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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 pont Mar 25. 2020

프랑스의 코로나-19를 상대하는 방식.

현재 프랑스의 상황과 프랑스의 대처 방식.

Bonjour à tous ! 아내와 함께 프랑스에 창업하러 간 '르퐁'입니다. 


브런치에 올리는 첫 번째 글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아직 제가 인생에 대해 왈가왈부할 만큼 나이가 많진 않지만, 정말 인생이란 예측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창업을 위해 프랑스에 와서, 일에만 고군분투를 해도 모자를 판에,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일에 발목이 잡힐 줄이야. 전혀 생각도 못했던 일입니다. 덕분에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생겼는지도 모르지만요.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1. 프랑스 교민들이 패닉에 빠졌다?


지난 주부터 한국 언론이 유럽 교민들에 대한 기사를 내놓기 시작했어요. 일부는 맞는 말이지만, 일부는 다소 악의가 느껴지더군요. 프랑스 교민들이 패닉에 빠져서, 수많은 교민들이 빨리 한국으로 귀국하길 희망한다라.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현재 프랑스 교민 사회에서 대규모 귀국에 대한 소문은 들어본 적 없습니다. 


현재 휴교령이 내려진 상태에서, 유학생, 어학연수생 등 학생 비자로 들어온 한국인들이야 지금 상황에서 귀국도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지요. 하지만 그 외에 교민들이 프랑스를 떠나야겠다고 웅성거리는 말은 들어본 적 없습니다. 뭐 누군가는 한국으로 돌아가서 안전하게 지내고프다고 푸념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침소봉대를 해선 안되겠지요. 


오히려 프랑스 교민들은 한국의 위기 대처 능력에 대한 연이은 외신 보도를 들으면서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일부 한국 언론들이 프랑스에서 돈 벌고 사는 주제에, 목숨이 위험하니 한국에 온다는 식으로 선동하는 느낌입니다. 언론에게 부디 부탁하건대, 한국 사람들끼리 싸움 붙이려는 행위는 제발 그만 둬 주세요. 지금 이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이겨내는 데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2. 프랑스인은 정말 비이성적인가?


먼저 가볍게 고백할 것이 있다면, 제가 프랑스에 온 이후로 하루에 한 번씩은 한국 커뮤니티 사이트에 들어가서 이런 저런 글을 찾아 읽는 게 낙입니다. 여러 게시물들을 보고 있자면 마치 몸은 프랑스에 있더라도 마음은 한국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거든요. 그런데 가끔식 보면 유럽 사람들의 비이성적인 행동이라며 올라오는 것들이 있는데, 솔직한 심정으로 '웃픕니다'. 웃긴데 슬퍼요. 


정부가 조심하라고 하는데도 거리마다, 광장마다 나와서 놀고 술 마시질 않나, 대규모 행사를 벌이질 않나. 저도 프랑스 사람들을 보면서 놀랐어요. 지금 강력한 외출 금지를 시행하고 있는데, 그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밖을 나다니는 것에 대해 전혀 거리낌이 없었거든요. 저도 아내와 함께 주말에 집 근처 공원에 갔었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햇살을 만끽하며 공원 산책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전혀 걱정이 보이지 않는 얼굴들이라니. 솔직히 좀 무섭더군요. 그래서 저희는 얼른 공원을 빠져나왔습니다. 이렇게 사람이 많을 줄이야, 가볍게 외출을 생각한 것부터가 잘못이었나 싶더군요. 집에 와서 아내와 함께 길게 이야기를 했지만, 프랑스 사람들이 비이성적이라서 이렇게 상식 외의 행동을 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정보도 부족했고, 실제로 정부나 전문가들은 TV에 나올 때마다 안심하라는 식으로 이야길 했거든요. 프랑스는 이미 준비가 잘 되어있다, 그러니 걱정 말아라! 이게 정부와 전문가들의 공식 입장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파리와 파리 인근 주택들은 정말 평수가 좁아요. 집값이 상상초월이니까요. 그래서 이곳에 와서 살게 되면, 필연적으로 산책과 햇살에 대한 갈망이 생기게 됩니다. 산책하며 햇살을 받지 못하면, 정말 몸 어딘가에서 고장나는 소리가 들릴 정도니까요. 그래서 사람들이 계속 밖으로 나온 것이겠죠. 물론 지금은 아니에요. 정부의 강력한 외출 금지 방침을 생각 이상으로 잘 따르고 있습니다. 처음엔 엄청 반대하고 이것 때문에 또 시위 벌이는 것 아닐까 싶었는데, 정말 생각 이상으로 사람들이 방침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정말 이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정말 몰랐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제 알았으니, 앞으로 사태를 끝내기 위해 프랑스 사람들이 잘 처신하리라 생각합니다. 이미 각계 각층에서 이 사태를 어떻게 잘 극복할 수 있을지 수많은 아이디어와 논의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프랑스 사람들이 비이성적인가,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단지 정보를 제대로 얻지 못했고, 진심으로 산책과 햇살이 필요했을 뿐이라고 봅니다. 



