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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연화 Jul 05. 2020

아직 미혼, 불효자는 웁니다?!

저는 언제까지 불효자로 살아야 할까요?

10년 넘게 알고 지낸

대학교 동생의 결혼식에 가기 위해서 준비를 했다.

오랜만에 머리에 드라이도 넣고,

안 끼던 렌즈도 껴봤다.

친동생처럼 내 마음을 잘 알아주던 동생이었고, 남편과의 연애 스토리도

만남부터 지금까지 모든 것을 알던 터라 정말 잘 어울리는 커플이라고 생각했고,

결혼 이후 더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마음 5000000%

무엇보다 그 행복한 순간을 함께하면서 축하해줄 수 있다는 것이 감사했다.

 


현관에서 신발을 신고 나가려는데 아버지께서 물었다.



 아버지 " 나가나? 어디가노? "

 나 " 친한 동생 결혼식이요 " 

 아버지 " 여자동생이가 남자동생이가 "

 나 " 여자동생이여 "    

 아버지 " ~~ 한다고 전해주라"   


이어폰을 끼고 신발을 신고 있어서

제대로 듣지 못했다.

 나 " 네? 뭐라고 하셨어요? "  

아버지 " 아이고~ 효녀라고 전해주라"  


" 아이고~ 효녀라고 전해주라" 

" 아이고~ 효녀라고 전해주라" 

 


내가 매일 기원하는 기원문 제일 첫 번째가 '부모님의 건강'이고

맛있는 것을 먹으면

꼭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가서 사드리고,

생신이나 결혼 기념일이 되면

늘 새로운 이벤트를 해드리고,

아버지께 애교 안마는 기본.

학교 다닐 때도 사고 한 번 안 치는 모범생으로

내 손으로 돈을 벌기 전까지는 아버지께서 힘들게 번 돈을 놀고 먹는데 쓴다는 것이 죄송해서

연애도 하지 않았다.  

물론 가끔 방을 깨끗하게 치우지 못해서

잔소리를 듣기는 하지만

그래도 자기의 가치를 최대한 빛내겠다고

허둥지둥 열심히 살고 있는 나.

이정도면 효녀라고 생각했다.


(자만이었나?)

부모님이 내 앞에서는 늘 걱정하지만 남들한테는 그렇게 자랑을 하고 다닌다고 들어서

그런데 결혼을 하기 전까지는 불효자여야 하는가?


대한민국은 '결혼공화국' 인가요?

 아버지께 저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너무 무거워졌다.

 신부대기실에서 사진을 찍을 때도,

 결혼식을 보면서도 축하는 했지만

  마음이 행복하지 않았다.


결혼 축하한다! 행복하게 살아야해 우리 동생

  

 '나는 죄인인가? '

 ' 계속 결혼을 안하면

   석고대죄라도 해야되는 것인가'

 

분명히 우리 부모님은 어릴 때부터

상대적인 행복보다는 절대적인 행복이 중요하다고 가르쳐주셨다.

그리고, 나만이 살 수 있는 인생을 빛내면서 살아가라고 했다.


그래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나는  누군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릴 때부터 나를 봐왔다는)

모르는 아주머니가


 "이제 결혼할 때가 된 것 같은데  라고 해도

방송을 하러 들어가서 어머니뻘의 MC가 다짜고짜 "너는 결혼 생각없니? 언제 할거야? 왜 요즘 애들은 결혼을 안하려고 하니? " 라고


무례하게 물어봐도


" 아~ 제가 평생을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을 눈앞에 데려다 놓거나, 제 결혼 자금을 당장이라도 대주신다면 할게요 ^^"


라고 대답하지 않고


 "때가 되면 하겠죠"


라고 웃어넘겼다.

엘리베이터가 문제다.

먼 친척 오빠라면서 다짜고짜 엘리베이터에서 "결혼 안하나?"라고 말했던 아저씨도

미혼이었다.  

재밌는 것은 저 어머니뻘의 MC의 딸도 미혼.


그럴 때마다 아버지는 괜히 말은 걸고 싶은데

할 말이 없어서 그러는거라며


 "너가 참어" 라고 했는데.....


