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핑크쟁이김작가 Oct 31. 2022

방송 기획에 대한 짧은 단상

방송이든 삶이든 육아든 기획은 필수이다!



지금은 현역 방송작가는 아니지만, 늘 이런 고민은 달고 사는 것 같다. 그러니까, '기획'은 방송일이든 광고일이든 마케팅이든 어떤 일을 할 때 필요한 단계다. 좀 더 전문적인 느낌으로 기획을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기획'이란 새로운 방송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새로운 방송 프로그램은 매일이나 매주 방송되는 정규물일 수도 있고. 새로운 형식과 내용의 다큐멘터리나 시사물일 수도 있고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가 될 수도 있다. 새로운 포맷(format, 형식)을 만들어내는 것도, 때로는 정규물의 경우 새로운 아이템을 찾는 것도 기획이 될 수 있다.


기획은 방송에서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다. 기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창의성으로, 여기서 창의성이란 단순한 창의성이 아닌 프로그램과 관련된 실용적 창의성이다. 선진국에서는 프로듀서의 가장 중요한 역할로 기획을 꼽는다.



그러니까, 이 기획은 방송에서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내가 일하던 당시만 하더라도(현재도 그렇긴 하지만) 시청률이 그 프로그램의 성패를 가르는 척도였다. 더더군다나 외주제작사에서 일을 한다면? 본사의 압박과 타 외주제작사들과의 시청률 경쟁은 늘 방송 기획 단계에서부터 소위 말해 많이 까이고 혼나고 비교당하며, 아이디어 싸움으로 많이 지쳤다. 아이템 하나 제대로 잡자, 괜찮은 인물이나 사연을 갖고 있는 주인공, 독특한 개성이 있는 사람 등 시청률 잘 나올 것 같은 그런 소재를 발굴해내는 것이 방송작가의 큰 업무였다.


보통 이런 소재 발굴과 아이템 찾기는 일을 처음 시작하는 막내작가들에게 주어진다. 선배 작가들보다 좀 더 통통 튀고 요즘 트렌드를 잘 알고 있는 취재작가들이 적합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물론 다 같이 찾긴 하지만 그렇게 막내들의 감각과 시야를 믿으며 쿡쿡 찌르게 된다. 나 역시도 이런 과정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처음 일했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선 시청률 + 아이템 싸움으로 늘 상대 제작사와의 경쟁은 일상이었다.


먼저 선점하기. 이거 될 것 같다, 이거 좀 특이하다. 이거 위험해 보이고 그림이 살 것 같다. 이런 것들은 죄다 모아 엑셀에 리스트를 정리하고 해당 업체들의 전화번호 및 주소 등을 리스트업 했다. 그렇게 꼬박 밤을 새워서 만든 리스트 중에 대부분은 방송된 것들, 아니면 생각보다 그림이 약하다, 또는 이런 게 방송용으로 적합한 것인지 등의 이유로 많이 까였고 보충할 것들도 생겼다.


기획은 조금 더 다른 느낌이었는데, 기획해서 만드는 프로그램 중 대부분 방송사에서는 파일럿 이란 이름으로 먼저 선보인다. 파일럿 프로그램을 방영한 후에는 프로그램의 시청률, 이슈화, 영향력 등을 분석한 후에는 레귤러로 편성되거나 그대로 사라지는 경우도 왕왕 있다. 내가 했던 파일럿 프로그램 중 하나는 정규화가 되어서 2년 정도 방영한 적이 있다. 그때 난 본사 취재작가에서 입봉을 노리고 있었는데, 파일럿 프로그램 기획단계부터 열심히 일해 정규화가 되어 일하던 중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


같은 나이에 입봉한 작가를 데려온다는 거였다. 그렇게, 나의 본사에서의 입봉 기회는 허망하게 날아갔다. 경력은 나보다 비슷하지만 외주에서 빠르게 입봉해 서브작가가 된 그녀는 본사 입사 첫날부터 특별한 인상을 남겼다. 이미 방송국에서 입봉을 앞두고 있는 취재작가들 사이에서 비호감의 아이콘이 되었다. 같은 나이인 나에게도, 경력이 훨씬 많은 다른 작가에게도 툭툭 할 일을 넘겨주며 일을 했기 때문이다. 결국 한 번은 터졌지만, 어쨌든! 입봉 작가를 보며 꿋꿋하게 묵묵하게 우리 일을 해냈던 기억이 난다.


