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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헌 May 05. 2020

"예금? 적금? 저축, 도대체 뭐부터 해야 돼?"

금융서민을 위한 재테크 지침 1. 아는 것이 힘

나 저축 좀 하려는데, 제발 좀 도와줘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이 6억 6987만원(출처 : 직방, 4월 20일)이란다. 도대체 그 값에 어떤 아파트를 살 수 있다는 거지? 지도를 켜고 매매 가격을 보고 있노라면 한숨부터 나온다. 강남으로 출근하는 당신에게 7억의 아파트란 매일 왕복 3시간의 통근을 의미한다. 고작?이라고 생각하는가? 감히? 매일 3시간은 한 달이면 60시간, 1년이면 30일이다. 나의 1년 중 꼬박 한 달이 BMW(Bus, Metro, Walk)에 투자된다는 소리다. 넷플릭스와 함께 우아한 통근을 즐긴다는 정신승리적 감성은 부여잡고 있기 어렵다. 매일 아침을 9호선 급행열차의 콩나물로 살다 보면 노안이 올 지경. 핸드폰과 내 눈 사이의 거리가 고작 10센티미터밖에 되지 않으므로. 맙소사, 곧 여름이 다가온다. 아침에 맡은 땀 쩐내는 퇴근시간까지 내 코에 맴돈다. 신이시여!


7억이 필요하다. 경기도로 탈출할 생각조차 하지 말라. 서울 근교 경기도, 마찬가지로 그 값이다. 기댈 곳은 은행뿐이다. 은행 '쓰앵님'들이 저만 전적으로 믿고 따르라며 4억을 도와준다고 가정해 보자. 그럼, 최소 3억이 필요하다. 미친 척하고 한 달에 100만원을 저축한다면 1년에 1천2백만 원, 10년이면 1억 2천이 모인다. 와! 대충 25년만 모으면 되겠다! 20세 때부터 돈을 모으자. 새내기 생활? 사치다. 입학하자마자 과외로 돈을 긁어모으자. 엄마 몰래 새벽 냉장고를 털어 먹으며 내 아르바이트비를 차곡차곡 쌓아 두자. 20살부터 매 달 차곡차곡 100만원씩 모았는가? 잘했다. 30살까지 했으니 10년을 채웠다. 남은 15년이 난관이다. 엄마가 디아블로다. 잔소리 폭격을 15년 정도 견뎌야 헬 난이도를 깰 수 있다. 에휴, 철수는 벌써 결혼해서 애가 둘이랜다, 영희는 회계사랜다. 참아라. 견디다 보면 우리보다 못한 애들만 남을지도 모를 일이다. 버티고, 버티다 보면 45세에는 3억이 생긴다. 후후. 월 100만원씩 모을 수 있다면 말이다. 아멘.


그나마도 서울에 빌붙을 부모의 집이 있을 때 얘기다. 주위를 보자. 온전한 서울말을 구사하는 사람, 생각보다 별로 없다. 필자도 마찬가지. 사무실 복도를 지나가며 사투리 네이티브들과 눈을 마주치게 된다면 따스한 눈빛을 한번 보내주기로 하자. 그들에게는 월 100만원을 모은다는 가정 자체가 미쳤다. 월급의 반이 월세다. 그들에게는 회식도 사치다. 개념 없이 지 혼자 양껏 취한 후배 택시비 내주고, 팀장 생일선물이랍시고 배X킨 아이스크림 파운트 사 주고 하다 보면 매 달 돌아오는 카드 결제일이 두렵다. 13일이 금요일일 때만 두려웠으면 좋겠다. 13일의 카드일은 매 월 돌아온다.


고민이 쌓이다 보면 '배운 녀석'을 찾는다. 그리고 한 마디 내뱉는다. "제발 좀 도와줘"




토닥토닥. 그대에게 잘못은 없다.




