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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옷에 어린이집 선생님들께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전하는 스티커를 붙여서 등원을 시켰다. 여전히 엄마랑 떨어지기 싫어하는 아들이었지만, 이제 이 모습도 당분간은 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니 뭉클했다. 잠시 떨어져 친구들, 선생님과 아주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내겠지. 마지막이 주는 아련함과 아쉬움, 뭉클함은 도무지 왜 적응이 되지 않는 것인지. 아이를 등원시키고 근처 쇼핑몰에서 친한 아이 친구엄마와 맛있는 점심을 먹고, 그다음은 혼자서 카페 타임을 즐기기로 했다.
카페에서 차 마시고 쉬지 않고, 선생님과 원장님께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적었다. 오랜만에 손글씨와 귀여운 스티커로 범벅된 손편지였는데 3월부터는 함께 하지 못하지만, 오래오래 기억해 주시길 바라는 마음을 꾸역꾸역 한 글자 한 글자에 담아 적었다. 손 편지 쓰는 내내 또 울컥해져서 눈물을 훔치고, 혼자서 주책이야 하며 카페 구석에서 시간을 보냈다. 어느덧 아이의 하원시간. 이제 마지막 하원길이라니. 이 시간이 늦게 오기를... 하지만 시간은 흘러갔고, 아이 어린이집 도착.
울지 마. 울지 말자. 어린이집으로 걸어가는 내내 울지 말자고 다짐했는데, 문이 탁하고 열리며 아이가 날 향해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자 감정이 폭발했다. 이미 눈시울이 붉어진 선생님과 어색한 눈인사를 먼저 하고, 원장님은 잠시 고개를 돌렸다. 울지 않기로 했잖아. 속으로 계속 되뇌고 아이의 신발을 신겨주시는 동안 허벅지를 쿡쿡 찌르며 눈물을 참았다. 선생님과 마지막 아이의 이야기를 나누는데, 두둑.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들의 마지막을 함께 해주러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전부 나오셨다. 그 모습을 보며 눈물이 왈칵 소리 내어 엉엉 울어버렸다.
담임선생님과 포옹을 하고, 원장님과도 마지막 포옹을 하며 잘 지내시라고 울음 섞인 목소리로 겨우겨우 말을 꺼냈다. 준비해 둔 선물과 손 편지를 전달하고 나오는데, 펑펑 울며 인사하는 나와 달리 아이는 천진난만한 얼굴로 엄마 지금 울고 있어? 울지 마~ 하며 달래줬다. 엄마가 졸업하는 게 맞나 봐. 우리 아들 더 어른스럽네! 눈물로 범벅된 아이의 마지막 퇴소하던 날. 이사 가기 전 마지막으로 들러 인사를 다시 한번 나누기로 하고, 인사를 건넸다. 이제 우리 아이의 등원은 여기까지.
매일 아침 전쟁을 치르며 걸어갔던 등원길은 산책길로 바뀌었고, 이사 가기 전까지 집에서 복작복작 지낼 예정이다.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제일 좋았던 건 아이의 간식, 식사를 챙겨준다는 것. 마음 맞는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 아이가 한걸음 한걸음 성장할 수 있다는 것. 그 과정에서 엄마 역시도 많이 배우고 채워갈 수 있다는 것이다. 어린이집을 다니지 않으니 아침 일찍 등원준비할 필요도 없고, 잠든 아이를 채근해 힘겹게 등원준비를 하느라 고생하지 않아도 되는 건 좋다. 하지만... 이외의 시간들을 오롯이 감당해 내고 같이 보내야 하는 건 조금 버겁기도 하다. 그럼에도 시간은 흘러가고, 아이와 가보지 못했던 곳들을 하나씩 도장 깨기 하듯 가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새로운 공간,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친구들을 만날 날이 기대되면서도 첫 정을 듬뿍 나눌 수 있었던 이 공간에서의 시간은 오래오래 갈 것 같다. 어쩐지... 아이 키우는 내내 처음이라, 혹은 친해진 사람들이 많아서 아쉬워할 사람은 아이가 아니라 내가 될 것 같단 생각도 든다. (이건 남편도 정말 격하게 공감했다.)
제목은 아들의 첫 어린이집 퇴소하던 날이지만, 실제로 쓰고 보니 엄마의 첫 어린이집 졸업하던 날 같다. 아쉬움은 뒤로하고, 매일매일이 다시 육아로 점철된 전쟁 같은 하루지만, 가정보육으로 나의 시간이 사라져 힘들지만 이 또한 금방 지나가리라. 아이의 두 번째 어린이집은 첫 번째만큼이나 아늑하고, 따스한 곳이길.
핑크쟁이김작가
방송작가로 8년, 콘텐츠 에디터로 4년 도합 12년 넘도록 계속 글을 써오고 있는 초보 주부 겸 프리랜서 작가. 아기자기한 소품을 좋아하고 남편 밤톨군과 낚시를 하는 것을 좋아하며, 일상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는 중. 남편이 주로 낚싯대를 점검하고, 아내는 필요한 짐들을 챙기고 있습니다 :) 아기가 좀 더 크면 같이 낚시방랑가족이 되는 게 꿈인 낚시꾼이에요 :) 아기자기한 것을 사랑하는 핑크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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