개인적으로 방송 기획을 잘하는 사람을 알고 있다. 누구나 이름만 들으면 바로 아는 그 피디. 나영석 피디이다. 1박 2일을 성공적으로 론칭했고, 최정상의 반열로 올린 그는 tvN으로 이적해 명실상부 최고의 피디로 유명해졌다. 실제로도 들은 풍문에 의하면 일하기 까다롭고 어려운, 사람이지만 배울 것이 무궁무진하게 많은 사람이란 소리를 들었다. 그와 함께 일을 하면 어느 프로그램이든 대박 나지 않는 것이 없으므로. 이 또한 기획력이 좋은 그와 작가들이 함께 하기 때문이리라.


그가 론칭했던 프로그램들이 워낙 많지만(내 최애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꽃보다할배, 꽃보다누나, 삼시세끼(어촌/농촌편), 윤식당, 강식당, 신서유기 등 최근에는 지락실(지구오락실)까지 매우 성공을 거뒀다. 그가 기획한 프로그램들은 생각해보면 방영하던 그 해 거의 최고의 인기를 누리곤 했다. 그러니까 방송 기획이란 그렇게 하는 거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어느 잡지에서 아이콘이란 무엇인가, 라는 주제로 기획한 걸 본 적이 있는데 이 아이콘은 시대를 아우르는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한 특정한 시대를 대표하는 사람, 현상, 콘텐츠 등을 들 수 있겠지. (글 쓰면서 동시대를 살면서 많은 이들에게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단 생각을 해본다.)



방송일을 그만두긴 했지만, 이 기획은 여전히 중요한 일이다. 콘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라면, 알 것이다.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주제로 콘텐츠를 만든다거나, 그것이 영상이든 사진이든 글이든 간에. 기획 단계를 잘 거치면 트렌드를 선도하거나 또는 두고두고 회자될 수 있는 영향력 있는 무엇인가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래서 작가든, 유튜버든, 블로거든 크리에이티브한 것을 만들어내는 사람에겐 이 기획력은 무기가 된다.


일반 회사에서도 비슷하게 적용되는 걸 알 수 있었는데, 한해를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가. 어떤 프로젝트를 어떻게 진행해 나갈 것인가, 이런 것들 또한 '기획'에 달려있다. 그래서, 나도 브런치에 글을 기고할 땐 늘 골머리를 앓는다. 이번 기획은 어떻게 잡지? 어떻게 써볼까?... 결론은 인생도 '기획'의 연속이라는 거. 방송이든, 삶이든 우리에겐 '기획'은 참 중요하다.


기획력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방송작가, 에디터에서 이젠 엄마가 된 지금. 기획 잘하는 엄마가 되고 싶다.

육아를 잘 기획해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는 엄마 기획자. 뜬금없이, 엄마 이야기로 끝나지만, 기획 잘해보자!


* 전직 방송작가 입장에서 매우 주관적으로 작성된 글입니다^^



핑크쟁이김작가
방송작가로 8년, 콘텐츠 에디터로 4년 도합 12년 넘도록 계속 글을 써오고 있는 초보 주부 겸 프리랜서 작가. 아기자기한 소품을 좋아하고 남편 밤톨군과 낚시를 하는 것을 좋아하며, 일상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는 중. 남편이 주로 낚싯대를 점검하고, 아내는 필요한 짐들을 챙기고 있습니다 :) 아기가 좀 더 크면 같이 낚시방랑가족이 되는 게 꿈인 낚시꾼이에요 :) 아기자기한 것을 사랑하는 핑크덕후❤

핑크쟁이김작가 블로그
https://blog.naver.com/pinkauthor

핑크쟁이김작가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핑크쟁이김작가TV


매거진의 이전글 방송작가 필수업무, 홍보문 작성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