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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기자 Feb 28. 2019

Written Exam에서 A를 받아보자

영어 에세이 쓰기/ 라이팅 강좌

* 룬드대 Study Support Center의 라이팅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개인적인 생각을 곁들였습니다. 작년 말에 쓴 글이라 시차를 감안해서 읽어 주세요^^;



드디어 논문 직전 학기가 끝났다. 2번의 essay (각 2000자)와 2번의 term paper(각 2000자), 3일에 걸친 written exam (총 3600자)에 소논문 (10,000 words) 작성과 소책자 제작(2000자), 도합 23,600자에 논문 수퍼바이저 컨택과 proposal 제출까지 겹쳐 과부하가 걸렸다.


라이팅은 1학년 때부터 많이 힘들어했다. 1학년 첫 시험 리포트 제출에서 F를 받은 적도 있었다. 그러다 2학년이 되니 슬슬 잭팟이 터지는 게 느껴졌다. 라이팅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을 때의 그 감동이란.. 다른 시험성적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였다.


최근 텀페이퍼와 필기시험 등 라이팅 평가에서 3번 연속으로 A를 받아서 이젠 라이팅 후기를 써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내가 받았으니 다른 친구들도 A이겠거니 했는데 주변 얘길 들어보니 이번에도 교수님들은 A를 박하게 주신 것 같았다. 스페인 친구가 E를 받았다며 참고 삼아 내 에세이를 보고 싶다고 부탁해 왔는데 일 년 전 1학년 첫 시험이 끝나고 A를 받은 친구들에게 에세이 동냥(?)을 다니던 내 모습과 겹쳐 보여 만감이 교차했다.









벌써 석 달 전 강의라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두괄식으로 작성, paraphrasing, However의 남발 금지 등 기본적인 내용을 강조했다. 이건 필기시험이건 에세이나 리포트건, 논문이건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내용이라 기본기가 탄탄한 게 지름길인 건 사실이다. 그 외 coherent 하게 전체 흐름을 갖고 가는 것, 마지막 문법 체크와 교열, 인용을 체크하는 건 당연한 거겠지만 여러 번 강조된다. 안 그런 나라가 없지만 "특히 스웨덴은 인용 같은 기본요건에 엄격하다"라고 1학년 때부터 교수들이 여러 번 강조하는 편이다. 실제로 이 기본요건을 못 갖춰서 (들리는 바로는) 작년 졸업생들 중 절반이 논문 통과를 못 했고 그 많은 중국인 포함 아시안 학생들 중 중국인 딱 한 명을 빼곤 다 패스를 못했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1학년 1학기 수업에선 (R교수 전담) 학과 전체 90여 명 중 3/4가 Fail을 받고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 그런데 이건 학과마다 달라서 룬드 캠퍼스의 Economy학과 학생들 말로는 인용이나 문법 실수가 있었는데도 통과됐고 심지어 고학점도 흔하게 받는다고 한다. 우리 학과는.. '눈물이 또르르'인 게 1학년 때였나, 영국서 재무 석사를 따고 온 중국인 친구 말이 "영국도 학점이 짜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미국서 공부하는 내 친구는 성적표가 올 A"라고. (이래 놓고 이 아이는 그 시험 A를 받았다. 진짜 멋지고 똑똑한 친구다) 좀 과장이 섞였겠지 했는데 일전에 미국인 친구에게 그때 생각이 나서 물어봤다. 이 친구는 미국서 학사를 나오고 스웨덴 룬드 캠퍼스에서 브랜드 경영 석사 1년에 지금이 2번째 석사인데 듣자마자 고개를 저으며 "미국도 F를 주긴 하지만 드물고 웬만하면 Pass는 시켜 주는데 여긴 좀 심하다"라고 말했다.

사실 우리 학과 커리큘럼이 구리고 학점도 짜게 받는 배경에는 R교수 탓도 있는 것 같다. 국적과 인종, 나이와 성별, 졸업생과 재학생을 막론하고 학생들이 다 싫어하는 교수다. 한 독일인 친구는 논문 supervisor로 R교수가 배정되자 강력하게 반발해서 기어이 한국인 교수님 밑으로 들어가기까지 했다 (이런 것만 봐도 어느 나라에서나 열심히 하시는 분들만 일을 덤터기로 쓰는 건 매한가지인 것 같다..) R교수의 만행에 대해선 정말 말을 아끼고 있지만 언젠가 말할 날이 있겠지. 내 경우도 성적표가 다 A 아님 B인데 R교수 수업만 유독 Fail을 받고 재응시한 시험에선 C를 받았다. 결코 C를 받을 만한 노력을 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그렇다고 수업 질이 뛰어나길 하나 피드백이 있길 하나, 그 고압적인 태도 하며.. (본래 성정이 나쁜 분은 아니겠지만, 우리가 당신 교습 태도에 학점을 준다면 당신은 필연코 F다)



각설하고, 위 사진 속 프레젠테이션은 강사가 '어떻게 하면 빠른 시간 내 필기시험 답안지를 작성할 수 있나'에 대한 나름의 팁을 정리한 것이었는데 요약하면


1) topic을 두고 15분, 30분 정도의 초시계를 설정한 뒤 다.

2) 중요한 점은 '그냥' 생각나는 대로 쓴다는 것. 맞춤법이나 문법, 맥락과 인과관계는 신경 쓰지 않고 그냥 정해진 시간 내 최대한 많이 쓴다.

3) 전 단락에 내가 뭘 썼는지 거슬러 올라가 읽지 말고 '생각나는 대로' 쓴다.

