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 변환만 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전 글에서 화면을 React나 HTML로 바꾸는 과정을 테스트하는 Figma MCP의 코드 변환 기능에 대해 다룬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제가 Figma MCP를 가장 많이 쓰는 건 코드 변환이 아닙니다.
실무에서는 프로덕트 기획자로서 문서 작성, 시나리오 검증, 디자인 리뷰 과정에서 훨씬 자주 활용하고 있는데요. 주석을 자동으로 작성하거나, 놓친 엣지 케이스를 찾는 식입니다.
최근에 패스트캠퍼스 2025 한 번에 끝내는 피그마 초격차 패키지 강의에서 Figma MCP 파트의 연사를 맡게 되었습니다. 프로덕트 기획 과정에 있어서 Figma MCP의 활용 사례를 다룬 강의입니다. 초보자와 주니어를 대상으로 MCP 설치부터 더미 데이터 생성, 다크모드 전환, 디자인 리뷰까지 기본적인 사례를 다뤘으며, UX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AI 도구를 실무에 도입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내용을 구성했습니다.
https://fastcampus.co.kr/dgn_online_figmasig
하지만 강의에서 소개하지 못한 내용들이 있습니다. 초보자가 이해하기에는 맥락이 복잡하거나, 실무 경험이 있어야 체감할 수 있는 활용법들입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프로덕트 기획 업무에서 실제로 가장 자주 쓰는 다섯 가지 방법을 공유하려 합니다.
주석 작성이 필요한 이유
프로덕트 문서는 기획자만 보는 게 아닙니다. 개발자는 화면 구조와 로직을 파악해야 하고, 디자이너는 인터랙션과 상태 변화를 이해해야 합니다. 주석은 이들 사이의 번역기 역할을 합니다. "왜 이 버튼이 여기 있는가", "로그인 실패 시 어디로 이동하는가", "이 데이터는 어디서 오는가" 같은 질문에 미리 답해두는 것입니다. 주석이 충분하면 회의 시간이 줄고, 개발 중 질문이 줄어들며, 인수인계도 수월해집니다.
MCP 활용 방식
화면마다 기획 의도와 제약 사항을 일일이 문장으로 쓰다 보면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이 때 Figma MCP는 Figma 화면의 구조와 텍스트, 플로우를 분석해 기획 의도를 문장으로 만들어줍니다. "사용자 인증 완료 후 진입", "닉네임 중복 확인 필수" 같은 문장을 자동 생성하는 식입니다.
실무 효과
주석 초안 작성 시간 50% 이상 단축
시나리오 설계가 어려운 이유
결제 플로우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상품 선택 → 결제 수단 입력 → 완료" 간단한 플로우이지만 실제로는 이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카드 정보가 잘못되었다면? 결제 중 네트워크가 끊긴다면? 사용자가 뒤로가기를 누른다면? 각 상황마다 다른 화면과 메시지가 필요하고, 흐름도 달라집니다.
이런 예외 상황을 기획 단계에서 놓치면, 개발 후반에 "이 경우는 어떻게 처리하죠?"라는 질문을 받게 됩니다. 그때 화면을 추가하려면 일정이 밀리고, 급하게 만든 해결책은 사용자 경험을 해칠 수 있습니다.
MCP 활용 방식
Figma MCP는 현재 화면과 플로우를 분석해 놓칠 수 있는 분기를 제안합니다. 오류 화면, 로딩 상태, 빈 데이터, 권한 없음, 타임아웃 같은 상황을 리스트업해 줍니다.
예를 들어 로그인 화면만 그려뒀다면, "비밀번호 5회 오류 시", "계정 정지 상태일 때", "최초 로그인 시 약관 동의" 같은 케이스를 추가로 제안하는 식입니다. 모든 제안을 다 반영할 필요는 없지만, 검토 체크리스트로 활용하면 누락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실무 효과
요구사항 누락 이슈 감소
기획 초기 리스크 가시화로 일정 예측 정확도 향상
싱크 맞추기가 필요한 이유
배포된 서비스 화면과 최신 Figma 디자인 파일 사이에 텍스트 차이가 생기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운영 중 급하게 문구를 수정하거나, 디자인 파일 업데이트가 밀리는 경우가 생깁니다. 조직마다 동기화 툴 체계가 다르고, 아예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문제는 이 차이가 누적되면 프로덕트 디자인 문서와 실제 서비스가 따로 놀게 된다는 점입니다. 사람 눈으로 일일이 대조하다 보면 놓치는 구간이 생기고, 문구 반영이 계속 밀립니다.