물론 부모님의 종용(?)이 없었 던 것은 아니다.


"누구 딸이 이번에 결혼을 한다고 하더라"

"사람들이 자꾸 너 언제 결혼하나고 물어보는데 엄마도 스트레스다"

"아기를 낳을거면

조금이라도 어릴 때 결혼 하는게 좋다

엄마가 어리면 어릴 수록 아이한테 좋다고 하더라."

"결혼하고 나면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내가 조금이라도 건강할 때 도움을 주고 싶다"

" 너 31살에 결혼한다고 하지 않았니? "

" 너도 너랑 똑같은 자식 낳아서 키워봐야

엄마 마음을 알지"  

"결혼을 해야 진정한 어른이 되는거야"


아니 무슨


[헌법] 제 1조 제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제2항에서는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반드시 결혼해서 효자가 되어야 한다.

라고 나와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그럴 때마다


"누구 딸이 이번에 결혼을 한다고 하더라"

 → " 아, 잘됐네요.

행복하라고 축하한다고 전해주세요. "

"사람들이 자꾸 너 언제 결혼하나고 물어보는데 엄마도 스트레스다"

 → " 모르는 사람한테도 그런 소리를 하루에 10번씩 듣는데 당사자인 저는 얼마나 힘들겠어요?"

"아기를 낳을거면

조금이라도 어릴 때 결혼 하는게 좋다

엄마가 어리면 어릴 수록 아이한테 좋다고 하더라."

 → " 지금 제 몸 하나 컨트롤 하는 것도 힘든데 아이는 무슨요. 그리고 전 아이 계획 없어요"

 결혼 생각도 없는데 ..... 음 ......  

"결혼하고 나면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내가 조금이라도 건강할 때 도움을 주고 싶다"

 → " 딸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어머니의 마음은 잘 알겠지만, 지금은 결혼 계획에 대해서 묻는 것이

저를 더 힘들게 만드는 것이고, 아이 계획도 없고, 어머니께 도움을 구해야되겠다고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 너 31살에 결혼한다고 하지 않았니? "

 → " 세상 일이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은 저보다 더 오래 산 어머니께서 더 잘 아시지 않나요? "  

" 너도 너랑 똑같은 자식 낳아서 키워봐야 엄마 마음을 알지"

→ " 제가 진짜로 엄마의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결혼을 하라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진짜 저의 행복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하는 건지 생각해봐주세요.

그리고 저는 저와 똑같은 자식이든 아니든 어머니처럼 그렇게 잘 키울 자신이 없어요.

낳고 나면 모성애가 나온다구요? 모성애를 꼭 확인해야하나요? "  

"결혼을 해야 진정한 어른이 되는거야"

 → " 저는 어른이 되고 싶지도 않고, 꼭 어른이 되어야만 할 필요도 없다고 봐요 "

가장 적절한 시기에 평생 함께해도 지겹지 않겠다... 라는 사람 만나면 엄마가 하지 말라고해도 할테니

제발 그만하세요.


말 대답 따박따박 하는 거 보면 참 못됐다.... 불효자 맞네라고 할 수도 있다.

그냥 부모님이 이야기하면


 "네~ 알겠습니다." 하고 넘기지

라고 할 수도 있는데

결국에는 솔직하게 내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난 초등학생 때부터 입만 살았었고,

지금도 그 파닥거리는 입으로 풀칠하면서 살고 있다. 다행히.


그런데 이 질문 하나에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 아니, 그러면 저 아무나 만나서 결혼했으면 좋겠어요? 결혼한다고 행복하다는 보장도 없는데 "


"그건 아니지....."


결혼하면 행복한가요? 일찍 결혼하면 더 행복한가요?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결혼 적령기에 결혼하면

생을 마감하는 날까지 사랑하면서

살 수 있나요 ?


