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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윤희 Dec 22. 2022

공부의 on-off 스위치 "감정"

공부하고 싶은 마음 깨우기!

“아이 스스로 공부하는 힘을 키우는 법 없나요? 제가 엄마 역할 잘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아요. 그날 해야 할 것을 스스로 꾸준히 하는 정도. 그 정도면 충분해요.”
“요즘 들어 입만 열면 “싫어! 귀찮아! 몰라! 알아서 할게!”라는 아이를 보고 있으니 저도 스트레스받고 힘들어요. 아이에게 제가 화를 좀 안 냈으면 좋겠는데 그게 잘 안돼요!”
“말은 잘하죠! 결심하고 약속해도 매번 실천은 안 하고 쉽게 잊어버리는 우리 아이 문제인가요?”
불안과 걱정을 안고 아이 공부시키는 것이 너무 어렵다고 호소하는 부모님들의 ‘학습코칭’ 상담 단골주제다.



[공부의 온-오프 스위치 감정, 지식보다 ‘공부하고 싶은 마음’ 먼저 깨워야 한다.]  

최근 인지심리학, 뇌과학, 행동경제학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의사결정 대부분이 논리적인 이성에 의해서가 아니라 감정에 따른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좋고, 싫다는 감정적 선택의 결과를 이성적 논리로 채운다는 것이다. 손쉽게 극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행동설계의 힘 [스위치]의 저자들은 이성은 기수, 감정은 코끼리로 비유한다. 겉으로 보면 기수가 고삐를 쥐고 코끼리를 움직이게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코끼리의 힘이 더 강력해 기수를 압도한다. 변화하려면 먼저 코끼리에게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그다음 기수에게 방향,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행동변화의 순서다. 특히 사춘기 자녀를 움직이려면 감정에 집중해야 한다. 사춘기엔 감정을 느끼는 편도체(amygdala)는 활성화되고, 이성적인 사고를 하는 전 전두엽 피질은 상대적으로 덜 발달되기 때문이다.  


우선 부모는 우리 아이의 자존감에 집중해야 한다. 자존감이 공부하고 싶은 마음, 공부할 수 있는 자신감의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가 자신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도록 마음을 읽어준다. 결과가 어떻든 너는 사랑받을 만한 존재라고 믿을 수 있도록 행동한다. ‘너는 소중해’라는 단편적인 말보다 우리 아이와 대화할 때 와! 그랬구나! 좋았겠다! 속상했겠다! 호응하며 적극적으로 듣기, 실수하고 조금 늦어도 기다려주기, 지금도 충분히 괜찮다고 따뜻하게 바라보기, 공부 이외의 일상 대화하기, 자녀의 관심사 존중하기, 부모의 실패와 대처 그때의 감정 말해주기, 꼭 안아주기, 긍정적인 감정이 아니라 화내고 짜증 낼 때도 공감해 주기, 자녀의 행동에 좋은 의도 알아봐 주기 등 부모와의 긍정적 경험이 쌓일 때 자존감은 높아진다.  


반대로 부모의 한숨에 눌리고 짜증과 화에 길들여진 아이의 자존감은 바닥을 친다. 공부 이유를 모르고 할 자신이 없는데 계속 지식만을 넣어주면 계속 소진될 뿐이다. 자존감이 낮아지면 포기가 빨라진다. 스스로의 가치를 인정하지 못하고 잘할 자신이 없기에 당연한 결과다. 만약 빨간 불이 들어왔다면 각성해야 할 신호다. 다행인 것은 이 신호를 알아차리기만 하면 변화의 기회를 낚아챌 수 있다.  
 




[감정을 수용받는 경험, 우리 아이 변화의 원동력이 된다.] 


사춘기 딸이 일요일 저녁 잔뜩 짜증이 났다. 사소한 말 한마디에 기분이 상한다며 입이 튀어나와서 동생도 밉고 화가 난다고 씩씩거린다. 미뤄둔 숙제는 해야 하는데, 하기는 귀찮고, 짜증은 나는데 짜증 낼 곳은 없으니 혼자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좀 미리 하지!’ 화가 난다. 빨간 불이다! 잠시 멈춰,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봤다. “저녁 먹으니 나른하고 동생 노는 거 보니 부럽기도 하고, 놀고 싶은데 숙제는 해야겠고, 엄마도 그럴 땐 좀 짜증 나더라. 그냥 포기하고 놀아버리면 되는데 해내고 싶고 하려고 하니까 그런 마음 드는 거잖아? 엄마는 그 마음이 고맙네! 그 말에 아이는 배시시 웃는다. 그렇게 마음이 풀린 아이는 숙제를 시작한다.


감정이 요동치는 사춘기라면 그 어느 때보다 감정을 수용받는 경험이 중요하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자존감]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형성된 자존감은 평생을 따라다닌다. 자존감은 공부 동기가 되고 공부 엔진이 된다. 공부하기 싫은 마음, 자신감이 떨어지는 순간을 마주할 때 그 순간을 이기고 공부에 다시 집중하게 한다. 어느 학원에 보내야 더 공부 잘할까? 지식을 더 많이 넣어주기 전에 지식을 넣을 그릇을 만들어 주면 어떨까? 그것이 더 큰 변화의 원동력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공부하고 싶은 마음’을 깨우면 학습 효과는 저절로 올라간다.] 


오랫동안 공부를 잘하는 방법으로 ‘지식과 인지 능력’만이 강조되어 왔다. 하지만 주요 과목 지식을 아무리 구겨 넣으려 해도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없으면 종지에 수돗물 담기다. 물의 속도가 셀수록 물은 더 튕겨 담기지 않는다. 이젠 지금까지 소홀하게 생각했던 감정, 공부 마음에 집중해야 한다. 감정이 학습에 필수, 선재 요소임이 이미 신경과학적 연구들을 통해 검증되었다. 공부 그릇을 종지에서 국수 그릇으로 키우는 것은 지식이 아니라 감정, 곧 공부 마음이다. 그릇을 키운 후 지식을 넣으면 된다. 입시의 성패를 가르는 자기주도학습도 인지능력이 아니라 공부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나온다.  

감정 스위치를 활용해 학습효과를 높이는 방법은

무엇일까?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동기부여, 긍정적인 자기 인식, 성장 마인드셋, 공부 자신감이 피어나도록 돕는 것부터 시작한다.


why부터 시작하는 질문, 시간관리법, 목표 실행전략, 성공경험, 강점 찾기와 활용법 등 내가 학습에 주인공이 되는 학습코칭 방법론들이 있다. 공부하기 전 기분 좋은 감정을 갖도록 가이드하고, 호기심이 생기도록 질문하고, 능동적으로 참여하거나 직접 설명해 보고, 타인의 인정과 지지가 있으면 동기가 자극되어 효과적으로 학습을 이끌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방법을 배워 공부하는 과정에 부모가 슬기롭게 개입하고 이끌어내기란 사실 쉽지 않다. 도움을 받아야 할 것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의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매일일보 기고문 초고입니다. http://www.m-i.kr/news/articleView.html?idxno=973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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