혹자는 우리의 게으름을 비난한다. 주식 공부해서 투자 좀 해 보지! 원유 바닥일 때 사지! 장기투자로 자산 배분해서 펀드에 투자했어야지! 기가 찬다. 뭘 모을 돈이라도 있어야 시도라도 하지. 기흉 환자가 마라톤을 어떻게 뛰랴. 문제는, 맙소사! 조언을 하는 사람도 기흉이다! 이 바닥, 자신만만한 사람은 분명, 초심자의 행운이 따른 자들이다. 어쩌다 비트코인 사서, 운 좋게 주식 잘 사서 돈을 벌었다는 이들. 초심자의 특징, 시드 머니(Seed Money)가 작다. 눈대중(?)으로 볼 때 대략 평균적인 투자금은 100만원 정도. 10배 벌어도 천만원이다. 비아냥 거리는 것이 아니다. 진심으로 그들이 계속 잘 되기를 빈다. 하지만, 10배 번 사람들은 곧잘 '깡통을 찬다'. 주식, 선물옵션 판때기에서 자신감이 헛되이 들어간 계좌가 '0원'이 되는 건 순식간이다. 시드머니만 날렸으면 다행이다. 100만원으로 1천만원을 번 사람은, 다음 투자에 1억원을 건다.


당신이 대한민국의 1%가 아니라면, 부동산 초저가 매수를 노릴 수 있는 안목이 없다면,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재산'에 목마른 사람들이다. 빚을 땡겨서라도 집을 사고 싶어 한다. 특히, 은근 라이벌 의식 느끼는 친구 놈이 결혼해서 떡두꺼비 하나 둘 낳은 것도 모자라 서울에 집을 마련했다는 소식을 들을때면 나의 페이스는 와르르 망가진다. 화련이에 대한 순정이 깊어진다. '묻고 더블로 가'를 찾는다. 갑자기 로또 공부를 하듯 주식 차트를 공부한다. '하~ 요 놈 될 거 같은데? 으이? 으이?' '아아~~ 요거요거 수급 좀 붙네? 작전 좀 붙나? 으이? 으이?'. 으이고... 한두 번, 아니 좀 인심 써서, 5번 정도의 요행은 뒤따른다. 필자가 현자는 아니지만, 2번의 금융위기를 겪으며 느꼈다.


공짜 좋아하다 대머리 된다


이해한다. 우리 모두가 요행을 바란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D증권사 재직 시절 필자가 만든 통장의 부기명은 '65세 173억 만들기'였다. 매 년 주식투자로 25%의 수익을 복리로 가져가겠다는 미친 가정이었다.  아직 65세 안 되었으니까 끝난 건 아니다. 그러려면 연 복리수익률 20%를 기록한 버핏 형아 보다 열심히 해야 했다. 노력은 개뿔도 안 하면서 왠지 그냥 공부 조금만 해도 될 것만 같았다. 그 결과가 지금 필자의 모습이다. 증권사 Private Banker 출신인 필자. 수익률 25%는커녕 아직 차트도 제대로 못 본다. 주식을 잘하려면 주식에 미쳐야 한단다. 주식에 미치기는커녕 참이슬에 미쳤다. 그간 낸 소주값만 합해도 삼성전자 수백 주는 나왔겠지.


양주값 합하면 삼성전자 대주주일걸?


우리를 싸잡아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당신이 재테크를 두려워하는 것은 그대가 게을러서가 아니다. 무서워서이다. 우리의 목표는 상당히 명료하다. 5천만원까지 보호가 되는 예금자보호 상품이면서도 금리가 높은 녀석, 을 찾을 뿐이다. 필자는 원고고객이라고 표현하곤 한다. 금보장! 정금리! 디스 하는 거 아니다. 원고의 심리는 맨큐의 경제학 교과서에 예시로 나와도 될 만큼 지극히 합리적인 경제적 의사결정이다! 세상에, 원금을 보장해주면서도 금리가 높은 상품이라니! 엄허, 이건 사야 해!