3. 프랑스 언론과 정부의 흥미로운 지점!


매일같이 대통령, 장관들이 번갈아 TV에 나와서 현재 상황을 시민들에게 보고합니다. 전화연결도 하면서 시민들과 질의응답도 하네요. 마스크 정말 써야 하냐는 식의 단순한 질의응답도 있지만, 와 이건 정말 날카롭다, 와 이건 정말 흥미롭다 싶은 논의들도 많습니다.


제가 정말 놀란 것은, 정부가 우선적으로 발표한 내용이에요. 바로 장애인, 노숙자 등 사회적 소외자들에 대한 대처입니다. 사회적 소외자들은 지금 이 사태를 스스로 이겨낼 힘이 있을 리가 없잖아요. 그래서 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겠다고 정부가 먼저 나선 겁니다. 물론 지금 이 상황에서 무엇이 먼저냐는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사회적 소외자들을 먼저 돕든 나중에 돕든 무슨 상관이냐 할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프랑스 정부는 이들을 먼저 보호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선택을 존중합니다. 위기 상황에서 정부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다시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바삐 움직이고 있는 의료진의 자녀를 어떻게 돌볼 것인가, 계속 영업해야 할 마트의 캐셔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영업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이러한 문제에 대해 프랑스 언론들은 계속 질문하고 있고, 프랑스 정부는 기업의 크기에 상관 없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던지, 무조건적인 안전과 안정을 보장하겠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주장으로 끝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정부와 언론이 단순히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이슈에만 빠지지 않고,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안들을 하나씩 챙기고 있는 모습을 보니 없던 신뢰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4. 매일 밤 8시마다 울려퍼지는 박수 소리.


지금 프랑스 전역에서는 매일 밤 8시마다 박수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습니다. 매일 밤 8시가 되면 수많은 프랑스인들이 발코니에 나와 박수를 치고 휘파람을 붑니다. 저도 아내와 함께 매일 밤 8시가 되면 발코니에 나와서 박수를 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의료진의 노고를 향해 보내는 박수지요. 그리고 정부의 강력한 외출 금지 아래서 함께 고생하고 있는 모두를 위한 박수입니다. 


참 낭만적입니다. 역시 프랑스는 이벤트에 강하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저도, 아내도 박수를 칠 때마다 가슴이 뭉클해지거든요. 물론 여전히 프랑스의 응급 의료 체계는 느리고, 불편합니다. 물론 여전히 소위 전문가들은 TV에 나와서 마스크를 써야 한다느니 필요 없다느니 하며 싸우고 있습니다. (정확하게는, 프랑스에 현재 국민 모두가 쓸 만한 수량의 마스크가 없습니다. 그래서 의료진, 환자들을 위해 양보하자고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함부로 마스크 써야 한다고 말을 못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저는 이곳에 있으면서, 각자 나름의 위기 극복 방식이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확한 검사와 파악, 그리고 격리, 치료겠지요. 그리고 이러한 것들을 가능하게 하는 힘은 믿음과 용기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서로를 향한 믿음, 그리고 이 상황을 이겨낼 수 있다는 용기. 이 모든 것들이 우리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가길 희망합니다. 




위기는 그 사람의 진면목을 볼 수 있게 한다는 말이 있지요. 그리고 사람이란 단어를 국가로, 언론으로 바꿔서 말해도 뜻이 통할 것 같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위기 속에서, 누군가는 정면으로 부딪치려 하고, 누군가는 회피하려 하고, 누군가는 선동하고 조롱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다줄지는 결국 시간이 알려주겠지요.


비록 머나먼 이국 땅에 있지만, 대한민국이 보여주고 있는 노력과 끈기를 응원합니다. 전 세계가 한국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프랑스 또한 함께 이 위기를 극복해나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전 세계가 얼른 평화를 맞이하길 또한 바랍니다. 전 세계가 모두 이 사태를 극복해야만 이 위기는 사라질 테니까요.

 


(저는 아내와 함께 프랑스에서 스타트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의 삶, 프랑스에서의 이야기를 앞으로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저와 제 아내에 대한 개인적일 수 있는 정보들은 밝히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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