MCP 활용 방식
Figma MCP로 현재 운영 화면과 최신 디자인 파일의 텍스트를 비교하면 불일치 구간을 빠르게 찾을 수 있습니다. 차이점을 요약해서 보여주고, 불일치 부분만 Figma 화면상에 강조 표시할 수도 있습니다.
실무 효과
텍스트 불일치 1차 스크리닝 속도 향상
싱크 작업 검토 횟수 감소
역방향 정리 방식으로의 전환
요즘 프로덕트 기획 방식은 빠릅니다. 아이디어를 먼저 만들고 검증한 뒤, 문서 구조(목차, IA)를 나중에 정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Figma에 흩어진 수십 개 화면의 이름을 일일이 확인하고, 이를 목차 문서나 IA 문서로 옮기는 작업이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는 점입니다. 화면명을 복사하고, 문서를 왔다 갔다 하며, 계층 구조를 맞추는 반복 작업이 쌓이면 한두 시간이 금방 지나갑니다.
MCP 활용 방식
Figma MCP로 현재 파일의 모든 화면명을 추출하고 목차 형태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화면 묶음별로 상위와 하위 관계를 제시해 주어 문서 뼈대를 바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네이밍 톤도 일관된 명사형이나 동사형으로 정리되어 가독성이 올라갑니다.
실무 효과
화면명 수작업 복사 시간 단축
목차/IA 구조화 초안 작성 시간 단축
AI 피드백이 필요한 이유
프로덕트 화면의 문구는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까다롭습니다. 기획자나 개발자가 문구를 작성할 때 익숙한 업무 용어를 그대로 쓰거나, 시스템 관점의 표현을 고객 화면에 노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문 UX 라이터를 고용하면 좋겠지만, 모든 프로젝트에 그럴 여력이 있는 건 아닙니다.
Figma MCP의 피드백 방식
Figma MCP는 화면의 모든 텍스트를 읽고 우리가 요청한 관점에서 개선 포인트를 제안합니다. 명확성(전문용어 순화), 간결성(불필요한 단어 제거), 일관성(용어 통일), 고객 관점(표현 전환) 등의 관점입니다.
예를 들어 "결제 처리가 완료되었습니다"라는 문구가 있다면, "결제되었습니다"로 더 간결하게 바꿀 것을 제안합니다. "서비스 이용이 제한됩니다"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습니다"로 고객 관점 표현으로 전환하라고 피드백합니다.
실무 효과
문구 작성 시 놓치기 쉬운 개선점 조기 발견
서비스 전체 문구의 일관성 확보
Figma MCP를 프로덕트 기획 업무에 도입하며 느낀 건, 이것이 만능 도구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몇 가지 한계와 주의사항이 있습니다.
한계점
첫째, MCP의 제안을 100% 신뢰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복잡한 비즈니스 맥락이나 브랜드 고유의 톤앤매너가 중요한 경우, AI의 판단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최종 검토는 반드시 사람이 해야 합니다.
둘째, 프롬프트 작성에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면 어떻게 질문해야 하는지 감을 익혀야 하고, 이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발생합니다.
셋째, 전후 맥락을 모르는 상태에서 제안하기 때문에, 때로는 엉뚱한 방향의 피드백을 줄 수 있습니다. 기획자가 의도를 명확히 전달하지 않으면 결과물의 품질이 떨어집니다.
그럼에도 추천하는 이유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Figma MCP는 프로덕트 기획 업무의 효율을 분명히 높여줍니다. 주석 자동화는 맥락 정리 시간을 줄이고, 시나리오 검증은 누락 리스크를 조기 발견하며, 텍스트 비교는 운영 싱크를 맞추는 데 도움을 줍니다. 목차/IA 생성은 반복 작업을 줄이고, UX 라이팅 피드백은 문구 품질을 높입니다.
결국 MCP의 가치는 '완벽한 결과물'이 아니라 '빠른 초안'에 있습니다. 1차 작업 속도를 높여주는 보조 도구로 활용하되, 최종 판단은 기획자의 몫으로 남겨두는 것이 적절한 사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