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틀 포레스트’에 드러난 가치롭게 사는 법
주인공 혜원이 고향 미성리로 돌아온 건, ‘배고파서’ 그리고 ‘임용고시에 떨어져서’다. 그는 서울에서 인스턴트로 끼니를 때우고, 알바를 하며 임용고시 공부를 했다. 그러나 함께 준비하던 남자친구만 임용고시에 합격했다. 서울 생활에 지친 혜원은, 추운 겨울에 무작정 미성리로 향했다. 혜원은 자신을 반기는 고향 친구 재하와 은숙에게 이렇게 말했다. “곧 (서울로) 돌아갈 거야.” 그러나 혜원은 점차 미성리에서의 삶에 녹아든다. 취업 문제나 남자친구와의 관계에 대한 걱정거리를 잊기 위해 바쁘게 일한다. 혜원이 스무 살이 되기 전 가출한 엄마를 떠올리며, 어릴 적 함께 먹었던 음식을 직접 해 본다. 고모, 친구들과 함께 감자를 심고, 산에 올라 밤을 줍는다. 그렇게 미성리에서 일 년을 보낸다.
‘리틀 포레스트’를 보며, 여러 가지 비슷한 콘텐츠를 떠올릴 수 있다. 예능 ‘어쩌다 사장’과 ‘효리네 민박’, 아이유의 노래 ‘가을 아침’이 그 예다. 요즘 들어, 특히 예능에서, 이러한 농촌 살이 콘텐츠가 많아졌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도시의 사람들은 농촌을 보고 듣는다. 한적하고 여유로운 농촌의 삶을 그리며 힐링한다. ‘리틀 포레스트’ 역시, 농촌 생활에 대한 이야기지만, 그 안에는 도시를 사는 현대인의 시선이 담겨 있다. 혜원은 도시에서 고단한 생활을 겪고 다시 농촌으로 회귀해 스스로를 치유하는 인물이다. 영화 속 농촌에는 고모와 친구들이 있고, 아름다운 자연이 있고,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이 있다.
이처럼 도시인의 관점에서 낭만적 농촌을 묘사하기 때문에, 이 영화가 비현실적이라는 비판도 있다. 실제 농촌과 사뭇 다른 환상을 씌워 농촌을 타자화하므로, 영화는 농촌 사람들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리틀 포레스트’가 의미 있는 것은 삶의 가치를 제시하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농촌’은 단순히 실제적 공간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좋은 인간관계와 자연친화적인 삶’이라는 의미 또한 갖는다. 이는 영화에 묘사된 것처럼, 친구들과 계곡에서 수박을 먹으며 떠들고 봄의 새싹을 보며 마음의 평안을 얻는 삶이다. 소소해 보이지만, 실은 우리에게 ‘함께하는 행복’을 일깨우는 일들이다. ‘리틀 포레스트’는 농촌이라는 실제 공간을 동경하기보다는, 우리가 잠시 잊고 살았던 삶의 방향성을 안내한다.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일상적이고 지루한 삶에서 우리가 인간·자연과 ‘함께’할 때의 따스함을 잊지는 않았는지, 멈춰 서서 생각하게 한다.
한편, ‘리틀 포레스트’에서 혜원이 농촌에 정착하는 과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미성리에 돌아온 겨울, 혜원은 엄마의 ‘작은 숲’에서 생활했다. 이는 ‘요리, 자연, 혜원에 대한 사랑’으로 요약된다. 혜원은 엄마처럼 요리하고, 농사 지었을 뿐, 자신만의 삶을 찾지 못했다. 혜원은, 그의 대사처럼, “가장 중요한 일을 외면하고, 그때그때 열심히 사는 척, 고민을 얼버무리고” 있었다. 이에 반해 재하는 서울에서 인간성의 상실을 겪은 후, 미성리에 돌아와 본격적으로 사과 재배와 농사를 배웠다. 그는 어느새 어엿한 청년 농부가 돼 있었다. 혜원은 그런 재하를 보며, 삶의 방향을 스스로 고민하기 시작한다. 자신만의 ‘작은 숲’을 찾기로 한다. 미성리에서의 일 년 살이를 통해 고민을 끝낸 후, 서울로 돌아가 돈을 모으며 서울 생활을 정리한다. 다시 봄이 되고, 혜원은 진정으로 미성리에 돌아온다. 그리고 말한다, “포기가 아니라 선택한 거야”라고.
이처럼 ‘리틀 포레스트’는 주체적으로 삶의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무작정 다른 이의 삶을 따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재하는 서울이 싫어 농촌에 왔지만, 대책도 없이 삶을 포기하듯 도망친 게 아니다. 다른 삶의 형태를 모색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다. 태풍이 몰아쳐 재배 직전에 사과가 다 떨어지는 고난도 겪는다. 그때 재하는 “초보 농사꾼이 수업료 낸 셈 치지 뭐”라며 태평하게 넘어간다. 스스로 선택한 삶이므로, 고난에도 책임져야 하고, 책임질 수 있다.
나는 ‘리틀 포레스트’를 보며, 혜원이 사는 방식을 닮고 싶었다. 주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자연과 어울리며 살아가는 것이 나의 삶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삶의 형태는 농촌이 아닌 도시에서도, 나의 마음가짐만 달라진다면 충분히 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인스턴트보다는 건강한 음식을 먹고, 마로니에 공원에 산책하러 가고, 기숙사에 살며 바쁜 하루를 보내더라도 가족에게 연락하는 것이 있다.
또한 재하가 사는 방식처럼, 삶의 방향성을 스스로 선택하고 고난에 책임지는 사람이 되고 싶다. 출판기획자를 꿈꿨을 때, 주변에서는 일의 강도나 소득을 이유로 들며 나를 말렸다. 그러나 나는 다른 조건보다, 내가 원하는 일인지가 더 중요하다. 앞으로 다른 직업을 꿈꾸더라도, 나의 이러한 가치를 고려하며 선택하고, 그에 따르는 고난도 감수하며 살고 싶다.
‘리틀 포레스트’는 ‘함께’의 가치를 드러내며, 가치 있는 삶을 위한 하나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동시에 주체적으로 ‘나에게 적합한 삶의 방향’을 찾을 것을 권한다. 나는 함께하는 삶의 중요성을 알고 이를 추구하되, 더 가치 있는 삶을 위해 나만의 기준과 방향을 계속해서 고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