 '그렇다면, 취업 한 것처럼 악착 같이 누군가를 만나서 결혼을 했을 것이다

  사랑이 영원하고, 내 행복이 보장된다면'


나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우리 부모님이 싸우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가치관이 같고,

지금도 매일 공원에 함께 산책을 나가고,

어머니께서 갱년기로 헐크로 변했다가

천사로 변했다가 할 때도

아버지께서 문자로

 "지금 어머니가 힘들 때니까 도와드려야 한다"라는 문자에 '이건 어머니 의지로 되는 게 아니구나'  라고 알 수 있었다.

물론 가끔씩 어머니께서


"나는 30년 넘게 느그 아빠랑 살아도

느그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모를 때가 있다."


라고 하실 때도 있지만 늘 아버지께서는


"그래도 내가 느그 엄마를 만나서

이렇게 살 수 있게 됐다.

엄마는 가정의 태양이니까 우리가 말을 잘 들어야 된다.  말 들어서 손해볼 거 아무것도 없다" 라며

절대 지지를 보내준다.

매주 토요일 저녁 음식물 쓰레기도

아버지께서 비우신다.


그런 부모님과 매일을 함께 하는 건

나에게도 정말 큰 행복이다.

감사하다는 생각 밖에 안든다.

만약, 결혼을 하게 된다면 지금 우리 집 같은 따뜻한 가정을 만들고 싶다.


하지만,

모든 가정이 우리집 같지 않다는 것도

너무 잘 안다.

취재를 통해서 가정폭력에 힘들어하는

어머니들을 수없이 만났고,

아이를 두고 어머니가 도망가서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도 봤다.  

성대하게 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얼마되지 않아 이혼하는 커플도 있고,

함께 살고 있어도 결혼생활이 힘들다며

 '너는 결혼하지 말라고' 전화 오는 친구도 있다.   


시류에 떠밀려서 결혼하고 싶은 마음도 없고,

어르신들이 말하는 아이 키워서 시집, 장가 보내고 " 나는 이제 숙제 끝냈소 " "손자도 봤소"

부모님의 숙제를 도와드리기 위해서 하는 결혼은 더더욱 싫다.

왜냐면 그건 꼭 해야하는 숙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도 충분히 벅찰만큼 행복하다.

노력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 행복하고,

건강한 이로 맛있는 음식을 씹어 먹을 수 있는

순간 순간이 감사하다.

퇴근하고 돌아오는 아버지께

"다녀오셨어요." 하고 뛰어나가기.

어머니가 해준 맛있는 음식을 먹고

 "진짜 맛있다" 칭찬하면

"그냥 대충 만들었는데"  쑥쓰러워하면서 좋아하는 어머니의 표정을 보는 것도 좋다.   


만약, 결혼을 하게 된다면 지금 우리 집 같은 따뜻한 가정을 만들고 싶다.

전제는 ...


이 모든 것들을 내 의지로 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 이후에 올 어떤 것도 책임지고 감당하겠지. 남탓하지 않고,  

      

저 효자 해도 되나요?

사랑합니다~! 아부지, 어머니 사진에 없는 우리 오빠도

나는 진심으로 우리 부모님을 사랑한다.

그리고 늘 감사하다

(결혼 이야기하는 순간만 뺀다면)  

어디가서 나로 인해서 부모님께서

욕 먹는 일은 없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좋은 것을 보면 부모님과 함께 그 순간을 나누고 싶다.

맛있는 것도 부모님께 제일 먼저

맛을 보여드리고 싶다.

그리고, 늘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이제는 고생 그만하고,

자식 걱정도 그만하고,

 앞으로 남은 생은

스스로를 위해서 쓰고 사셨으면 좋겠다.

(그 행복 중에 하나가 내가 결혼을 하는 것이고, 손자를 보는거라고 이야기 하시겠지 하하하)   

그렇다고, 결혼을 하지 않았다고 불효자인건 아니죠?


결혼하신 효자분들 행복하신가요?

일찍 결혼하면 행복이 더 커지나요?

자기 아이들 키운다고

부모님을 소홀히 하지 않나요?

결혼하고 나면 떡두꺼비 같은 손자를 안겨 주는 것이 효자라고 할 것만 같고,

손자를 낳고나면 용돈 많이 주는 것이 효자라고

할 것 같은데... 아니면 말구요.


오늘도 불효자는 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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