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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와정피디 Jun 20. 2018

웰컴백! N 굿바이 Ⅴ

DAY 6 다섯 번째 이야기



이 여행의 끝을 잡고


시작과 끝은 언제나 함께한다. 설렘과 아쉬움은 늘 시소처럼 마음의 끝과 끝을 오간다. 홧김에 시작했던 여행은 어느새 마지막 지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이제 이곳 아이슬란드에 머물 시간보다 추억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그것은 곧 떠나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금씩 마침표를 찍어나갈 준비가 필요했다. 

한국으로 돌아갈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우리는 점점 말수가 줄어들었다. 가만히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서로의 생각에 잠기곤 했다. 이제 돌아가면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 하는 아쉬움도 컸지만 점점 다가오는 현실에 대한 복잡함이 더 컸다. 영원히 돌아가지 않을 것처럼 떠나왔지만, 결국 다시 돌아간다. 

돌아가야만 한다.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



한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수다의 마무리는 항상 ‘미래에 대한 고민과 불안’으로 점철되었다. 다음에는 어떤 프로그램을 해야 할까, 그 속에서 우리는 어떤 일을 해야 하는 것인가, 우리가 하고 싶은 방송은 과연 어떤 것인가. 정답도 없고 방향도 없는 물음. 매번 짙은 안개 속이라 끝은커녕 길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끝을 믿고 걸어가야 했다. 

하지만. 이렇게 고민해봐야 무얼 하겠는가. 그 고민에서 시작해 여기까지 왔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또 하게 될 걱정이다. 그렇다면 Amor Fati! 순간을 아끼고 지금을 사랑하자. 여기 아이슬란드에서의 나날을 만끽하고 기억하자.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문득 기념품을 아직 사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음으로 추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이라면 그 추억은 두 배가 될 터. 이렇게 지름신을 영접할 핑계를 완벽히 준비하고 기념품 가게로 향했다. 지금 기분이라면 아이슬란드의 모든 것들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우리의 고민을 함께 들어주었던 작은 카페  @babalu cafe





이작가 SAYs , 당신의 추억은 어떤가요?

여행지에서 우리는 흔히 두 가지의 방법으로 그곳을 추억한다. 나를 남기거나, 그곳을 가져오거나. 관광지마다 빠지지 않는 낙서들이 전자라면 여행지의 풍경이 담긴 기념품들이 후자에 속할 것이다. 

이것저것 사들이고 모으는 걸 좋아하는 나는 남기기보단 가져오는 편이다. 그것도 왕창. 종류도 다양해서 키링, 마그넷은 기본에 스노우볼, 큰 인형까지 조금 독특하다 싶으면 일단 사 온다. (그리고 6개월 후 서랍에서 발견된다.) 정피디는 아이슬란드에 그녀와 함께했던 운동화를 두고 왔다. 그리고 그때를 사진으로 남겨 가져왔다. 

레이캬비크의 한 거리를 지날 때였다. 대문을 장식하는 울타리 끝에 아이들이 흘린 것 같은 장갑, 모자 등이 걸려 있었다. (심지어 짝 없는 신발 하나까지) 크기와 색깔 모두 제각각이었다. 언제부터 그걸 걸어놓기 시작한 건진 모르겠지만 꼬마들의 분실물은 귀여운 포토스폿이 되어 여행객들의 셔터를 누르게 했다. 물론 그건 ‘남겼다’기 보다는 ‘두고 왔다’에 더 가까울 테지만. 저 장갑의 꼬마 주인은 하나만 있는 장갑을 볼 때마다 나머지 장갑을 두고 온 아이슬란드가 생각날 것이다. 

당신의 여행은 남기는 편인가. 아니면 가져오는 편인가. 사실 그 어떤 것도 나쁘지 않다. 다만 지금 이 글을 보며 떠오르는 여행지에서의 추억 한 컷이 있다면 충분할 테니.


당신의 추억도 거기 있나요?



