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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신 Oct 11. 2024

어떤 살아있는 것의 빛은 누구에게나 무엇에게나



결과를 냈다. 말이 이상하다. 결과는 내는 건가. 이걸 결과라 부를 수 있나. 말을 바꾼다. 

중간 점검을 했다. 




삼주 전인가 책을 냈다. 혼자 만드는 과정이 있었고 누군가에게 디자인이나 그림을 부탁해 합치는 과정도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잘했다고 하고 어떤 사람들은 구태여라고 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관심이 없다. 

그 안에서 가만히 생각한다.  


나는 왜 쓰는가. 


발가벗음, 일기, 확장, 기록, 스냅사진, 창고, 얇은 이불, 배설, 울음, 포만감, 희열, 해소, 친구, 중독, 기워입는, 치유, 신경을 죽이기 않게 하기 위한, 허세, 몰입, 돌이킬 수 없는, 긴장, 순간의 만끽, 응석, 자아.


내 글에 대한 생각들이다. 첫 번째로 떠오른 생각은 발가벗음. 발가벗음으로 다시 태어나려는, 마음을 먹고 무릎을 짚어 일어나려는, 구석구석 깨끗이 씻고 닦으려는, 부끄러움을 딛고 당신을 응시하려는. 

그래서인지 글을 퇴고하고 순서를 정하다 순간 놀랐다. 이 근원에는 부끄러움이 있구나. 내 글쓰기에는 오래의 부끄러움을 고백하고 꺼내는 일련의 고해의 면면이 들어있구나. 


책이 나온 날 벌써, 다음에 쓰는 글은 누군가에게 웃음이 되면 좋겠다 생각했다. 누군가 다시 주먹을 쥐고 일어나려 할 때 힘이 되는 글이면 좋겠다고. 새 책의 잉크는 아직 마르지도 않았는데.


이 책이 읽는 이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잘 모르겠다. 살 수록 멀어지고 불투명해지는 것들이, 점점 없어지는 자신이 많다. 읽음으로써 그들이 얻는 것이 있을까. 있었으면 좋겠는데, 없다고 이제 와서 어쩔 수 있는 게 있나. 마음이 불안하다. 실컷 애써서 스스로를 불안하게 만드는 게 잘한 일인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어쨌든 만들었다. 뻗어가기 위해서, 당신에게 닿기 위해서. 

불안을 또 다른 불안으로 잠재우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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