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목만이 Oct 05. 2019

내 개가 죽었다.

2019.10.5 오후 4:00~09
3.6키로

내 개가 죽었다.
차가운 몸을 몇 번이고 쓸어내렸다.
이상하게도 눈물이 나지 않는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너무 울어 숨도 쉬어지지 않았는데.
아이는 치매를 오래 앓았고 내가 얼마나 버거워했었는가 몇 안 되는 지인과 가족들 그리고 인터넷 친구들은 알고 있었다.
아이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오롯이 내 개였다.
내가 아니면 대신해줄 이가 없었다.
그 과정을 아는 이들은 이제는 내가 행복하길 바란다고 했다.
나는 내가 놀랍고 당황스러웠다.
이제 내일 아침이면 두 번 다시 만질 수도 볼 수도 없는 아이를 옆에 두고 눈물이 나지 않는다니.
19년 전부터 종종 자다 깨서 울었다.
이렇게 이쁜 아이가 나를 사랑해주는 게 꿈만 같아서, 언젠가 시간이 흘러 혼자 남게 됐을 때의 두려움으로.
눈물이 차고 넘치는 나는 때때로 울었다.
어느 날 개가 더 이상 침대로 오르지 못하는 것을 안순 간부터 징글징글하게 울었던 것 같다.
자다가 밥을 먹다가 길을 걷다가 아이를 떠올리기만 해도 그렇게 눈물이 줄줄 났다.
품에 안고 있는데도 아까워서 눈물이 났다.
어릴 적 엄마가 어디로 갈까 봐. 밤새 물끄러미 쳐다보던 마음이 개에게 옮겨갔다.

그런 내가 눈물이 나지 않는다.
아이가 치매에 걸려 나만 알아보게 된 뒤로는 외출을 포기했다. 그러면서 신세한탄을 해댔다.

자다가 깨서 비명을 지르던 며칠을 배 위에 올리고 꼭 껴안은 채 있었다. 이제 가도 된다고... 쉰 목소리로 주문처럼 말했다.
선선한 날씨에 적당한 햇빛이 드는 거실 소파에 아이를 안고 있었다. 미약한 신음소리를 내는걸 토닥이다가 문득 눈을 바라보고 싶어서 아이를 바닥에 내리고 쿠션을 목에 대주었다.
아이를 바라보고 누워서 눈을 맞추었다.
먹은 게 없어서 어제부터는 배변활동이 멎었다.
그렇게 싸던 설사가 멎었다.
옆으로 누운 아이의 꼬리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보고 휴지를 대주었다. 천천히 오래. 묽지 않은 부드러운 변을 내보내는 동안 나는 몇 번이고 휴지를 갈아 그의 엉덩이에 변이 묻지 않도록 했다.
개는 깔끔한 척을 하는지 뒷다리에 힘이 없어 주저앉은 채 쌀 때면 엉덩이에 묻는 것을 끔찍해해서 비명을 질러대는 녀석이었다.
더 이상 나오지 않는 변을 확인하고 나는 다시 누웠다.
눈을 맞추며 아이의 머리며 갈비뼈에 손을 대고 있었다.
때가 되면 알 수 있을 거라고 했는데...
지금도 모르겠다.
미약하게나마 갈비뼈 아래 홀쭉한 배가 오르내리는 것만 같아 온 정신을 집중했다가 아이를 안아 들었다.
치매가 온 후부터 그렇게 내 품에서 만 울지 않았다. 징글징글하게 나만 찾았다.
그렇게 사랑했던 내 가슴에 아이를 안고 해가 지도록 있었다. 방으로 돌아와서 따뜻했던 아이가 돌처럼 굳어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없게 될 때까지 안고 있었다.


아이는 일요일 오전 병원에서 보내주기로 했었다.
제일 친한 지인이 금요일과 일요일에 휴가를 내고 함께해주기로 했는데,
주문했던 관이 금요일 언제 도착할지 몰라 일요일로 결정했던 것이다.
전날 주문한 관은 금요일 새벽에 집 앞에 도착했다.
금요일, 어제 아이를 보내주는 것이 맞는 것인가...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지인에게 관이 도착했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할 수 있다면 언제까지고 시간을 붙잡고 싶었다.

지난 십구 년간 수백 번 수천번 볼을 비비고 입을 맞췄던 아이에게 볼을 대보았다.
금방이라도 몸을 돌려 품으로 파고들어야 하는데 차갑다. 너무 차가워서 어쩔 줄을 모르겠다.
어디쯤 가고 있는 걸까.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아침이 되자 엄마는 준비해둔 수의를 입히고 입관을 하자고 했다.
나오지 않는 눈물을 쥐어짜며 성을 내자 엄마가 물러섰다.
내일 아침까지 만지고 눈에 담고 그렇게 있고만 싶었는데...
어디선가 날파리들이 아이 얼굴로 자꾸 몰려들었다.
엄마가 손바느질한 삼베수의는 맞춘듯했고...
작을까 봐 걱정했던. 소형관은 정말이지 1mm의 오차도 없이 맞았다.
엄마가 베란다로 아이를 옮기고 선풍기를 켜 둔것운 다시 방으로 데려왔다.

자신만만했던 소녀가 상처 입고 좌절하는 중년이 될 동안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다 이 작고 보드라운 생명체 덕이었다. 오랜 자취생활 그 많은 밤들을 둘이서 껴안고 아침을 맞이했다.
더우면 더운 대로 추우면 추운대로 떨어질 줄 몰랐던 우리의 십구 년이 끝나버렸다.
불과 지난주에만 해도 잘 걷고 잘 먹던 아이가 갑자기 차가워진 채로 관에 누워있다.

내일 장례를 치르고 나면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이 느껴질까.
언제 다시 내 눈에서 눈물이 흐르게 될까.
어디쯤 가고 있는 걸까.
내 아이는...

작가의 이전글 2017년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