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사려니숲

꿈꾸는 개

엄마 자전거바구니를 고정시켜 주려고 나간김에 영식이랑 산책을.

우리 아파트 한쪽은 굉장히 외져서 사람이 안다닌다.

나는 그곳을 사려니숲이라고 부르는데,영식이 몸줄을 잠시 풀 수있다.한 오분 못되는 시간동안 영식이는 풀들 사이의 어떤것에 꽂혀있었고 나는 조금떨어진곳에 쪼그려 앉아있다.

옥상에서나 복도에서나 끈풀린 영식이는 종종 아니 자주 나를 잊곤한다.열심히 찾으며 뛰어다니지만 정작 나를 지나친다.아무리 나를 증명하려 애써도 영식이는 무심히 지나쳐버린다.헤매는 사이의 그가 느낄 공포를 헤아려본다.

영식이가 숲탐험을 마치고 나를 찾을때 곧바로 눈을 마주쳐주려고 언제나 대기중이다.

우리는 짧지만 즐거운 사려니숲길 산보를 마치고 목욕에 돌입했다.목욕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언제나 정중하게 몸을 맡기던 그는 이제 곧잘 이빨을 드러낸다.몹시 노여워해서 나오자마자 닭가슴살과 토마토를 갈아서 약과 함께 먹였다.엑티베이트는 하루 2-3알 꾸준히 먹이고 있는데 영식이한테는 효과가 없는듯하다.

짱구와 코난을 틀어놓고 작업을 하다 뒤돌아보면,내 개가 끈을 풀고 사려니숲을 달리는 꿈을 꾸는지,누운채로 열심히 네 다리를 움직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