고 대견했지만 감동을 느낀 지점은 더 추상적인 영역이었다. 이를테면, 꿈이라는 단어가 너무 오랜만이었다는 것. 가슴 설레는 일에 뛰어들어본 적이 언제였던가 하는 것. 성취는 이루어도 성장은 멀어보이기만 한 것, 등등. 꿈 이야기는 이렇게나 범용적이고, 또 위험천만한 것이다.


그 위험의식은 바야흐로 무르익어서, 반복 투성이였던 일상에 조그만 이변의 씨앗들을 심어두기로 작정했다. 될성부른 떡잎을 구분하는 법이나 기르는 법을 당최 알지 못 하지만, 심지도 않고 싹 트길 바라는 것도 기적을 바라기는 매한가지여서. 지금보다 못난 결말에 얼굴을 붉혀도 사소한 재미를 붙여야겠다. 기계적인 백색 무표정보다 일그러지고 투정 부리는 적색 표정들이 더 사람과, 꿈의 모습에 가까운 것이라서.


https://youtu.be/jtGv1fwdSA4?feature=sha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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