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 패치
예전에 비해 하고 싶은 말을 참는 일이 많다.
목 끝까지 올라왔던 말을 꾸역꾸역 눌러 담으며 '그럴 수도 있지.', '이 사람은 이렇구나.'라며 넘긴다.
대학교까지만 해도 필터링 없는 화법으로 예쁨을 받기도, 많은 미움을 받기도 했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한테는 더 거침없이 말했는데 나는 그게 그들을 위한 것인 줄 알았다.
친구가 살이 많이 찐 것 같으면 걱정되는 마음에 '요즘 살쪘어?'라고 생각 없이 내뱉기도 했고, 친구가 내 기준에서 잘못된 행동을 하면 그런 행동은 별로인 것 같다고 평가를 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더 최악은 친구의 남자친구에 대해 나의 솔직한 생각을 말했던 것이다.
친구가 남자친구에 대해 속상해서 했던 말이나, 내가 짧게 만나봤던 그의 단편적인 행동을 보고 그를 판단해서 '그분 좀 이런 것 같아.'라고 쉽게 말했다.
내 친구는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자격이 충분하니, 더 좋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 했던 오만스러운 행동이었던 것 같다. 친구를 위하는 마음에 했던 일이라고는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어리석디 어리석은 행동이다.
누가 누굴 위한다는 것인지. 본인을 가장 잘 아는 것은 본인인데...
나에게 거슬리는 행동과 말이 친구에게는 중요하지 않은 부분일 수도 있다. 그 부분을 간과하고 나는 내 기준에서 그를 평가하고 그 말을 친구에게 전했다. 정작 사귀는 사람이 괜찮다고 하는데, 내가 뭐라고 그를 판단하고 그 말을 전해서 친구의 기분을 상하게 했을까 싶다.
이런 나의 행동들로 친구와 크게 틀어졌던 사건이 있고 나서 내 행동을 되돌아보고 말을 아끼게 되었다. 이전에 나는 쓸데없이 솔직했고 필터링 없는 말로 얻은 것보다는 잃은 게 훨씬 많았다. 말의 무게를 몰라도 한참 몰랐다.
그리고 나는 사회생활을 하며 더욱 말을 거르게 되었다. '이 말을 꼭 해야 하나?'를 점검하는 과정을 가지게 되었다. 말을 거르다 보니 굳이 하지 않게 되는 말이 더 많았다.
나이가 든 탓인지, 세상이 바뀐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주변 친구들과 이야기해보면 나처럼 이전에는 했던 말을 지금은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공감했다. 칭찬을 빼고 다른 사람에 대해 내가 느낀 생각을 과도하게 솔직하게 말하는 것은 안 좋은 말이 더 많다. 그러니 굳이 나서서 내가 나쁜 사람이 될 필요도 없고, 내가 생각했을 때 고쳐야 할(?) 부분을 말한다고 한들 상대방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으므로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주변 사람을 싫어한다거나 관심이 없다는 건 아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 그 사람을 받아들일 뿐이다.
살아온 환경도 다르고 가치관도 다 다르니 생각과 행동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걸 인정하게 되었다.
앞으로도 나는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을 거르고 걸러 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