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일기] 오늘부터 한쪽이 사별할때까지 같이 살아야 한다
* 약간의 MSG가 가미되어 있을까나
우리는 법적으로 부부지만, 마음으로는 연인이다.
통상적인 결혼 절차를 완전히 뒤집어서 [ 혼인신고 > 동거 > 결혼식 ] 으로 진행될 예정이라 그렇다.
혼인관계증명서를 떼면 떡하니 배우자라고 찍혀있지만 아직까지 남들에게 그를 남자친구라고 소개한다.
첫 단계인 혼인신고를 할때만 해도 별 생각이 없었다.
구청에 같이 가서 대기번호를 뽑고 미리 작성해온 혼인신고서와 우리의 신분증을 제출하면 끝이었다. 5분도 걸리지 않았다. 단순한 행정절차일 뿐이었다. 뭐야, 이게 다야? 너무 간단하다!
그렇지만, 동거는 조금 다른 기분이다. 집에 남자친구가 있다. 그것도 항상! 실감이 안날래야 안날 수 없는 확실한 물리적인 변화이다.
* 1주차
처음 일주일은 뭐랄까. 여행온 기분이었다. 집이 낯설어서 숙소처럼 느껴졌고 딱히 갖춘 살림살이도 없으니 적당히 갖춰진 펜션같았다. 맥주를 마시며 영화를 보며 여행온거 같다며 즐거워했다. 기념사진도 찍었다. 일주일정도 같이 여행을 다녀 온적이 있으니, 별반 다르지 않았다.
동네도 낯설어서 함께 집 근방을 돌아다니며 ‘구경’을 했다. 근방에 있는 음식점들을 하나하나 걸어다니며 탐색하고 (게중에 맛있어보이는 곳은 먹어보고) 근처 학교에서 산책을 하고 뒷산에 올랐다. 동네 구경으로 주말이 꽈악 찼다.
무엇보다 언제나 오빠가 있는게 좋았다. 눈을 떠도 오빠가 있고 눈을 감을때까지 함께한다. 따로 약속을 하지 않아도 집으로 오니 언제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밥을 먹는 것도 출근 준비를 하는 거도 여행같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아침에 일어나면 오빠가 옆에 있는게 신기해서 머리말리다가 나와서 얼굴보고 옷갈아입다 나와서 얼굴을 쳐다봤다. 간신히 일주일에 한두번 얼굴을 볼 수 있었던 연애때와는 달랐다.
* 2주차
조금 갑갑한거 같기도 하다. 퇴근 전에도 오빠가 있고 퇴근후에도 오빠가 있다! 혼자 누워자던 침대에 사람이 있다. 그것도 항상. 누구 하나 피곤한 날이면 코고는 소리에 잠에서 깨야 한다. 그리 큰 소리도 아니건만.
내방도 없다. 퇴근 후에 문닫고 조용히 있을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의 부재. 부엌도 거실도 침실도 작은방도 공용 공간이다. 간혹 먼저 잠자리에 드는 날이면 침실 문을 닫고 자지만, 결국 그 방에 사람이 들어온다.
* 3주차
싫다는 건 절대 아니다. 오히려 좋다! 오빠가 퇴근하면 뒤를 졸졸 쫓아다닌다. 집에 오빠가 있는게 신기하고 반가워서. 어쩌다 같이 출근하는 날이면 뭔가 특별한 아침을 맞이하는 기분이다. 하지만 일주일에 한두번 얼굴보던 때도 좋았던건 확실하다. 요즘 말버릇 처럼 오빠에게 묻는다.
오빠... 왜 집에 안가? 왜 자꾸 퇴근하구 우리집 와~~ 이제 얼른 집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