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박이라 쓰고 경험이라 부른다.
더 나은 일을 위해 더 많은 자금이 필요했다. 투자방법도 있지만 아직 그 정도의 능력과 지식을 갖추지 않았다고 생각하기에 대출받는 방법을 선택하여 지난 6월부터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청년전용 창업자금을 준비했다. 내가 알아본 곳 중 미성년자가 대출받을 수 있는 기관은 없었고 다행히 이곳은 ~세 이상이 아닌 39세 미만이 신청할 수 있었다. 신청 절차는 이러했다. 온라인 자가진단 - 사전상담 - 신청 접수 및 서류제출 - PPT 발표 및 심사 - 연수교육 - 융자결정 - 약정 체결
약 5개월간 참 다사다난했다. 어떻게 생긴 건지 어디에다 기준을 둬야 할지 전혀 모르는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중학교 이후로 할 기회가 없었던 PPT 발표를 50세는 가뿐히 넘을 듯 한 열 명의 위원님들 앞에서 진행했다. 심사에 통과한 뒤 마지막 약정 체결을 위해 도장과 이름을 백만 번 적으며 남의 돈을 사용한다는 것이 참 무섭구나 생각이 들어 덜컥 겁이 나면서도 조금 더 나은 일을 실행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벅차올랐다. 그로부터 며칠 지난 10월 18일,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청년전용 창업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금액 중 꽤나 많은 자금을 받게 되었다.
우선 돈이 부족하여하지 못했던 필수적인 공사를 마무리했다. 쥐구멍처럼 작긴 해도 제조업이다 보니 문 밖의 방충망과 소독기는 필수였고, 더 많은 생산과 납품을 위해 필요한 기계 7개를 추가 구매하고, 수가 늘어난 만큼 제조장 타일도 3배로 깔끔히 넓혔다.
통장 잔고가 있을 때마다 조금씩 필수적인 공사를 진행하곤 했는데, 끝날 듯 끝나지 않는 공사는 마치 고장 난 샤워기 같다. 고장 난 샤워기의 물은 따뜻하다가도 잠깐의 터치로 갑자기 차가워지고 차가워서 못하겠다 생각이 들어 다시 만지면 너무 뜨거워져 데어버린다. 그렇다고 멈출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래서 나 같은 경우에는 차가운 물로 빠르게 씻고 도망 나오는 편이다. 물론 성질 같아서는 진작에 팍 하고 샤워기를 껐겠지만, 요즘은 또 계속 조절해가면서 즐기는 것 같기도 하다.
이제와 말하는 건데, 버스 벨 누르는 것조차 신경 써야 할 만큼 내성적인 나는 사업하는 데 있어서 자신에게 굉장히 피곤한 스타일인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타고난 것을 어쩌겠는가. 그래서 나는 어떤 일을 결정하고 실행하는 데 앞서 일단 공지하고 수습하는 방법을 쓴다. 일명 빼박 기법으로 빼도 박도 못 하는 방법이다. 4년 가까이 써먹고 있는 걸 보니 꽤나 유용하다.
모든 일을 책임져야 하는 입장에서 조금 힘들긴 해도 사랑하는 것들의 꾸준한 성장을 위해서는 뭐든 못하겠나 싶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경험이 쌓이기 마련이니.
썩 괜찮은 마땅한 방법으로 재밌게 살아보려 합니다. 지금까지의 여행은 추억으로, 앞으로의 삶은 모험으로 감히 글을 써보려 합니다. 한국 사람이지만 한국어를 제일 모릅니다. 그냥 일상을 기록하는 일기처럼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