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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에스 Nov 14. 2023

빈곤과정

Poverty as process

종료 평가사업 출장 도중에 비행기 내에서 시간을 보내는 좋은 방법으로는 독서였습니다. 하여 읽어보고 싶었지만 게을러서 읽지 못한 책, 『빈곤과정』을 읽게 되었습니다. 대학원 내에 한동안 이 책에 관한 열띤 토론이 있었기에 제 지도교수님도 출장 중간에 읽으셨고, 두바이 스타벅스에서 해당 책에 관해서 이야기 나눴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개발협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많은 생각을 들게 만드는 책이었기에 이에 관한 서평을 남기려고 합니다.


『빈곤과정』은 '빈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관해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조문영 교수님이 기술한 책입니다. 교수님이 쓰신 첫 번째 저서 『The Specter of "The People": Urban Poverty in Northeast China』는 미국인류학회(American Anthropological Association) 내부 도시인류학분과(The Critical Urban Anthropology Association, CUAA)에서 2015년 Anthony Leeds Prize를 수상한 바 있습니다. 일반적이지 않은 주제, 중국 사회주의 노동자계급이 어떻게 빈곤해지는 지를 주목하였기에 사람들에게 인용도 많이 되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중국의 빈곤을 넘어서 한국과 국제사회의 빈곤 생성과정을 좀 더 포괄적인 시선으로 기술합니다. 이 과정에서 국제개발협력 문제도 역시 다루고 있는데, 두 가지 화두가 제게는 기억에 남았습니다. 개발협력 분야 구성원분들이라면 해당 부분에 대한 고민을 해보는 게 좋을 듯싶어 이를 정리하고 제 생각을 남깁니다.



1. 글로벌 빈곤레짐(Global Poverty Regime)


책을 읽어 내려가며 조문영 교수님이 하고 싶었던 말은 빈곤이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국제개발분야의 전문성 확대를 부정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일종의 빈곤 레짐을 계속해서 형성하다 보니 국제개발협력 구성원들은 실질적으로 빈곤을 해결하려고 하는 의지보다는 그 자체 생태계를 유지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현상을 진단합니다.


다만 교수님의 비판처럼 국제개발협력의 전문성의 확대가 이러한 서구사회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은 그로 인한 대안에 의문점을 제기합니다. 국제관계학을 학부에서 공부하면서 알게 된 종속이론(Depenedency Theory) 혹은 구조주의(Structuralism)가 가지고 있는 맹점이 보였습니다. 그것은 바로 이상주의와 현실주의를 비판할 때 '대안'이 무엇인지에 관해 명확하게 제시를 못한다는 점입니다.


인간의 간극을 만들어 내고자 하는 동기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며, 이를 인위적으로 줄이고자 했던 공산주의는 실패로 끝이 났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간극을 무한히 만들어내는 것은 인류공동체에 있어 긍정적이지는 않습니다. 이에 따라 수정자본주의가 탄생하였고, 국제개발분야의 전문성 증가는 이러한 간극을 줄이기 위한 수요로 인해 발생하였다고 생각합니다.


효율성의 측면에 있어서 국제개발협력분야에 대한 의구심의 제기는 계속해서 이루어진다는 점은 바람직하다고 보지만, 현재의 노력을 폄하하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흔히 말하는 서구의 원조위원회, OECD DAC에서는 원조 효과성(Aid Effectiveness)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계속해서 이루어졌고, 현재는 이런 부분을 사회과학적인 측면에서 사업의 긍정적인 영향을 확인하기 위한 효과성 평가(Impact Evaluation)가 정착화되어 사업을 좀 더 주도 면밀하게 보고자 하는 수요가 증가되었습니다.


따라서, 국제개발협력의 전문성 증가는 빈곤을 대상화하여 이를 고착화시켜서 그로 인한 부수적 이익을 얻기 위함이 아닌 간극을 줄이고자 하는 수요를 좀 더 주도 면밀하게 접근하기 위한 측면에서 전문성의 확대가 이루어졌다고 생각이 듭니다. 개발협력은 빈곤으로 돈을 벌기 위함이 아닌, 끝없는 빈곤의 양상 속에서 간극의 최소화를 하는 과정입니다.


