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의 기술과 51% 의 '환대(Hospitality)'
제가 즐겨 듣는 팟캐스트 중, Masters of Scale 이라는 쇼가 있습니다. 링크드인의 창업자 리드 호프만이 진행하는 팟캐스트인데요,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 에어비엔비의 브라이언 체스키, 구글의 에릭 슈미트 등 어마어마한 게스트들이 나오는 재미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주로 창업, 운영을 하며 겪게 된 이야기와 그를 통해서 얻은 인사이트들을 리드 호프만의 유쾌한 진행으로 이끌어내는 방식인데, 이번 에피소드엔 아주 흥미로운 인물이 나왔습니다. 바로 쉐이크쉑의 창업자, 대니 메이어(Danny Meyer) 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생소한 인물일 겁니다. 하지만 저처럼 음식과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미국, 특히 뉴욕 사람들에겐 아주 유명한 인물이죠. 뉴욕의 전설적인 레스토랑, "Union Square Cafe" 의 창업자이자, 올해 전 세계 레스토랑 1등을 차지한 "Eleven Madison Park" 이라는 레스토랑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를 가장 돋보이게 만드는 수식어는, 쉐이크쉑 버거의 창업자라는 이름입니다. 스타트업과는 거리가 먼 요식업계의 창업자가 링크드인의 대표, 리드 호프만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을까요? 대니 메이어는 어떻게 작은 레스토랑으로 시작해 지금 전 세계로 퍼져 있는 버거 체인의 대표가 되었을까요? 제가 들어본 포인트 중, 흥미로운 포인트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대니의 아버지는 파견 군인이어서, 어렸을때부터 남부 프랑스를 돌아다니며 컸다고 합니다. 미식의 중심 프랑스에서 수 많은 레스토랑을 방문하고, 또 방문하는 동안 자신이 어떻게 대우 받았으면 좋겠으며, 어떻게 대우 받고 싶지 않은지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세울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그는 '레스토랑' 이란 비즈니스의 본질을 '환대(Hospitality)' 에 두게 됩니다. 레스토랑의 본질이 음식이 아니라니, 아이러니하지만, 그의 결정은 옳았습니다. 고객들은 음식이 아무리 맛있어도, 그 레스토랑에서 진정으로 환대 받지 못하는 '느낌' 을 받게 되면 다신 방문하지 않게 됩니다. 적절한 온도의 음식이 올바른 타이밍에 고객에게 전달되고, 계산서를 가져다 주는 일은 누구나 레스토랑이라면 기대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그 이상, 서프라이즈를 줄 수는 없죠. 대니 메이어는 그 이상을 'Hospitality' 라고 생각했습니다. 리드 호프만은 어떤 상품, 공간을 방문할때의 '느낌' 을 굉장히 강조했는데요. 디지털 제품을 만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측정할 수 없는 것은 부정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사용할 때의 느낌 또한 절대로 무시되어서는 안 되는 부분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그는 직원들에게 49% 의 기술과 51% 의 환대를 명시적으로 요구합니다. 둘 다 정말로 중요하지만, 레스토랑이라는 비즈니스에서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은 환대라고 본 것입니다. 물론 당시 뉴욕의 레스토랑 씬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사고방식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주문한 연어가 살짝 덜 익었다면 대니 메이어의 레스토랑에선 곧바로 사과와 함께 다시 요리해 줄지를 물어봅니다. 만약 고객이 괜찮다고 하더라도, 고객은 나가기 전 대니 메이어, 혹은 매니저로부터 사과의 쪽지를 받게 되고, 당연히 연어는 계산서에 포함 되지 않습니다. 이 모든 판단들은 매니저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으며, 진정성 있게 느껴집니다. 만약 다음에 다시 방문한다면, 매니저는 여러분을 알아보고 재방문에 대한 감사와 저번에 실수한 연어에 대한 사과의 의미로 작은 디저트라도 슬쩍 여러분의 테이블에 올려 주고 갑니다. 정말 환상적인 경험이죠. 단골이 안 되고 배길 수 있나요?
그럼, 1번에서 말한 환대를 진심으로 우러나게 하려면 어떤 일을 해야 할까요? "진심으로 우러난다." 를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내가 받고 싶은 대우를 해준다." 일듯 싶습니다. "내가 받고 싶은 대우" 를 가장 잘 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역시 재미있게도 바로 옆의 동료들일 것입니다.
대니 메이어는 비즈니스의 최우선순위를 '팀' 에 두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최우선순위로 챙겨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때에, 방문하는 고객들에게도 훨씬 더 좋은 환대를 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팀의 다음으로 고객, 커뮤니티, 공급자, 그리고 마지막이 투자자라고 정의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수직적인 우선순위가 아닌, 일종의 선순환고리라고 생각해달라고 하는군요.
팀원들이 서로를 가장 잘 챙겨줄 때에만, 고객에게 진정으로 환대를 할수 있고, 지역 커뮤니티를 발전시킬 수 있고, 공급자와 좋은 관계를 가질 수 있고, 투자자에게 훌륭한 보상을 줄 수 있다고 말합니다.
늘 레스토랑 및 쉐프들이 말하는 건, 레스토랑을 경영한다는건 일종의 팀 스포츠와 비슷하다고 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100% 믿을 수 있고, 합이 잘 맞을때에 최상의 퍼포먼스가 나온다고 합니다. 이는 사실 디지털 제품을 만드는 스타트업, 아니, 그냥 비즈니스 전체에 적용될 수 있는 말이기도 하네요.
대니 메이어는 이 두 가지를 통해 'Enlightend Hospitality' 라는 단어를 만들어, 자신이 경엉하는 모든 레스토랑에 적용합니다. 문화를 스케일업 한 것이죠. 레스토랑 업의 본질을 스스로 재정의하고, 이를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스케일링한 것, 진정 Masters of Scale 이라고 불릴만합니다.
대니 메이어의 이야기를 쓴 책, '세팅 더 테이블' 에 더 자세한 내용이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따로 사서 읽어 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도 제품을 만드는 데 어떤 방향성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많은 고민과 영감들을 준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