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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륜 Nov 27. 2023

당연한 일을 당연히 해낸다

책 <괴물 같은 기업 키엔스를 배워라>

*아래 글 중에서 책 내용은 그대로 가져오거나 요약정리함


키엔스의 성공 비결은 단순하다. 시스템을 만들고 철저히 운영한다. 그리고 모든 직원이 완벽하게 실행한다. 적당히는 통하지 않는다. 예외도 없다. 키엔스 직원들은 당연한 일을 당연하게 해낸다. 그 당연함의 수준이 상식을 뛰어넘는다.

 


키엔스는?

일본 시총 2위 기록

직원 평균연봉(2억) 제조업계 1위 (전체 2위)

영업 이익률 55% 연평균 성장률 10%

센서 중심 업무용 전자기기 주력

제조 현장에서 이상을 감지하거나 생산성 향상에 이용되는 제품군 판매

 


키엔스에는 군데군데 화석이 놓여 있다. 화석이 되지 말자는 뜻에서라고 한다. 화석은 딱딱히 굳어 변하지 못한다. 늘 변화하고 진화해야 한다는 가치를 리마인드하기 위해 그들은 화석을 보며 일한다.

 


키엔스는 개인의 능력에 기대지 않는다.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설계한다. 모든 직원은 시스템이 요구하는 행동을 완벽하게 수행한다. 이것이 키엔스가 지닌 힘의 근원이며 인재 육성의 핵심이다.

 


키엔스의 시스템

매일 영업 롤플레잉, 매일 업무 피드백, 해피콜(고객에게 전화해 직원의 영업에 대한 피드백 들음), 미팅 종료 5분 내로 기록(기록하지 않으면 행동하지 않은 것), 미팅 종료 시 “혹시 또 도움이 필요한 것은 없으신가요?” 반드시 질문(예정되지 않은 다른 계약까지 같이 따냄) 등

 


키엔스는 직원이 행동하면 피드백을 주고 다음 행동을 촉진한다. 행동만 남기는 일은 없다. 키엔스의 시스템은 성약설에 바탕을 두고 있다. 사람을 그냥 두면 쉽게 게을러진다. 그렇기에 모두가 무엇을 하는지 투명하게 공개한다. (우리 회사도 스케줄러상 모든 일정과 서로의 점수를 매일 공유한다) 나쁜 숫자도 가리지 않는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완벽히 수행하기 위해서. 쉽지 않은 문화이지만 키엔스 사람들은 즐겁게 일한다.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이해했기 때문이다. 오늘의 행동이 내일의 좋은 결과를 만든다고 믿으면 누구나 필요한 행동을 하게 된다.


 

키엔스의 미래는 키엔스 직원이 결정하는 것이니 원하는 회사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다들 사장 마인드로 일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들은 목표의식과 목적의식, 그리고 문제의식을 갖고 행동한다. 누군가가 시키는 대로 한다면 성과를 올려도 결국은 무엇을 위해 하는지 행동의 목적을 잊게 된다. 그러므로 먼저 제안해야 한다.


 

키엔스가 급격히 성장하면서 최상급 인재들이 더 많이 지원하게 됐다. 옛날 같으면 대단하다고 평가했을 법한 인재가 지금은 평범해졌을 정도. 면접관 수준도 그에 발맞춰 매년 업데이트된다.


 

키엔스를 읽으며 당연한 일을 당연히 해내게 만드는 나의 시스템에 대해 돌아봤다. 내가 속한 HR팀이 일하는 방식과 개인 일정관리를 정리했다.

 


현재 HR팀 구성원은 대표, 임원, 문화리더, 팀장 그리고 나 이렇게 다섯 명이다. 나만 신입이다. HR에 속하면서 ‘나는 신입이다’라는 생각을 빠르게 언러닝unlearning하게 됐다.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할일이 매일 있고 나의 멘토가 팀 리더인데다 선배와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이 감사하다.


 

이번에 HR 보고 시스템이 추가되었다. 지금부터 3주 전까지는 화요일 회의 때 회의록에 미리 안건과 함께 한 주간 한 일을 쓰는 정도였다. 1주 전까지는 HR방에 미리 공유하고 다 한 상태에서 회의록에 쓴 것만 인정됐다. 지난주부터 화목토 보고 시스템을 새로 도입했다.