4) Backspace나 Delete를 누르지 않고 쓴다. 즉 퇴고는 신경 쓰지 말고 일단 쓴다.

5) Literature Review가 부족하거나 나만의 Reflection이 없더라도 그냥 쓴다.


실제로 강의 도중 강사가 3분의 시간과 주어진 토픽을 주고 학생들이 즉석에서 최대한 많이 써 내려가는 연습을 함께 했다. 끝나고 학생들의 반응을 물어보니 '쓰기에 대한 부담을 느껴 procrastination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도움이 되는 것 같다'라는 의견과, '별로 도움이 되는 것 같지 않다. 생각을 하면서 쓰는 편인데 이런 식으로 써 갈기다 보면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라는 의견으로 갈렸다. 나는 후자 쪽이었다.

결론은 이 방법도 정답은 없으니 각자에 맞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평소 서두부터 문맥 간의 인과관계나 문법에 신경을 쓰면서 쓰는 스타일이라 위 방법이 맞지 않았다. 저렇게 쓰면 다시 처음부터 되돌아가서 퇴고하고 인과관계를 재창조하거나 수정해야 하는데 시간을 더 소모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래부터는 내가 생각하는 라이팅 tip인데,


학기 시작부터 Literature를 틈틈이 읽기 시작하면 한 달 정도가 걸리는데 관심 있는 부분만 발췌독한다. 계속 읽다 보면 저 위의 프레젠테이션처럼 신호등 역할을 하는 문장 요소들이 눈에 그림처럼 들어와 속독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읽으면서 argument나 reflection을 '한국어'로 적었다. 이걸 한 달간 업데이트하면 30-40페이지가 넘어간다. 이렇게 정리할 때 가장 큰 장점은 1) 시험기간에 요약본을 보면 된다는 것이다. 당연히 쪽수와 출처는 적어두는 게 편하다. 물론 직접 인용을 할 때나 추가로 궁금한 걸 찾을 때는 아티클을 부분적으로 다시 읽어야 한다.


2) '한국어'로 적는 것은 상당히 득이 되는데 일단 한국어로 쓰면 글을 다시 읽을 때 영어보다 이해나 되새김질 속도가 빨라질뿐더러, 한국어로 쓴 부분을 내가 다시 번역 혹은 영작해서 실제 시험지에 적기 때문에 paraphrasing이 자동으로 된다는 장점이 있다. 예상하셨겠지만 이렇게 하면 plagiarism을 예방할 수 있다는 가장 큰 장점이 있다.

작년엔 2학년 학생들 중 에세이를 그대로 복붙 했다가 걸려서 정학당한 케이스도 있었다는데 안타깝게 동양인 학생이었다고 한다. 물론 이 경우는 좀 극단적인데 1학년 때야 학제가 달라 실수할 수 있다 쳐도 (그런데 사실 몰라도 얄짤 없다.. 정학감이다) 2학년이 표절로 걸리는 건 좀 문제가 있어 뵌다. 아무튼 성적 때문에 유급하는 학생들도 생각보다 꽤 많았다. 학과 입학정원이 90명이었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1/3~2/3이 중도에 학업을 포기했는데 학점 때문에 kickout 된 것도 여러 사유 중 하나였다. 그나마 스웨덴은 2번의 패자부활전이라도 주어지지만 덴마크나? 네덜란드?(미국인 친구 말이라 추가 확인이 필요할 듯)는 그대로 kick out이라 하니 살벌하다.


아무튼 경험상 위 방법을 이용하면 못해도 B는 받을 수 있는 것 같다.





여전히 논문 쓰기는 어렵지만(쓰다 때려치우고 싶은 욕구가 스멀스멀) 논문을 껌처럼 씹어서 야무지게 얼른 해치우고 졸업 전 남은 시간을  실속 있게 쓰자. 잊지 못할 2018년이 저물어 간다.


 






+추가) (라이팅 팁은 아니지만) 유학 오실 분들은 소형 마사지 기계를 가져오거나 구입하시는 걸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기자 초년병 시절부터 산업재해 수준으로  목디스크끼가 있었는데  6년 넘게 앓은 만성이라 사후관리책을 대략 알고 있는 편이었다. 사회부 2년 차 때 병원에서 X-ray를 찍었는데 의사 선생님이 "넌 지금 이 상태에서 뒤에서 차가 들이받으면 그대로 목이 나간다"는;; 무시무시한 진단을 내려 주셨다. 그 이후로 관리에 신경을 썼고 마사지도 그중 하나였는데... 하지만 목에 가해지는 하중은 정확히 써야 할 text의 word 수에 정비례한다는 걸 이번 기회에 절감했다. 시험철만 되면 도지는 목디스크는 12월엔 최악의 상태에 달해 있었다. 리포트가 마무리될 쯤엔 옆으로 고개를 돌리는 것조차 심한 통증을 느껴서 거의 침대에 반쯤 들어 누운 채 끝내야 했다. 저번 주엔 10살 어린 파릇파릇한 중국인 동생도 온라인으로 마사지 기계를 주문하고 있었고 핀란드 친구는 내가 추천한 태국 마사지숍에 가겠다고 벼르고 있었다. 평소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편인데도 이쯤 되면 마사지 기계가 필수라는 생각이 든다. 여름방학 때 황망해서 바보 같이 기계 두 개를 까먹고 한국에서 가져오질 않았다. (마사지 기계 없이 논문 쓸 생각을 하니 벌써 아득하다) 어찌 보면 노트북만큼이나 유학생에겐 전장의 총알 같은 필수품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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