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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헌 Dec 15. 2020

나비효과의 시작, 코로나19와 세계 경제 팬데믹

2019년 12월, 코로나 발병. 증시는 되려 올랐다. 유가폭락 전까진.


2019년 12월 30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의 보건위원회는 병원에 공문을 띄운다. 최근 번지는 유행성 폐렴과 관련해 유사 증상의 환자를 보고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2020년의 첫날, 중국은 우한시의 ‘화난’ 수산물 도매시장을 폐쇄한다. 당시만 해도 ‘우한 폐렴’이라 불리던 병의 근원을 이 수산물 시장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해외 토픽으로만 다뤄지던 그때는 그저 나라 밖 일로만 여겨졌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그로부터 20일이 지난 2020년 1월 20일, 첫 확진자를 발표하기에 이른다.


1월 20일 국내 첫 확진자 발생


인류 역사에 남게 될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 사태는 한국 사회에 여러 생채기를 남겼다. 지금은 잦아들었지만, 한때는 마스크를 사기 위해 꼭두새벽부터 약국에 줄을 서야 했다. 아이들이 학교를 가질 못하니 부모는 육아의 늪에 허덕이고 학생들은 자기 반 친구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새 학년이 되었다.


더 큰 문제는 경제다. 자영업이 특히 어렵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여파로 손님이 급격히 줄었다. 임대료와 이자는 가뜩이나 현금이 부족한 자영업자들을 생사의 갈림길로 몰고 있다. 소비가 줄어드니 기업 경기도 좋을 리 없다. 항공업계와 면세점이 특히 울상이다. 승객운임은 ‘0’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면세점은 개점휴업 상태다. 여객기들은 좌석을 떼어 내고 화물을 나르기 시작했다. 해외여행 간접 체험이라는 명목으로 비행기를 띄웠다가 바로 내리는 상품까지 생겨났다.




나비효과의 시작, COVID-19와 '세계 경제 팬데믹'


코로나19는 소비와 수출에 직격탄을 날렸다. 소비와 수출은 나라 경제를 뒷받침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물건이 팔리질 않으니 기업은 생산을 줄일 수밖에 없다. 생산이 줄면 인력이 남아도니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해고가 늘면 가계가 쓸 돈이 없어 다시 소비가 줄어든다. 경제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내수, 즉 국내 소비가 주춤하면 수출이 잘되었던 것이 그간의 교훈이다. 하지만 경제 ‘대봉쇄(The Great Lockdown)’로 표현되는 코로나19 사태는 과거의 형태와는 달랐다. 왕래가 없으니 무역이 없어졌고 국가 간 교역이 줄어들면서 경제의 파이는 급속히 쪼그라들었다.



쉽게 예를 들어 보자. 한국은 돼지고기를 100만큼 생산하고 50만큼 수출한다. 미국은 콩을 100만큼 만들고 50을 해외로 내보낸다. 교역이 끊기면 한국은 돼지고기를 50, 미국은 콩을 50만큼만 만들어 낸다. 교역이 있을 때 세계 경제가 만들어 내는 부가가치가 200이었다면 무역을 중단했을 때는 100에 그친다. 경제 규모가 반 토막 난다는 뜻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6월 내놓은 국가별 GDP 성장률 예측자료를 보면 심각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두 번의 대유행이 닥쳤다고 가정할 때 OECD 가입국 GDP는 평균 9.3% 역성장이 예측된다. 그나마 다행은 한국의 GDP 역성장 규모가 OECD 가입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 점이다. – 2.5%에 불과하다.


코로나19 대확산 이전에도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경기는 그리 좋지 않았다. 유럽연합은 경기 부양을 위해 이미 마이너스 금리에 돌입해 있었고 한국 등 아시아 증시도 지루한 박스권을 이어 가던 중이었다. 세계 각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돈을 시중에 무자비하게 풀었지만 경기 회복은 요원했다. 미국만이 그간의 양적완화 부작용을 잡기 위해 금리를 단계적으로 올리던 시기였다.