2. 대학생 해외봉사단과 프레카리아트


두 번째로 등장하는 개발협력 관련 주제는 '대학생 해외봉사단'입니다. 한창 유행처럼 번졌던 대학생 해외봉사단을 부정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교수님의 핵심 주장은 대학생 봉사단이 청년 실업에 대응하기 위한 하나의 툴로 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에 핵심적으로 등장하는 어휘는 '프레카리아트'입니다.


프레카리아트(Precariat)
불안정한(precarious)과 프롤레타리아트(proletariat)를 합성한 조어. 불안정한 고용ㆍ노동 상황에 놓인 비정규직ㆍ파견직ㆍ실업자ㆍ노숙자들을 총칭한다. 불안정한 프롤레타리아트(무산계급(無産階級))라는 뜻으로,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에서 등장한 신노동자 계층을 말한다. 이탈리아에서 2003년 최초로 사용하기 시작해, 2005년 프랑스 최고고용계약법 관련 시위에서 쓰인 바 있다.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의 '88만 원 세대', 일본의 '잃어버린 세대', 유럽의 '700유로 세대' 등 불안정 계층은 점차 젊은 층으로 확산되고 있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프레카리아트라는 단어는 현대에 들어 불안정한 고용상황에 놓인 신노동자 계층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 이를 자조적으로 이탈리아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게 근원입니다. 우리나라 역시 이러한 신자유주의 경제체재의 흐름아래 고용불안정을 겪는 젊은 층이 많았고, 이들을 해결하고자 대한민국 젊은이들에게 대학생봉사단이라는 방식으로 희망을 부여하고 현실을 감추려고 했다는 게 조문영 교수님의 주장인 듯 보였습니다.


저 역시 대학생 봉사단의 경험을 가진 사람으로 이에 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경우가 있었습니다. 실제로 대학생 해외봉사단은 개발협력에 관심 있는 인재를 만들어내지만, 개발협력 전문인력을 성장시키기 위한 투자 대비 효용의 측면에서 볼 때 효과적인 지는 의문입니다. 그리고 당시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던 대기업의 대학생 해외봉사단 캠프는 어느새 IT인재를 양성하는 부트캠프로 대체되는 흐름이 요새 들어 보이기 때문에 교수님의 글에 어느 정도 동의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그동안의 대학생 해외봉사단이 무용지물이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적어도 외국과 아무런 인연이 없는 젊은 대학생들이 해외 일 경험을 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프레카리아트가 아니라 고용안정성이 높은 일자리로 나아가기 위한 시도의 일환이고, 실제로 이러한 해외봉사단과같은 경험 위주의 프로그램 덕분에 과거와는 다르게 해외 경험을 보유한 이들은 늘어났습니다. 다문화 수용성을 가진 인재들이 늘어나는 거 역시 해외 대학생 봉사단을 통한 노출의 효과라고 봅니다(서홍란 외, 2014).


글로벌, 세계화라는 단어선택으로 포장되는 결과가 아니라 해외를 경험한 사람들이 실제로 그 해외 경험을 기반으로 일자리를 찾는 경우가 많고(정진경 외, 2021), 우리나라 기업 입장에서도 해외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 갖춘 인재풀을 얻어가게 됩니다. 능력 있는 인재들을 양성하며 발전해 나간 우리나라를 볼 때 대학생봉사단이 프레카리아트 현상을 감추기 위한 전략이라고 보기에는 성급한 일반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에 조심스럽게 대학생 해외봉사단은 우리나라 인재 양성의 하나의 패러다임이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나가며


현상을 관찰하는 문화인류학자, 조문영 교수님의 글은 확실히 많은 사람들을 이끄는 힘이 있는 듯했습니다. 그래서 서평을 남기는 지금 제 부족한 견해가 자칫 현상을 제대로 관찰하고 있지는 않고 기술하는 건 아닌가 한 번쯤 돌아보게 됩니다. 따라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항상 말하지만 좋은 의견과 신랄한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개발협력 구성원이 되어가는 지금 제가 경험하고 관찰한 내용으로 의견을 서술해 보았습니다. 많은 분들의 개발협력 분야에 대한 자성의 시간이 되기를 기대하며, 다양한 생각을 듣는 차원에서 해당 책을 추천하며 이번 서평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문헌

정진경, 편창훈. (2021). 해외봉사활동 참여와 취업 및 직업이동의 관계. 한국사회복지학, 73(4), 207-232.

서홍란, 박정란. (2014). 대학생 해외자원봉사 프로그램의 효과성에 관한 기초연구. 청소년학연구, 21(2), 139-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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