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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gom Jun 13. 2024

고민중독

고민이 많다는 것이 고민이면 어떻게 해야 하나? 통상 많다는 건 최소 2개라는 것이므로 고민이 많다는 고민은 적어야 세 번째 고민쯤 된다. 고민이 많다(2개 이상이다)는 것이 고민인 상태가 지속된다면 고민이 꼭 2개인 상태는 없고, 0개-1개-3개-4개-... 순으로 자라게 된다. 이러한 고민은 고민 개수를 살짝 늘리기는 할지언정 고민의 유무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 한다.


반면 고민이 없다는 것이 고민인 상태를 살펴보자. 이것은 고민이 있을 때에는 문제되지 않으나 고민이 없을 때에는 무한 연산을 일으킨다. 고민이 0개이면 이 고민이 유효하게 되어 1개가 되는데, 이때 "고민이 없다"는 전제가 깨지므로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어 다시 0개로 회귀한다. 그 후에 다시 고민이 없다는 고민이 추가되고, 위 과정이 무한히 반복되고 만다. 따라서 이와 같은 고민은 고민 개수가 0개-1개를 무한히 진동하는 상태, 혹은 안정적으로 1개(고민이 없다는 고민이 아닌 다른 고민이 하나 있는 상태)-2개-3개-...인 상태에 놓이게 한다. 고민 개수가 진동하는 모순적인 상황을 배제한다면 이 사람은 평생 최소한 한 가지의 고민은 안고 살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 얼마나 비극인가!


그러므로 기왕 고민할 것이라면 고민이 없어서 고민이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보다는 고민이 많아 고민이라는 현실적인 소리를 하는 것이 낫다. 고민 많은 사람들의 기질은 이 원리를 잘 따라가는 듯하다.


그러나 고민의 자기증식성을 생각하면, 고민 혹은 고민중독을 줄이기 위해 노력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누군가 고민이 있으면 해당 고민에 중독되고, 중독 자체는 반드시 새로운 고민이 된다고 하자. 이를 다음과 같이 표현할 것이다.


- 고민은 단독으로 표시한다. 예를 들어 고민1은 '고민1'로 표시한다.

- 중독은 중독되는 대상을 괄호 안에 표시한다. 예를 들어 고민1에 중독된 상태는 '(고민1)중독'으로 표시한다.

- 중독은 그 자체로 반드시 고민이다. 예를 들어 '(고민1)중독'은 그 자체로 다른 고민이다.


위와 같은 전제에서 '고민'이 발생할 경우, 다음과 같은 일이 벌어진다.


고민

(고민)중독

((고민)중독)중독

(((고민)중독)중독)중독

...


즉, 어떤 고민이 생기고 그 고민에 중독되면, 그 중독된 상태가 또 다른 고민이라서 거기에 중독되고, 그것이 또 다른 고민이라서 거기에 중독되며 이것이 무한히 반복되는 연옥에 빠지게 된다. 이 모든 것이 별개의 고민이기에 고민의 수가 무한에 수렴하게 되어 정상인이라면 능히 버틸 수 없을 것이다.


고민의 연쇄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세 가지 전제 중 하나 이상을 부수어야 한다. 애당초 고민이 발생하지 않게 하든지, 고민에 중독되는 일이 없도록 하든지, 고민에 중독되는 것을 고민하지는 말든지. QWER의 노래와 같이 행복하고 설레는 일조차 고민하고 거기에 중독되는 것이 사람이라서, 고민중독을 고민하지 않는 것이 가장 현실성 있어 보인다. <고민중독> 유쾌하고 기분 좋은 노래인 것은 고민중독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로 들려서, 많은 사람들에게 혜안을 준다고 생각한다.


https://youtu.be/ImuWa3SJulY?feature=sha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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