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잉맘 에세이 기고 #3
세 번째 육아휴직원을 제출하기 위해 회사에 다녀왔다. 근 1년 만에 뵌 팀장님은 자녀 유아기 때 육아휴직을 한 해 사용한 경험이 있다. 당시에는 다른 팀이었지만 나의 첫 번째 육아휴직 기간 직후에 육아휴직을 썼기 때문에, 일종의 동지의식이 싹텄다. 그래서인지 이번에 인사드릴 때에도 회사 일이 얼마나 힘든 지보다는 서로의 육아 상황과 코로나 시국의 어려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도시 맞벌이 부부의 육아는 아무리 투자해도 마뜩찮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일도 힘드실 텐데 부하직원의 육아에 신경써주시는 말들이 정말 감사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이튿날 승진인사 발표가 났다. 후배들이 나와 같은 직급이 되고, 동기뻘 되는 이들이 높은 직급으로 올라갔다. 3년이나 쉬는데 뭐, 이미 마음을 많이 내려놓은 터지만 사람인지라 밤에 동료들이 등장하는 꿈을 꿨다. 다음날 일어나서 휴, 발표 전에 회사에 다녀와서 다행이야, 라고 아내에게 말했다. 하마터면 과장님한테 대리님, 하고 말을 걸 뻔 했다.
나의 첫 번째 육아휴직은 2014년 초였다. 회사에서도 사회에서도 남자 육아휴직은 생소한 일이었다. 당시 홀로 아이를 보던 아내가 둘째 아이를 가졌고, 만삭의 몸으로 돌잡이 첫째를 돌보는 일은 누가 봐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양가 부모님 모두 직장이 있으셨기에 돌봄의 손길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 떨리는 마음으로 당시 팀장님께 육아휴직을 쓸 수 있을지 물어봤을 때 팀장님은 내게 따뜻한 상담과 함께 조심스럽고 미안하지만 분명한 어조로 말씀하셨다.
"(팀장으로서가 아니라 동료로서 말하건대,) 육아휴직을 한다면 1년을 써 줬으면 좋겠어. 그래야 대체자를 구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리고 승진에 공식적인 영향은 없을 테지만 역시 어느 정도 불이익을 감안하고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육아휴직 급여도 적을 텐데... 쉽지 않겠어 정말."
이에 대한 나의 대답은 모두 여전히 YES다. 직원으로서 복귀를 생각한다면 회사에 최대한 누를 끼치지 않는 것이 맞고, 그러니까 1년 단위로 쓰는 것이 맞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아이와 최대한의 시간을 보내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다.
또 승진을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 아무리 좋은 성과를 냈더라도, 1년 일한 자와 2년 일한 자 중에 누군가 승진해야 한다면 2년 일한 자가 올라가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리고 일하지 않는 이에게 돈을 주는 것도 어불성설 아닌가.
그러나 육아휴직으로 인한 인사 불이익은 불법이고(실제로 복직 후에 얼마 되지 않아서 승진을 하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아이 1명 당 1년씩은 고용노동부에서 육아휴직급여를 보장해 준다. 나는 이런 정책과 조건들이 2014년에서 2021년 지금까지 남성의 육아휴직 확대와 사용자의 인식에 큰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남성 육아휴직자가 많아지는 만큼 내 아이들의 친구들도 아빠 육아를 경험하며 건강하게 성장할 테니 대환영이다.
육아휴직을 하겠느냐고 2014년의 나에게 누군가 묻는다면 답은 다시 YES다. 모두가 상황이 다르겠지만 꼭 시도해 보라 주변에 적극 권하고 싶을 정도다. 승진과 급여를 내 가족의 안녕과 아이의 정서발달을 위해서 한 번 투자해 보는 거다. 가족이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가는 몸이라고 봤을 때 부모는 그 몸을 지탱하는 두 다리가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독박육아 깽깽이로 열 걸음 걷는 것보다 어쩔 수 없이 절뚝거리더라도 한두 걸음쯤은 아빠가 보태야 맞다.
<이 글은 2021년 육아기질분석/상담 전문기업 그로잉맘 앱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