화 : 팀장은 이번 주 할일 리마인드, 팀원은 언제까지 어떻게 끝내겠다 보고

목 : 팀장은 계획이 얼마나 실행되었는지, 안되었다면 왜 안 됐고 어떻게 해낼 건지, 팀원은 실행 진척도 이야기 및 피드백 받기

토 : 팀장은 다한 거 맞는지 충분하게 했는지, 팀원은 어느 부분에서 좀 더 깊게 생각할 건지

 


보고는 원활한 일 진행을 돕는 시스템이다. 또 하나의 할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보고를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게 됐다.

 


회사에서는 어떤 일을 내가 가장 먼저 하는 것 자체가 리마인드 효과를 내기도 한다. 그럼 ‘아 맞다’ 하면서 다른 직원도 그 일을 하게 될 수 있다. 최근에 몇몇 분들에게 내가 FM이라는 말을 들었다. 매뉴얼을 지킨다는 뜻으로 융통성이 없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아무튼 원칙을 지킨다는 뜻이다.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흐트러진다. 흐트러지면 일정에 끌려가게 되고 내 일상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내 삶의 주인이 되지 못한다. 평소에도 일정을 완벽히 관리하려 한다. 일정이 밀려 누가 뭐라 하거나 스스로 마음이 바빠지면 안 그래도 타이트하게 살고 있는데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러면 자유로운 사고가 어려워지고 주위 사람에게도 여유 있게 대하지 못하게 된다. 그게 너무 싫다. 매일 예정된 할일은 당연하게 해야 한다. 별거 아닌 거 하나를 놓쳐서 하루가 흐트러질 수 있다.


 

이런 나의 바람과는 다르게 나는 일상적인 일을 종종 잊어버린다. 어떻게 이런 걸 잊어버리나 싶을 정도로 까먹는다. 오랫동안 관찰한 결과 나는 작은 일들에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뇌에서 이건 그닥 중요하지 않아 하고 처리되면 자동으로 지워지는 듯하다. 사실 인생은 이런 작은 것들로 채워진다. 그렇기에 분명 작은 일들은 소중하다. 하지만 내가 삶, 미래, 의미, 자유 이런 거시적인 개념을 좋아하고 나머지 일상은 너무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노력해도 잘 되지 않았다. 예를 들면 나는 메모하지 않으면 가족 생일도 까먹는다. 비타민 먹기, 손발톱 깎기도 마찬가지다. 이런 작은 일들에 관심이 없다 보니 기억해서 챙기기란 불가능하다. 자책한다고 바뀌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 모든 것에 투두리스트를 만들고 그걸 체크하며 살아간다. 하루 할일 개수는 적으면 6개 정도 많으면 20개가 넘을 때도 있다.

 


리마인드 시스템으로는 핸드폰 캘린더를 활용한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캘린더를 열어 할일을 확인하고 낮에 수시로 체크하며 수행하고 자기 전에 마지막으로 다했는지 확인한다. 못한 건 내일로 넘긴다. 오늘 반드시 해야 할 일을 넘기는 일은 없다. 넘겨도 되는 일만 넘긴다. 넘기는 수동 작업에서 자동 리마인드가 된다. (또 넘기고 있구나 내일은 해야지)

 


급한 일-> 메모에 안 적고 즉시 처리

급하지 않지만 언젠가는 해야 하고 간단한 일-> 메모에 안 적고 즉시 처리

중요한 일-> 우선순위 처리

매일 해야 하는 일-> 오늘 하고 내일로 날짜변경

해당 요일마다 해야 하는 일-> 그 요일에 하고 다음 주로 날짜 변경

이번 주에 해야 하는 일-> 일요일에 적고 토요일이 되기 전까지 매일 넘기며 처리

이번 달에 해야 하는 일-> 1일에 적고 주마다 넘기며 처리

이번 해에 해야 하는 일-> 가급적 연초에 하고 미뤄지면 연말로 넘김

 