코로나19 사태가 점차 확산되며 각국의 불안감 역시 커졌다. 미국은 그나마 금리를 올리고 있던 터라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쓸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더 이상 내릴 수 없는 수준까지 금리가 낮아진 유럽은 돈을 더 푸는 것 외에 대응할 방도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이켜 보면 발병 초기의 경제 흐름은 전조증상에 불과했다. 2020년 2월까지 세계 주요 증시는 변동성이 커지긴 했으나 나름대로 견조한 흐름을 유지했다. 일례로 미국의 대형기업 주가 추이를 반영하는 S&P 500지수는 역사상 최고점을 경신 중이었다. 그러던 중 ‘패닉 셀’, 즉 너도나도 앞다투어 투자 상품을 내다 파는 현상이 3월 들어 본격화되었다.



검은 월요일로 기록된 3월 9일은 전 세계 금융인들을 우울하게 했다. 코스피는 4.19% 하락하며 2,000선을 내줬고 니케이 225지수도 하루 새 무려 1,050.99포인트(5.07%) 하락하며 20,000포인트 선이 무너졌다. 홍콩, 중국상해지수도 마찬가지다. 아시아에서 시작된 충격은 동이 트는 순서대로 서방에 전파되어 나갔다.


이탈리아 증시는 장 초반 10% 가까이 추락했고 유럽, 프랑스, 독일 등 주요국 지수도 6% 넘는 하락을 기록했다. 나스닥은 개장 초반부터 사이드카가 발동했고 주가 하락은 계속 이어졌다. 미국 다우존스지수는 3월 23일까지 하락을 이어 가며 2만 포인트 선을 한참 하회한 18,591.93포인트까지 내려갔다. 코스피 역시 1,500포인트를 깨고 내려가 1,457.64포인트를 기록했다.


세계지수 급락의 방아쇠를 당긴 것은 다름 아닌 유가였다. 9일 새벽 런던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산 원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31.5% 폭락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 역시 27% 폭락했다. 원유 가격은 경제학 교과서에서 얘기하는 수요와 공급의 원칙을 매우 충실히 따른다. 공급이 많으면 값이 싸지고 수요가 커지면 가격이 오른다.



3월 9일의 폭락은 공급이 문제였다. 석유를 생산하는 국가들의 모임인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모종의 담합을 한다. 수요 감소가 예상되면 공급을 줄여 가격을 유지하고 반대의 경우엔 공급을 늘린다. 그런데 이날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한판 붙은 것이 뇌관이 되었다. 3월 6일 ‘OPEC + 러시아’ 간에 있었던 감산 합의에 러시아가 반대표를 던지며 협상이 결렬되었다. 그러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생산량을 늘리겠다는 발표를 해 버렸다. 코로나19로 경색된 경제 상황에서 석유 수요 감소는 자명한 바, 공급의 폭증은 자연히 원유 가격 폭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휘발유, 경유, 등유는 물론 아스팔트, 나프타 등 각종 화학물질과 심지어는 의약품조차도 원유 부산물에서 얻어지니 유가 폭락은 호재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원유 등 원재료 가격의 급격한 하락은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원재료 값이 떨어지면 기업이 만들어 내는 제품 가격도 전반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가격이 내려가면 상품 하나를 팔 때 생기는 부가가치의 규모도 줄어든다. 부가가치가 줄어들면 기업은 생산을 줄이고 투자를 꺼린다. 고용이 나빠져 어려워진 가계는 소비를 줄이고 투자까지 줄어들면 경제 전체의 파이가 급격히 축소된다.



금융 시장에 다양한 형태로 파생되어 있는 원자재인 원유 가격의 하락은 예상치 못한 위기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예를 들어 대체재인 셰일 오일 생산업체의 줄도산을 야기할 수도 있다. 전혀 과장된 시나리오가 아니다. 원유 가격 하락이 경제 전체에 미치는 효과는 생각보다 광범위하다. 평소 예상하지 못했을 뿐 원유 가격의 급격한 하락은 심각한 위험 요인이다. 이러한 우려들이 겹치면서 유가 폭락은 코로나로 가뜩이나 얼어붙어 가고 있던 세계 증시를 더욱 급속히 냉동시킨 촉매제가 되어 버린 셈이다.


유가는 한때 마이너스 가격을 기록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가기도 했다. 비정상적인 폭락이 생기면 ‘사 볼까’ 하는 마음이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원유를 직접 사서 내 집 창고에 저장하거나 바다에 기름배를 띄워 둘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투자 상품 중에는 아주 좋은 대안이 있다. ETN과 ETF라는 상품이다.


(계속)


* 작가 주.

* 『금융영업트렌드 2021』 에 수록되어 있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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