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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에스 Feb 27. 2024

냉정한 이타주의자

Doing good Better


이 책은 정말 힘든 시기에 우연하지 않게 대학원 내부 세미나 발표에서 알게 된 책입니다. 대학원의 힘든 시절 다시금 이 분야에 대한 방향성을 잡아준 책으로, 향후 몇 년간은 생각이 크게 바뀌지 않는다면 냉정한 이타주의자로 저를 소개하고 싶을 정도로 자아정체성에 큰 영향을 준 작품이었습니다. 책을 한 문장으로 설명하자면, '효율적인 이타주의를 실천하자'입니다.


개발협력을 하다 보면 만나는 사람들의 유형은 여러 사람이 있습니다. 명예를 중시하는 사람,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 기독교적 윤리를 실천하려는 사람 등 다양한 자아실현을 위해 이 분야에 뛰어듭니다. 각각의 유형마다 나타나는 장단점이 있습니다. 모든 분들을 개인적으로 존중하며, 목적이 어찌 되었건 '협력'을 필요로 하는 이 분야에서 모두가 필요한 사람들입니다.


다만 경계하게 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무분별한 선행'을 베푸는 사람들입니다. 이러한 생각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선의와 열정으로 무장하여 숫자와 이성을 들이대면 선행의 본질이 흐려진다고 보는 것입니다. 개발협력을 만나면서 만나는 그들은 정말 아무런 해를 끼칠 의도가 없음에도 프로젝트를 수행함에 있어 무익할 때가 많습니다. 그저 선행을 실천하면 되었지라는 생각들은 개발협력이라는 배를 점점 가라앉히는 원인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원조에 대한 비관론이 생겨난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동안의 원조에 대한 효율성을 물어봤을 때 개발협력구성원들이 이에 대해 쉽사리 대답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로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사업효과성을 생각하지 않고 열정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왔습니다. 개발협력에 많은 돈을 쏟아부었음에도 우리는 세계의 절반이 굶주리는 상황을 해결할 수 없었습니다. 제프리삭스가 말하는 양적증대가 장지글러에게는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게 되는 원인입니다.


이 책은 오히려 세간의 인식과 달리 '윤리적 소비'가 바람직한 방법론이 아님을 강조합니다. 최근에 노동착취가 없는 '아메리칸 어패럴'을 위시하여 노동자가 생산한 상품을 웃돈 주고 지불하는 방식으로 세상을 바꾸려는 운동이 많습니다. 이에 이런 운동의 선봉장에 서있는 사람들은 나이키, 애플 등의 대기업에 대한 비판을 서슴지 않습니다. 하지만, 경제학자들과 개발도상국 주민들이 바라보는 시선은 다릅니다. 저임금 중노동의 농장일꾼보다는 노동착취 공장 노동자가 오히려 좋은 임금을 제공하는 일자리이며, 노동집약적 제조업이 더 부유한 사회로 나아가는데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진국의 사람들이 불매운동을 펼치면 오히려 방글라데시 아동들의 생활고는 더 극심해지게 됩니다. 이에 윤리적 소비를 장려하여 도덕적 허가 효과(moral licensing)*을 만들어내지 말고, 그 시간에 비용효율성이 높은 기업 제품을 사라고 강조합니다.


*도덕적 허가효과(Moral licensing; also self-licensing, licensing effect): 착한 일을 한 이후에 행을 덜 실천하려는 것으로 보상받으려 하는 경향(Merritt et al, 2010)


이처럼 저자 윌리엄 맥어스킬은 공리주의적 시선에서 개발협력 사업들을 바라봅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얼마나 큰 혜택이 돌아가는지, 이것이 최선의 방법인지, 방치되고 있는 분야는 없는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성공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성공에 따른 효과는 없는지 등을 통해 "어떻게 하면 남을 도울 때 최대한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를 답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존 롤스의 '쟈유주의'와 마이클센델로 대표되는 '공동체주의'로 나아가는 세상 속에서 옥스퍼드 철학과 교수인 그의 생각은 과거로의 회귀로 보였습니다.


다만, 그가 이렇게 주장하는 데 있어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분야 개발협력 사업들이 그동안 얼마나 많은 무분별한 선행을 눈감아 왔는지 자성의 계기를 만들어줍니다.  동시에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법들에 대해 가이드북이 됩니다. 이에 이 책을 개발협력 분야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합니다.


나가며


책의 서평을 남기기 위해 2023년부터 2024년까지 1년 동안 반복해서 읽으면서 가방 속에 이 책을 항상 지니고 다녔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고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지길 바라면서 이번 리뷰는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책을 추천해 준 기윤형, 항상 개발협력의 담론에 대해서 난상토론을 열어주시는 연구실 형님들, 이 글을 읽어주신 누군가에게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S9VjHmNvx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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