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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핑크쟁이김작가 Mar 07. 2023

마음이 몽글몽글 어린이집 퇴소하던 날

언제나 반짝반짝 빛나길 응원해!

아들의 마지막 등원길. 형님반으로 올라가리라 생각했던 어린이집을 수료한 아들은 2월을 끝으로 가정보육을 시작한다. 처음부터 가정어린이집을 고집했던 이유 중 하나는, 첫 사회생활을 하는 아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리고 소수의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나면서 조금씩 조금씩 넓혀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선택했고 1년이 지난 지금은 아주 만족하고 있다. 첫 시작을 좋은 곳에서 했기 때문이다.


아들이 걸음마를 시작하고 기어 다니는 것보다 걸어 다니는 것에 익숙해졌을 즈음, 15개월 된 아들을 안고 어린이집 상담을 다녔다. 고심 끝에 골랐던 국공립 가정어린이집. 아담하지만 포근하고 화사한 분위기가 참 마음에 들었는데, 아이는 첫 상담하던 날 재원생 아이처럼 신나게 돌아다녔다. 매일 아침 9시 30분까지 등원해야 하는 것이 힘들긴 했지만 매일매일이 아이와 같이 도전하는 재미가 있었다. 주로 실패해 늦잠도 자고 지각쟁이를 면치 못했지만... 집에서 조금 먼 것도 이유라면 이유.


그렇게 꼬박 1년을 등하원하며 3살의 시간을 보낸 아들. 나 역시도 3살 아들의 첫 시작이 이곳이라 무척 좋았다. 어린이집 다니면서 정이 들 거란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푹 들어버릴 줄은 몰랐다. 낯선 동네, 친정집 말고는 아는 지인 하나 없던 동네. 임신 기간 내내 입덧과 씨름하느라 친정, 시댁 식구 외엔 왕래가 없었던 2020년. 아이가 태어나 정신없이 잠과 씨름하느라 힘들었던 2021년. 그리고 아이의 성장을 몸소 느낄 수 있었던 2022년까지.


아는 이 하나 없었던 곳에서 점점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이웃과 친해지고 다른 사람들을 알게 되고, 소중한 친구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그러니까 어린이집 퇴소하던 날은, 아이의 첫 어린이집 생활이 끝나는 날이기도 했지만 엄마인 나도 졸업하는 것과 같았다.


정이 잔뜩 들어 아이를 1년 동안 지켜봐 주셨던 담임선생님과는 제대로 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울먹이며 헤어졌고, 원장님과도 눈시울이 붉어져서 겨우겨우 인사를 나누고 집으로 와야 했다. 마지막 등원길, 아이에게 오늘은 마지막으로 친구들 보러, 선생님이랑 하루를 보내는 거야.라고 했더니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응 재미있게 놀다 올게 말해주는 아들. 그 모습에 오히려 자꾸만 울컥거렸다.


새벽에 일어나 어린이집 선생님들과 아이들 같이 먹을 사과즙을 아들 이름스티커로 붙였다. 내가 이런 걸 다? 방송작가로 일할 때 스튜디오 녹화 전날 큐시트와 큐카드 정리하던 생각이 나서 피식피식 웃음이 나왔다. 마지막, 이라는 생각에 울컥울컥. 아이의 마지막 등원룩을 준비하고, 잠든 아들을 깨워서 옷을 입히고 세수시키고 준비해 놨더니 큰 볼일을 봐서 다시 옷을 갈아입히고... 여느 때와 같은 전쟁 같은 아침이지만, 이상하게도 마지막 날이라는 생각이 드니 이마저도 소중했다.


사실 방송일을 하거나, 광고 마케팅일을 했을 때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마지막은 언제나 후련함과 뿌듯함이 자리 잡았다. 울컥하는 순간들도 있었지만 거의 대부분은 큰 사고 없이 잘 끝냈다는 안도감이 더 컸다. 내 이름에 먹칠하지 않도록, 내 커리어에 금이 가지 않도록 하자는 게 지배적이었는데. 아이를 키우면서는 내 이름, 내 커리어 보다 아이의 행복과 건강이 우선이 되었다. (이렇게 엄마가 되고 부모가 되어가는 건가 싶다.)


아이 옷에 어린이집 선생님들께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전하는 스티커를 붙여서 등원을 시켰다. 여전히 엄마랑 떨어지기 싫어하는 아들이었지만, 이제 이 모습도 당분간은 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니 뭉클했다. 잠시 떨어져 친구들, 선생님과 아주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내겠지. 마지막이 주는 아련함과 아쉬움, 뭉클함은 도무지 왜 적응이 되지 않는 것인지. 아이를 등원시키고 근처 쇼핑몰에서 친한 아이 친구엄마와 맛있는 점심을 먹고, 그다음은 혼자서 카페 타임을 즐기기로 했다. 