뭘 사야 잘 샀다고 소문이 날까. 기념도 되고 선물하기에도 좋은 것이어야 하는데. 좀처럼 마음에 드는 놈을 찾지 못했다. 기념품들이 별로인 건 정피디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블록마다 있는 가게를 죄다 들어갔지만 빈손으로 나왔다. 마음 같아선 손에 짚이는 대로 담아서 가져가고 싶은데. 이놈의 눈은 이런 걸 볼 때만 필요 이상으로 높다. 괜찮다, 싶으면 가격이 괜찮지 않았다. 심지어 제일 만만한 엽서도 한 장에 천 원이 훌쩍 넘는다. 늘 여행지를 가면 엽서를 사 모으는 게 취미인데 여기서는 엽서조차 마음껏 살 수 없다. 이놈의 북유럽 물가. 게다가 나중에 알게 된 사실. 우리가 죄다 살펴봤던 가게들이 실은 한 브랜드의 체인점이었다는 것. 

조금이라도 싼 곳이 있을까 레이캬비크의 온 동네를 다 휘젓고 다녔는데. 머리가 나빠서 애먼 손발이 고생하는구나. 미안하다 토닥토닥.. 특히 LONDIC과 PENNINN은 취급하는 제품도 거의 같았다. 아무리 발품 팔아봤자 저렴이를 득템 할 수 없는 이유였다. 고민한 끝에 이작가는 스노우볼과 엽서를, 정피디는 마그넷과 키링을 샀다. 그리고 가지고 있으면 다시 아이슬란드로 돌아올 수 있다는 아이슬란드 표 행운의 동전을 하나씩 나눠 가지고 숙소로 향했다. 


이제 레이캬비크 거리도 안녕이구나. 아이슬란드도 안녕이구나. 내일이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야 할 시간. 숙소로 가는 길이 그 어떤 길보다 길고 길다. 

만약 이게 프로그램 속 한 장면이었다면 영영 편집하지 않고 영상 그대로 남겨두고 싶은 마음이었다. 

끝나지 않도록.


아이슬란드의 대표적인 기념품 가게




<이작가와 정피디의 소소한 꿀 TIP>


센스 더하기! 아이슬란드의 색다른 기념품

물가 어마어마하게 높기로 유명한 아이슬란드. 살인적인 가격표는 기념품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일러스트 그림이 그려진 기본의 북마크도 한화 만 원, 주먹보다 작은 스노우볼 역시 3,4만 원은 훌쩍 넘는다. 아주 퀄리티가 좋지 않은 것들도 상상 이상으로 비싸서 선뜻 지갑을 열 수 없었다. 

레이캬비크의 거의 모든 기념품 숍을 샅샅이 뒤졌음에도 불구하고 가격과 퀄리티를 모두 만족하는 제품은 아주 찾기 힘들었다. 그리하여 눈을 다른 쪽으로 돌려보기로 했다. 기념품 숍보다는 저렴한 가격이면서도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제품들이 무더기로 있는 곳. 바로 ‘마트’였다. 실제로 지인들에게 선물했을 때도 기념품보다는 마트에서 산 것들의 반응이 훨씬 좋았다. 그중 추천할만한 세 가지 마트 기념품을 소개한다.


1. 국민 요거트 Skyr

아이슬란드의 요거트 브랜드. 어느 가게를 가더라도 항상 있고 정말 다양한 맛이 존재한다. 어느 것을 골라도 웬만해서는 실패할 확률이 거의 없고 가격도 매우 착해서 캐리어에 담아오기 딱 좋다.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맛은 딸기, 레몬&크림치즈, 크림뷔릴레 정도. 플레인의 경우 한국과 같은 맛이라 추천하지 않는다. 

출처 Abumonkey likes food 

2. 핫도그 소스 PYLSUSINNEP

위에서도 언급한 아이슬란드만의 특별 머스터드소스. 작은 사이즈는 선물하기 좋고 큰 사이즈는 냉장고에 두고 쓰기 좋다. 한국에서는 거의 구할 수 없기 때문에 꼭 사가기를 추천. 분명 한국에 돌아가면 생각난다, 그 핫도그 맛.


3. 미니어처 보드카&진

깜빡하고 아이슬란드에서 기념품을 사지 못했다면? 다행히 면세점 찬스가 남아있다. 케플라비크 공항 면세점에서는 아이슬란드 다양한 지역의 보드카와 진을 미니 사이즈로 판매하고 있다. 손에 쏙 들어오는 귀여운 사이즈라 기념도 하고 선물하기도 좋다. 술을 좋아하는 지인에게 선물했을 때 가장 반응이 좋았다.

출처 Uvin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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