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차 애플 디자이너가 설립한 AI 스타트업 이야기
전 애플 디자이너이자, 현 AI 스타트업 Humane의 창업자 Imran Chaudhri가 TED 강연 무대에 섰다.
무대 위에서 휴대폰 없이 와이프와 통화를 하고, 허공을 응시하며 AI와 대화를 나누는 그의 모습은 한 단계 더 진화한 AI 기술의 성능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디바이스의 미래, AI의 미래, 인간의 미래에 대해 많은 인사이트를 전해준 그의 강연을 글로 정리하고, 짤막한 단상들도 남겨보았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디바이스는 점점 작아졌다. 거대한 컴퓨터에서부터 데스크탑, 노트북, 스마트폰, 스마트워치까지. '그렇다면 그 다음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아마 대부분은 아래 이미지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Imran Chaudhri의 의견과 비슷하게 나는 AR/VR이 우리의 다음 단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AR/VR은 이미 많은 이들에게 친숙하며, 새로운 것을 보여주는 대신 이전에도 충분히 볼 수 있었던 영상과 이미지들을 보여준다. 그저 좀 더 가까이, 생동감 있게 보여줄 뿐 '신선한 충격'은 없는 것이다. Imran Chaudhri 또한 우리의 미래가 얼굴에 씌우는 무거운 기기로 향해 가고 있지 않으며 기술과 디바이스는 곧 눈 앞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Imran Chaudhri와 Humane이 만들어가는 AI 솔루션은 새로운 형태의 웨어러블 디바이스 및 플랫폼에 기반한다. 그 첫 번째 디바이스가 바로 Humane Ai Pin인데, 셔츠 등에 꽂아 사용할 수 있는 작은 핀의 형태를 띠고 있으며 스크린이 없는 대신 손바닥 또는 사물에 인터페이스를 투영할 수 있는 기기이다.
이 Ai Pin의 핵심 가치는 Screenless, Seamless, Sensing으로, 스크린에 매몰되어 있던 현대인들에게 자신을 둘러싼 현실 세계의 주변부를 둘러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물론 virtual한 세상과의 연결은 더욱 긴밀하게 유지하면서 말이다.
Screen-free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AI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출근길에 자전거를 타며 메일을 확인하거나 타국민의 눈을 바라보며 외국어로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콘서트장에서 공연 영상을 찍기 위해 핸드폰을 들고 있을 필요 또한 없다. 그저 셔츠 한 쪽에 Ai Pin만 꽂아놓는다면 눈 앞의 장면을 얼마든지 녹화해 저장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결국 초소형 디바이스, 혹은 무형의 디바이스와 함께하는 AI 시대는 인간에게 불필요한 인터랙션을 요구하지 않음으로써 인간을 더욱 자유롭게 만든다고 볼 수 있다.
Humane은 최근 미국 특허청에 레이저 프로젝션 시스템을 사용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특허를 신청했으며, Microsoft, SK networks, LG, Volvo 등과 함께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데이터 확보 및 개발 공정을 생각해보면 Humane의 상업제품 출시는 꽤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들이 만들 인간 중심의 AI 시대는 많은 이들의 기대와 공감을 얻고 있다.
+) 강연을 들으며 머릿 속에 떠오른 단상들을 가볍게 적어본다.
1. 디바이스는 점점 작아져 언젠가는 칩 하나 혹은 무형의 형태로 남게 될텐데, 그럼 제품을 디자인하던 디자이너들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공학적 디자인, 디자인 엔지니어링, 디자인씽킹, User Experience, Interaction design 에 대한 전문성이 더욱 중요해지는 듯 하다. 대학에서 디자인 전공의 단과대가 미술대학이 아닌 공과대학이 되어버리는 상상도 해본다.
2. 인간은 정보를 습득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데 있어서 무언가를 '보는 행위'를 지속해왔다. 매체와 상관 없이 텍스트를 읽고 이미지와 영상을 보며 수천년의 시간을 지나왔는데, 과연 시각 작용 없는 소통에 쉽게 적응할 수 있을까?
3. 이렇게 기술이 인간의 진화 속도를 앞서가며 발전하고, 인간의 신체와 뇌 구조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게 된다면 오히려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본연적 습성을 충족시키는 콘텐츠와 서비스가 흥하지 않을까?
4. 강연을 보는 내내 영화 'HER'이 생각났다. AI와 음성으로 더욱 깊게 소통할 수 있다면 정말 AI가 인간의 정서적 외로움을 달래줄 수 있는 존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체가 없기에 분명 한계는 존재하겠지만, AI가 있다면 혼자서도 외롭지 않게 잘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생성형 AI에 대한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AI 툴로 디자인 작업물을 만들어보는 스터디를 운영 중입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아래 링크에서 같이 차근차근 공부해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