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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대성 Nov 09. 2022

창업기03. TIME TO RESTART (3)

케이뷰티월드와이드 시즌2의 기록+

time to restart.
지난달 우리 팀이 함께 내린 결론이다. 첫번째 아이템이 정말 드라마틱하게 폭망하고, 두번째 아이템으로 피봇한 지 2년이 지났다. 조금 시간은 걸렸지만, 다행히 두번째 아이템은 초기 목표를 하나씩 달성해가며 순항하고 있다. 이제 시스템 차원에서 새로운 매출 증대 프로젝트를 시도할 수 있을 정도로 금전적인 여유가 확보되었다. 그렇다. 다시 한번 움직일 시간이다. 지금까지의 과정과, 새로운 출발을 기록한다.





험난한 두번째 아이템 선정 과정


반응은 늦게 왔다. 정확히는 시장 테스트가 늦었다. 해외에서 사업하는 사람들이 흔히들 하는 실수가 있는데, 바로 인적자원과 행정시스템에 대한 오판이다. 한국이라는 GDP 순위 TOP 10, 1인당 PPP 5만불이 넘어가는 선진국(사람마다 갑론을박이 있지만)에서 경험한 세상을 다른 나라에도 똑같이 기대하곤 한다.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정도 디스카운트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수준은 생각보다도 낮았다.


사업자등록을 인터넷에서 진행하고 당일 사업자등록증을 수령/인쇄할 수 있는 나라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로지컬한, 스케줄링된 마케팅 플랜을 제출할 수 있는 마케팅 에이전시가 있는 나라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보상형 베타 테스터, 리뷰어를 인터넷 상에서 즉시 모집할 수 있는 나라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문서와 데이터 기반의 기획력과 아이데이션을 30세 미만에게 기대할 수 있는 나라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아니 어쩌면 다 할 수 있다. 다만 그 비용이 상당히 많이 들고, 그 방법을 찾는데 오래 걸리는 것이 문제일 뿐. 우리의 시장 테스트는 2020년 내내 진행됐다.



첫번째 피봇 아이템인 유니유니 uniuni 는 베타 테스터를 모집하는데 실패했다. 베트남 법인장 루안 Luan 의 오른팔이었던 옌 Yen 은 리뷰를 쌓고 테스터를 모집하는데 보상을 지급하는 것에 극구 반대했다. 무형의 자원/서비스에는 비용을 지불해서는 안된다는 철학이 있었다. 자신이 직접, 주변 지인들을 통해 시작해보겠다고 했다. 플랫폼, 그러니까 네트워크 효과 network effects 를 위해서는 반드시 공급사이드 supply-side 를 선구축해야한다는 명제를 이해하지 못했다. 나름대로 플라이휠 fly wheel 도식을 그려 설명했지만, 옌은 오히려 이는 베트남에는 없는 문화이며, 유저들이 제대로 동작(진성 리뷰 쌓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득했다. 수백만원도 안되는 예산이었지만 이를 절약하려는 그 마음이 고마웠다. 게다가 한국에서 원격으로 지시해서 일을 진행하는 것에 부담도 있었다. 결국 프로모션 아이디어는 드롭되었고, 지켜보기로 했다. 아쉽게도 유니유니는 수백의 리뷰만 쌓고 멈췄다. 


두번째 피봇 아이템인 자사 브랜드 페이지원 page.one 은, 한 명의 바이어도 구하지 못했다. 사실 영업활동 자체가 한계가 있었기에 이해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의 소매 네트워크와 영업을 전담한 루안 법인장의 비전문성 때문이었다. 온라인몰을 활용한 B2C 세일즈와 소량의 소매점 납품 건들은 있었지만 사실상 유의미한 성과는 없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일반적인 도소매 유통망 경험이 없는 루안에게는 다소 벅찬 과제였다고 생각한다. 마케팅 꿈나무였던 앰버 Amber 가 프라이빗 파티를 다니며 판촉 활동을 벌였지만, 코로나 1년 동안 거둔 실질적 성과는 사실상 없었다.