있다 그런 게. 그것부터 시작하라. 노력의 대가가 명료하게 나오는 영역이다. 저축이 두려운 금융 서민을 위한 재테크 지침 그 첫 번째. 금리가 높은 고정금리 상품부터 찾아 가입하라. 어떻게 찾느냐? 내가 사는 행정구역 주변의 새마을금고와 신협, 저축은행을 뒤지자. 분명 어디선가 우대금리를 준다. 어떻게 하면 금리를 더 주는지 이해가 완벽하게 될 때까지 민폐를 거듭하며 계속 묻고, 꼼꼼히 적어 두자. 다 듣고 난 다음엔 감사합니다 - 하며 나와야 한다. 왜, 백화점에서는 '조금만 더 보고 올게요'를 자신 있게 얘기하면서, 금융기관에만 들어가면 쫄보가 되는가? 당신은 지금 당장의 행복을 준비하는 게 아니다. 45세 이전에 집을 사기 위한 방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배수의 진을 쳐도 모자란다. 내가 사는 '동'을 다 훑었는가? 수확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메모광에 빙의하여 적어 놓은 노트를 들고 은행 다니는 지인을 붙잡고 물어라. 마찬가지로, 이해가 될 때까지. 좀 미안하면, 카드 실적 하나 채워주자. 연회비는 네가 내- 까지 할 수 있으면 진짜 베스트인데, 솔직히 그건 좀 그렇다.


최고금리 원금보장 상품 고르기 꿀팁! 같은 것은 적어두지 않으려 한다. 금융시장에서 가장 단순한 상품인 원금 보장, 고정금리 상품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금융 서민의 지위를 탈피할 수 없다. 진짜 나쁜 놈 같지만 당신의 '금융 개안'을 위한 수라고 봐 주면 감사하겠다. 그래도 몇 가지, 발품을 조금이나마 아낄 수 있는 사이트를 남겨 둔다.




은행연합회에서는 은행권에서 고시하는 예금, 적금 금리를 고시한다. 그럼에도 발품을 팔아야 하는 이유는, 고시이율과, 내 집 근처에서 특판으로 제공하는 금리가 다르기 때문이다. 1 금융권(은행) 금리 비교




신용협동조합 역시 지점별로 고시된 금리를 홈페이지에서 공시하고 있다. 예탁금, 적금 등 형태가 다양하다. 조합원 예탁금으로 비과세 혜택도 누릴 수 있다. 널널한 시간에 가면, 직원으로부터 아주 촘촘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인터넷에서 어렵게, 파편화된 정보를 얻지 말고, 근처에 있는 신협 지점에 찾아가서 설명을 구하자.  신협 지역별 고시금리





금리 좀 잴 줄 안다는 사람이 찾는 저축은행. 저축은행도 중앙회가 있다. 기준은 모호하나, 회사별 금리가 정리되어 있다. 역시, 지점이 고시하는 이율은 아닌 듯하다. 그래도 참고하자. 굳이 지점을 찾지 않고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는 상품도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금리 공시





이도 저도 싫으면, 여길 보자.




정보가 넘쳐날수록 금융 서민의 권익은, 희한하게도 떨어진다. 이 바닥의 특성이다. 하도 어려운 말로 칠갑을 해 놓으니 당최 알아들을 수가 없으니. 그럴수록 영업의 기회는 생겨난다. 자산관리사가 많아진다. 이상하게, 내 노후를 맡기려고 의뢰를 했더니, 그들의 자동차만 좋아진다. 잘못되었다. 당신의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게으른 것은 비난하기 어렵다. 하지만, 저축을 결심했다면 공짜 점심을 찾지는 말자.


섣불리 주식에 발을 딛으려 하지 말자. 장담한다. 당신이 사면 상투고, 팔면 바닥이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1% 남짓하는 은행 예금금리에만 허덕이지 않아도, 그대의 삶이 조금이나마 좋아질 수 있는 틈은 만들어 낼 수 있다. 금융 서민 탈출을 위한 초석은, 예금자보호가 되는 상품 중에서도 가장 금리가 높은 상품을 탐색하는 노력에서 나온다. '높은 금리'에 눈을 떠라. 이 꼭지를 푸는 사람도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푸는 순간, 그대의 재테크는 한층 업그레이드될 것임을 확신한다. 부디 이 과업을 마친 당신을 - 2편에서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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