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포기하자
외국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출장과 휴가로 자주 한국에 가는 편인데, 매번 듣는 질문은,
살아보니 어때?
일하는 건 할만하고?
생활은 어떠니?
등인데, 이 때마다 나는,
“돈을 버리고 자유를 얻었어요”
라고 답해드린다.
비록 이곳에서 대기업 과장 1년차 정도의 연봉이 책정 되어 있지만 세율이 40%에 육박하니, 직장 생활 14년차에 처차식까지 함께 생활하기에는 팍팍하기 그지 없다. 새로운 생활에 적응해야 하는 아이에 대한 걱정 반, 미래에 대한 기대 반으로 사립학교에 보내고, 자동차 없이 살 수 있는 괜찮은 주거지역을 고르다보니 이것 저것 다 떼고 남는 돈이라는 게 참 변변치 않다. 그래서 안 쓰고 안 사고 안 다니게 된다.
사실 한국에 있어도 돈에 대한 욕심만 버린다면 자유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 생활이 좀 팍팍해진다지만 외식 안하고, 차 안 타고, 아이 교육비 안 쓰고, 이런 저런 지출 줄이고 소소한 부업도 하다보면 그럭저럭 생활하는 데 불편함은 없지 않을까 생각된다. 물론 집을 사기 위한 저축이나 가족 모두와 함께 가까운 거리의 해외여행 조차도 쉽지는 않겠고, 동네 엄마들과 직장 동료들 사이에서 방황하긴 하겠지만.
불편함은 있지만 그것도 곧 익숙해진다. 익숙해지지만 가끔씩 찾아오는 욕망이라는 게 쉽게 가시는 것이 아니니 아직은 다스림이 필요하다. 욕심은 상대적인 결핍을 인지해야 나오는 것이니 가능하면 비교하는 상황을 피하려고 하지만 그게 어디 맘대로 되나. 밀처럼 쉽다면 사람들이 고민하고 살지도 않겠지.
자극을 모르는 것, 자극을 차단하는 것, 자극에 무뎌지는 것 중 어떤 것에 더 빨리 도달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