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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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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린 밤 May 02. 2021

현금결제와 카드결제

우리네 세상에 부족한 마음

현금결제와 카드결제     


 “3000원 정도 할 걸.” 어머니가 말했다. 셔츠 세탁비가 얼마나 할지 묻는 나의 물음에 대한 대답이었다. “카드도 되겠죠? 현금이 없는데.” 나는 어머니가 잘 아는 세탁소도 아닌데다, 요즘 카드가 안 되는 곳이 어디있겠나하는 생각에 멋쩍은 웃음이 나왔다. 괜한 질문을 했구나 생각하던 찰나, 전화기 넘어 극구 반대하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에이, 그거 얼마나 한다고, 현금 뽑아서 드려.”      


 이전에 편의점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부모님께서 막 서울에 도착하셨을 때였다. 갈증이 나 물을 사기 위해 들어간 편의점이었는데, 현금이 없었다. 지불할 돈은 단돈 1000원. 뭐라도 더 사자는 부모님의 말에 형과 나는 손사래를 쳤다. “괜찮아요. 괜찮아. 요즘에는 이런 거 눈치 안 봐도 돼요.” 카운터에 있던 아르바이트생도 거들었다. “괜찮아요 그냥 주셔도 돼요.” 하지만 카드로 천 원을 결제하고 나온 뒤에도, 부모님의 얼굴엔 미안함이 오래 비쳐있었다.     


 물론 어떤 금액이든 카드결제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카드결제를 통해 내역을 확실히 남긴다면 세금을 확실하게 매길 수 있으니 대한민국 국민에게 부여된 조세납부의 의무에 부합할 가능성이 높겠다. 그렇다고 설마 부모님이 탈세를 권장하기 위해 현금결제를 권한 것은 아니리라. 그것은 아마도, 나보다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이 아닐까. 나의 편의를 줄이더라도, 타인의 생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 우리네 세상에 부족한 그 마음을 부모님은 나에게 말하셨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카드결제가 틀리지 않았을지언정 어머니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3000원 정도하는 셔츠 세탁비는 현금으로 결제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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