세번째 피봇 아이템인 ODM은 천천히, 하지만 분명히 동작했다. 우리의 첫번째 ODM 레퍼런스, 코스메슈티컬 브랜드 - 스키너비스 skinavis 는 성공적으로 첫번째 세일즈를 마쳤다. 야심가였던 브랜드 오너(피부과 원장)는 B2B와 B2C를 가리지 않고 시장성만 있다고 판단되면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쇼피 shopee, 티키 tiki, 라자다 lazada 등에서 활동하는 셀러들을 불러들였고, 잠재력만 있다면 당장의 매출로 연결되지 않더라도 기꺼이 파트너십을 맺었다. 전략적으로 움직였다. 사실상 매출 규모는 미미했다. 하지만 조금씩, 확실히 성장하고 있었다. 우리도 베트남향 ODM 의 한 사이클을 돌리면서 무엇을 챙겨야 하는지 학습했다. 스키너비스의 제조 파트너가 우리라는 소문이 나자, 여러 클라이언트들로부터 ODM 의뢰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2020년 겨울, 비로소 우리는 아이템을 확정했다.





2021, KBWW Season 2 : Cross-border ODM


우리는 제조 파트너로서 클라이언트가 스키너비스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수립할 때부터 많은 의견을 나누었다. 우리는 마케팅 머터리얼들은 적극적으로 제작하여 전달했다. 한국에서도 판촉 활동을 겸했다. 한국은 베트남 고객이 외국산 제품을 구매할 때 살펴보는 꽤 의미 있는 레퍼런스 체크 필드다. 베트남인들은 생각보다 네이버를 많이, 그리고 잘 쓴다. 많은 베트남인들은 한국어를 할 줄 알거나, 한국어를 하는 지인들이 곁에 있다. 우리는 마치 우리 브랜드를 운영하듯, 다양한 활동을 겸했다. 아니 우리 브랜드가 맞았다. 클라이언트와는 상표권을 공유하여 양자가 모두 오너십을 갖기로 했다. 다시 한번 가슴 뛰는 사업이 시작되었다.


한국 화장품 산업은 명실상부 Global Tier 1 이다. (출처 : worldstopexports.com)


사업은 명쾌했다. 한국의 화장품 산업 industry 과 베트남의 화장품 시장 market 을 연결하는 것. 2021년 한국 화장품 수출액은 프랑스에 이어 글로벌 2위에 올랐다. 글로벌 점유율 11%. 글로벌 티어 tier 1 이라고 손꼽히는 나라 프랑스, 미국, 일본, 독일과 그 어깨를 나란히 하는데 손색이 없다.


베트남은 한류 프리미엄을 가장 높게 누리는 동남아시아에서도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나라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발표한 World Economic Outlook 에 따르면, 2023~2027년 5년간 베트남 경제는 동남아에서 가장 높은 연평균 6.96%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상당히 놀라운 시사점이 있는데, 2028년에는 인도네시아에 이어 동남아시아 2위 경제국으로 성장한다는 말이다. 현재 베트남은 동남아시아 6위 수준이다. 안목이 있는 것일까, 발빠른 한국은 이미 베트남 순투자액 1위 국가다.


한국은 일본을 제치고 순투자액 1위국가에 올랐다. (출처 : 매일경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케이뷰티 k-beauty 의 위상이 가장 주효한 국가인 베트남은 타겟 마켓으로 손색이 없다. 성장하는 국가에서 외국 브랜드를 졸업하고 로컬 브랜드가 등장하는 것은 당연하다.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갈수록 증대되는 2020년대에는 수많은 인디 브랜드 indie-brand 와 화장품 벤처 cosmetic venture 가 등장할 것은 자명하다. 중요한 것은 기술격차가 존재하는 화장품 산업의 특성상, 로컬 브랜드가 외국/선진국의 제조 파트너와 함께하는 것은 꽤나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것이다. 모든 브랜드는 다소 비싼 값을 치루더라도 품질에서 타협하지 않아야 롱런할 수 있으니까. 우리는 두번째 사업 아이템을 확정했다. 크로스보더 cross-border ODM - designed by local brands, made in Korea. 우리는 이 사업을 브릿지랩 Bridge.Lab 이라고 명명했다.





남은 숙제, DEATH-VALLEY


문제는 매출이었다. 스키너비스는 인디 브랜드로서 훌륭한 성장, 교과서적인 성장을 하고 있었지만, 제조 파트너인 우리, 케이뷰티월드와이드의 매출은 미미했다. 널리 알려졌듯이 대부분의 화장품의 제조원가는 얼마 되지 않는다. 게다가 각종 행정과 물류, 통관/관세, 한국에서의 마케팅 비용, 그리고 현지 법인 유지비를 고려하면 만만치 않은 제반 비용이 존재했다. 심지어 한차례 실패로 인해 회사는 이미 자본잠식이었다. 데스밸리 death-valley 는 생각보다 깊었고, 우리는 선택을 해야 했다. 



자원을 투입하여 흑자 시점을 당길 것인가, 아니면 몸을 웅크리고 이 빙하기를 견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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