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후생 Jul 29. 2020

마음의 독립을 먼저 해야겠다.

<오늘 하루의 위로> 리뷰

이남지 작가는 고등학생이던 시절의 일기를 '과거'로, 대학생이 된 이후의 일기를 '현재'로 적었다. 그녀 스스로, '중학생 때의 일기도 포함되어 있어 지금 읽어보면 표현이 이상하기도 하고 감정적인 이야기도 담겨 있다'고 밝혔다. 그녀는 뒤로 흘러갈수록 느껴지는 문체의 변화를 보여주기 위해 '과거'의 문장을 변형하기 않고 그대로 남겼다. 묶은 글들은 그녀의 성장 일기나 다름없다.


  “작가 돼도 되겠다”   

  

그녀가 중학교 시절 SNS에 적은 글을 당신의 어머니께서 읽으셨을 때 하신 말씀이다. 그 말이 예언이 되었을까, 그녀는 정말 작가가 되어 세상에 책을 선보였다. 책의 제목은 <오늘 하루의 위로>다. 그녀는 공학도다. 총 164명이 참여한 기업연계형 장기 현장실습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지구를 구하고 싶다는 순수한 꿈을 꾸던 고3 때부터 환경과 에너지에 관심이 많았다. 대체 에너지 개발 연구원을 꿈꾸며 대학교에 입학했고, 대학원에 진학할 때가 되어서는 에너지 하베스팅 분야를 지망했다. 지금은 환경공학과 교수를 목표로 정진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촉망받는 인재임에도 그녀는 자기 분야나 공학에 관하여 책을 낸 것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의 일기만을 모아 책을 펴냈다. 그녀의 문학도 기질은 다음에 인용하는 과거의 일기장에서부터 관찰되는지도 모르겠다.



2014년 7월 24일

왜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할 수 없는 것일까?

...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는 버려야 한다는 게 너무 싫다.


2014년 10월 03일

나는 과학을 배울 땐 과학이 재밌고 한국사를 배울 땐 한국사가 재밌고 국어를 배울 땐 또 국어가 재밌고 영어를 배울 땐 영어가 재밌는데 모든 것과 관련된 직업은 없을까. 

...

그동안 난 되고 싶은 게 많아서 정할 수 없다고 말해왔지만 난 그냥 어떤 것이든 상관없었던 것 아닐까. 꼭 한쪽으로 선택을 해야 할까.          



어느새 수능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다. 문과, 이과로 나눠지기 싫다고 말하던 고교생 이남지는 큰 관문을 통과하기 전 자신의 꿈을 마음에 새긴다.


"나는 우리 지구를 구하는 일에 앞장서고 싶다."


  하는 수 없었던 것일까, 아니면 진심으로 그것을 가장 원했기 때문일까? 그녀는 원대한 꿈을 품고 '대체 에너지 개발 연구원'이 되는 여정에 나선다. 그녀가 공학의 길을 선택한 이유는 이렇다.



2020년 3월 26일

공학을 선택하게 된 이유가 공학이 인간이 더 편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학문이기 때문이었다. 내 꿈의 시작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였는데, 정작 그 꿈을 이루기 위하는 과정 중에 주변 사람들에게 소홀해지는 건 아닐까 하는 고민이 든다.     

...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대단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작은 일이라도 세상의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     

꼭 누군가를 도와주고 싶고, 세상을 좋게 변화시키고 싶다. 이 감정을 정확하게 설명할 순 없지만 그게 내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다.



그녀는 남을 위하는 마음이 강한 사람이고, 공동체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도 크다. 어려서부터 여러 과목에 관심과 재능이 많았던 다재다능한 아이이기도 했다. 다재다능은 양날의 검이라던가. 열 가지 재주를 가진 사람보다 한 가지 재주밖에 없는 사람이 낫다는 격언도 있지 않은가. 그녀도 그것을 의식했는지 자신의 다양한 관심과 재능의 발현을 '딴짓'이라 부르기 이른다.  



2020년 04월 29일

취미생활을 할 때면 나는 '딴짓'을 한다는 표현을 자주 썼다.


"오늘도 공부 안 하고 딴짓했어."


시험 기간에 캘리그래피를 했던 나의 하루를 자책하고 있던 어느 날, 나를 항상 응원해주는 고마운 사람에게 들었던 대답이 나에게 꽂혔다.


"네가 좋아하는 일인데, 왜 딴짓이야. 딴짓 아니야."



  그녀는 유튜브 채널과 블로그를 만들고, 캘리그래피 작품을 올리는 인스타그램 계정도 만들었다. 사명감으로 가득 찼던 그녀는 딴짓을 하며 깨닫는다. 혹은 무언가를 깨닫고서 더 다양한 딴짓을 시작한다. 그녀는 항상 무엇이 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그냥 되고 싶은 건 일단 시작하면 된다고 말한다.


  "그 결과가 좋든 나쁘든 꾸준하기만 하다면 나는 그 직업을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녀는 대학원 학업 계획서를 적으며 깊은 진로 고민을 했고, 생각을 정리한 뒤 '환경공학과 교수'가 되어 배웠던 지식으로 누군가에게 가르치고, 환경 문제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관심을 두고 알려주는 사람이 되는 것을 꿈으로 정하게 되었다. 이미 꿈이 정해진 사람에게 꿈에 기여할 수 없는 일은 '딴짓'인 것일까?



 숨겨진 행복을 찾는 '방법'은 매 순간 '나에게 의미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항상 고민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어떨 때 행복한지 완전하게 아는 것은 아니지만, 나에게 의미 있는 일들을 하나씩 찾아가면서, 나의 '행복'을 완성해가고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할 때나 이루고자 하는 것을 이뤘을 때 느끼게 되는 하늘을 나는 듯한 들뜨는 기분, 그것이 바로 행복이 아닐까?     

 

이렇듯 그녀는 주변 사람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조언을 할 때마다 그녀는 자기 검열을 한다. 물론 그녀는 책 속에서 직접적인 조언을 건네진 않는다. 하지만 진로 고민으로 방황하는 마음, 인간관계에서 괴로웠던 고민들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드러내며 같은 상처를 가진 사람들을 달랜다. 아낌없는 위로를 남긴 이남지 작가의 겸손함 앞에서 나 또한 이렇게 말할 수 있을 듯하다. 


'고마워요, 덕분에 도움이 됐어요'


이 책은 공학하는 사람이 쓴 글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그렇다고 글쟁이의 공학 이야기도 아니다. 전공과는 상관없이 그녀는 작가의 꿈을 이루었다. 그리고 그녀는 또 다른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원래의 꿈은 나중의 꿈과 뒤섞이면서 그녀의 앞길에 새로운 빛깔로 치장하고 있다.



2020년 3월 26일

꼭 허락을 받고, 그렇게 해도 좋다는 이야기를 들어야 결정을 하던 어린아이에서 벗어나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마음의 독립을 먼저 해야겠다. 그리고 독립할 만한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대비를 해야겠다.    



2020년 7월 29일     

그녀의 일기는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마음의 독립을 위한 전진을 계속할 것이다. 그녀가 쓰기로 결심한 일기가 아닌 에세이도 기대해본다. 이 책을 통해, 누군가는 용기를, 누군가는 위로를 얻을 것이 분명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요즘 내가 지푸라기도 안 잡은 것 같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