카페에서 차 마시고 쉬지 않고, 선생님과 원장님께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적었다. 오랜만에 손글씨와 귀여운 스티커로 범벅된 손편지였는데 3월부터는 함께 하지 못하지만, 오래오래 기억해 주시길 바라는 마음을 꾸역꾸역 한 글자 한 글자에 담아 적었다. 손 편지 쓰는 내내 또 울컥해져서 눈물을 훔치고, 혼자서 주책이야 하며 카페 구석에서 시간을 보냈다. 어느덧 아이의 하원시간. 이제 마지막 하원길이라니. 이 시간이 늦게 오기를... 하지만 시간은 흘러갔고, 아이 어린이집 도착. 


울지 마. 울지 말자. 어린이집으로 걸어가는 내내 울지 말자고 다짐했는데, 문이 탁하고 열리며 아이가 날 향해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자 감정이 폭발했다. 이미 눈시울이 붉어진 선생님과 어색한 눈인사를 먼저 하고, 원장님은 잠시 고개를 돌렸다. 울지 않기로 했잖아. 속으로 계속 되뇌고 아이의 신발을 신겨주시는 동안 허벅지를 쿡쿡 찌르며 눈물을 참았다. 선생님과 마지막 아이의 이야기를 나누는데, 두둑.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들의 마지막을 함께 해주러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전부 나오셨다. 그 모습을 보며 눈물이 왈칵 소리 내어 엉엉 울어버렸다. 


담임선생님과 포옹을 하고, 원장님과도 마지막 포옹을 하며 잘 지내시라고 울음 섞인 목소리로 겨우겨우 말을 꺼냈다. 준비해 둔 선물과 손 편지를 전달하고 나오는데, 펑펑 울며 인사하는 나와 달리 아이는 천진난만한 얼굴로 엄마 지금 울고 있어? 울지 마~ 하며 달래줬다. 엄마가 졸업하는 게 맞나 봐. 우리 아들 더 어른스럽네! 눈물로 범벅된 아이의 마지막 퇴소하던 날. 이사 가기 전 마지막으로 들러 인사를 다시 한번 나누기로 하고, 인사를 건넸다. 이제 우리 아이의 등원은 여기까지.


매일 아침 전쟁을 치르며 걸어갔던 등원길은 산책길로 바뀌었고, 이사 가기 전까지 집에서 복작복작 지낼 예정이다.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제일 좋았던 건 아이의 간식, 식사를 챙겨준다는 것. 마음 맞는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 아이가 한걸음 한걸음 성장할 수 있다는 것. 그 과정에서 엄마 역시도 많이 배우고 채워갈 수 있다는 것이다. 어린이집을 다니지 않으니 아침 일찍 등원준비할 필요도 없고, 잠든 아이를 채근해 힘겹게 등원준비를 하느라 고생하지 않아도 되는 건 좋다. 하지만... 이외의 시간들을 오롯이 감당해 내고 같이 보내야 하는 건 조금 버겁기도 하다. 그럼에도 시간은 흘러가고, 아이와 가보지 못했던 곳들을 하나씩 도장 깨기 하듯 가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어린이집 사건사고도 많이 발생하고, 폐원하는 곳도 많이 생겨난다고 하는데 어린이집 관련 이슈를 보면 심장이 덜컹한다. 우리 아이가 다녔던 곳은 괜찮은 곳이라 다행이었다. 첫 시작이 참 좋았던 건 천운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더 아쉽고 울컥했던 아들의 첫 어린이집 퇴소하던 날. 왜 엄마가 아이보다 더 슬픈 거니. 눈물범벅으로 채워진 마지막 모습은 지금 생각해 보면 조금 부끄럽고 아쉽다. 


새로운 공간,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친구들을 만날 날이 기대되면서도 첫 정을 듬뿍 나눌 수 있었던 이 공간에서의 시간은 오래오래 갈 것 같다. 어쩐지... 아이 키우는 내내 처음이라, 혹은 친해진 사람들이 많아서 아쉬워할 사람은 아이가 아니라 내가 될 것 같단 생각도 든다. (이건 남편도 정말 격하게 공감했다.)


제목은 아들의 첫 어린이집 퇴소하던 날이지만, 실제로 쓰고 보니 엄마의 첫 어린이집 졸업하던 날 같다. 아쉬움은 뒤로하고, 매일매일이 다시 육아로 점철된 전쟁 같은 하루지만, 가정보육으로 나의 시간이 사라져 힘들지만 이 또한 금방 지나가리라. 아이의 두 번째 어린이집은 첫 번째만큼이나 아늑하고, 따스한 곳이길.




핑크쟁이김작가
방송작가로 8년, 콘텐츠 에디터로 4년 도합 12년 넘도록 계속 글을 써오고 있는 초보 주부 겸 프리랜서 작가. 아기자기한 소품을 좋아하고 남편 밤톨군과 낚시를 하는 것을 좋아하며, 일상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는 중. 남편이 주로 낚싯대를 점검하고, 아내는 필요한 짐들을 챙기고 있습니다 :) 아기가 좀 더 크면 같이 낚시방랑가족이 되는 게 꿈인 낚시꾼이에요 :) 아기자기한 것을 사랑하는 핑크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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