연 단위-> 부모님 음력 생일을 계산해 해당 날짜에 표기, 가족/연인/친한 친구 몇 명 생일 표기, 병원 정기검진 권장되는 시점쯤 해당 월 1일에 해당 진료과 표기

월 단위-> 이번 달에 해야 하는 일을 권장 주 첫날(일요일)에 표기

주 단위-> 일요일에 표기

일 단위-> 그날 할일 하고 일정 삭제, 반복일정은 해당 일로 날짜변경

 


할일 목록은 대부분 간단한 것들이다. 예를 들면 출근 지문찍기(오른검지)도 어제까지 몇 달간 매일 날짜를 변경해가며 습관을 들였다. 이 글을 쓰면서 지웠다. 이제는 확실히 외운 것 같아서.



이렇게 미리 써놓으면 그날 할일이 미리 쓰여 있다. 할 수 있는 일은 빨리 처리하고 할 수 없는 일은 빨리 다음 일자로 넘긴다. 그리고 안 해도 되는 일은 빠르게 포기한다.

 


보면 좋지만 친구와의 약속-> 미움받을 각오. 바쁘다고 함

친구 생일 챙기기-> 연초에 메모하는 몇 명 빼고 전부 포기

머리 기장 유지-> 포기 자름

출근 화장-> 포기 간단히

소설 쓰기-> 포기

악기 연습-> 포기

경제신문 3면까지 읽기 주6회-> 주3회

주식창 매일 확인-> 포기

뉴스레터 구독 10개 이상-> 전부 포기

월1권 영어원서 읽기-> 포기

유투브 홈 둘러보기-> 포기

재테크 칼럼 읽기-> 포기 대신 사내주식 구입

문학책 맘껏 읽기-> 포기

OTT 자주 보기-> 포기

집안일-> 포기 가족에게 맡김

요리-> 포기 간단히 해먹거나 해주신걸 먹음

늦잠-> 포기

하루 통으로 펑펑 놀기-> 포기

꿈에서 일 안 하기-> 포기

몸무게 매일체크-> 포기

먹은 음식 매일체크-> 포기

 


그래도 정신건강을 위해 가끔은 데이트, 드라마, 뒹굴거리기, 아침식사&핸드드립 등도 해야 하기 때문에 이동 시에 핸드폰으로 최대한 많은 일을 처리해 시간을 벌어 둔다.

 

 

키엔스에서는 모든 직원이 완벽하게 실행한다. 우리 회사에서 모든 직원이 완벽히 실행하게 하려면 좀 더 엄격한 시스템이 필요할 수 있다. 시스템을 고민해보고 만들어가는 일도 재미있을 것 같다. HR은 채용 외에 직원 역량강화도 해야 한다. 교육을 하거나 동기부여를 하는 등. 그걸 하는 HR 팀원이 모범이 되어야 하는 건 대단하고 멋진 게 아니라 당연하다. 당연한 걸 안 하는 게 미친 것이다. 자기관리를 못하는 HR 팀원이 직원교육을 한다? 그것처럼 한심해보이는 일도 없을 것이다. 그 교육이 통할 리가 없다. 그렇기에 지금부터 당연히 관리해야 한다. 휴일 텔레그램 확인에 관해 대표 말씀. 임원은 늘 연락이 되어야 한다. 당연히 휴일에도. 팀장은 그에 준하는 수준을 기대한다. 나는 둘 다 해당되지 않지만 휴일에도 변함없이 텔그를 확인하고 보고한다. 왜냐하면 언젠가 팀장이 되었을 때 휴일에 텔그를 확인하는 습관이 갑자기 길러질 리가 없기 때문이다. 안 하던 걸 하면 귀찮게 느껴질 것이다. HR에 들어온 후부터 사실상 쉬는 날이 없다. 출근하냐 재택하냐의 차이다. 멋지려면 압도적으로 멋져야 한다. 지금은 못하고 있지 않지만 끝장나게 잘하고 있지도 않다. 아직 멀었다. 나를 포함해 모든 직원이 완벽히 실행할 시스템은 무엇일까? 지극히 당연한 일은 당연히 해내고 그보다 더한 일들을 해낼 수 있는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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