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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중얼리 Jul 14. 2021

누구나 각자의 공간이 필요하다

그로잉맘 에세이 기고 #2

최근 클럽하우스 앱에 푹 빠져있다. 직접 ‘작은 기획들’ 이라는 클럽을 열어 모더레이터도 되어보고, 때로는 추리 게임도 즐긴다. ’부모가 클럽에 가면 애는 누가 보나?’ 라는 생각이 들 법 하지만 이곳엔 육아방도 존재한다. 아이를 보는 소음이 허용되는 곳이다. 방에서는 서로 육아 꿀템, 꿀팁을 추천하기도 하고 고민을 나누기도 한다. 물론 듣기만 하거나 때론 아무 말이나 할 수 있는 것이 클럽하우스의 장점이다. 


육아에 집중해도 어려운 시간들에 굳이 연결되어 있고 싶은 심리는 무엇일까. 일일이 물어보지 못했지만 내 경우를 설명해 보자면 ‘나만의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연결되어 있든, 단절되어 있든 누구나 나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육아 초기에 나만의 공간은 팟캐스트였다. 말이 통하기 전의 아이를 안은 내 귀에는 언제나 블루투스 이어폰이 꽂혀 있었다. 그 다음은 자기 전에 만지작거리는 휴대폰이었다. 게임도 하고, SNS도 하고, 뉴스도 살펴봤다. 심지어 회사 홈페이지를 꼼꼼히 살펴본 적도 많다. 


엄마도 아빠도 둘만의 시간이, 그리고 각자의 시간이 모두 필요한 존재다. 육아를 하다 보면 당연히 포기하게 되는 시간을이긴 하지만 꼭 필요하다는 것을 잊고 말면 언젠가는 오해에 빠지게 된다. 육아 때문에 힘들다는 오해 말이다. 아이들 때문에 힘든 것이 아니라 나만의 시간과 공간이 없어진 상황이 힘든 것은 아닌지 되물어야 한다. 그리고 가족과 함께 서로의 공간을 확보하는 것에 대해 정확하게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겠다. 


지난 글에서 아이에게 ‘편한 아빠’가 되자고 했었는데 올해부터는 스스로 편한 아빠가 되자고 다짐하고 있다. 내가 육아에 큰 부담을 느끼고 항상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다면 아이들에게 편해지기도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들과 꼭 하고싶은 여러 것들에 관한 욕심을 내려놓고 나의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도피 육아’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 30분부터 2시까지는 육아휴직중인 후배와 함께 클럽하우스 방을 열고 여러 독립기획자를 만나고 있다. 점심을 거르는 일이 있어도 하고 싶을 정도로 나만의 무언가에 몰입하는 경험이 4주차가 되었다. 아무런 보상도, 육아와 관계도 없는 일이지만 위에서 설명했던 이유로 배우자에게 떳떳한 나만의 시간이다. 노션이라는 툴도 처음 활용해가며 내용을 정리하는 시간도 나만의 시간이 되어간다. 누군가에겐 운동이, 틀어박힐 수 있는 방이, 일이, 또는 세차가 도피처가 될 테다.


‘클하에서 육아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까’클럽 회원들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까? 클럽하우스는 잠깐의 도피처가 아니라 안식처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육아휴직이 끝나고도 나만의 시간과 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까? 아이들이 학교에 간 시간에 딴생각만 늘어가는 걸 보면 확실히 예전에 비해 마음이 편해지긴 한 모양이다. 





<이 글은 2021년 3월 육아기질분석/상담 전문기업 그로잉맘 앱에 기고한 글입니다.>


작은 기획들. 클럽이 궁금하신 분은 이 링크를 클릭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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