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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사 Jul 19. 2023

CEO의 고통 임계점

On Entrepreneurship and Business | 기업가정신

“창업은 아무나 할 수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사업을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높은 고통 임계치를 갖는 것입니다.”


“Starting a business is not for everyone. Generally, starting a business, I’d say, No. 1 is to have a high pain threshold.”


“작은 사무실에 앉아 깜빡이는 노트북 화면을 하염없이 쳐다본다. 사무실로 쓰고 있는 작은 방 안은 서류 더미와 여기저기 흩어진 아이디어 메모, 마인드맵과 스케치로 가득 찬 화이트보드로 복잡하다. 이 작은 공간은 성공을 꿈꾸는 한 젊은이가 청춘을 연료로 삼아 끝을 알 수 없는 여정에 도전하는 출발점이다. 

대한민국 서울에서 그는 흔들리지 않는 결단력으로 오랫동안 꿈꾸어 온 작은 비즈니스를 실현시키려 한다. 어린 시절부터 그는 자신의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성공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는 고장 났다. 유일한 방법은 한 계단씩 고통스럽게 올라가는 것뿐이다. 그 과정에는 예상치 못한 어려움과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재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적인 대안은 혁신적인 아이디어였다. 인류의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다는 열망으로 그는 제품의 초기 디자인에 혼신의 힘을 쏟았다. 셀 수 없는 많은 밤을 연구와 디자인, 프로토타입 제작에 보냈다. 

하지만, 세상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이 젊은 기업가는 잠재적 투자자에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발표했을 때 큰 좌절을 맛보아야 했다. 투자자들은 그의 비전을 단순한 공상이라며 비웃는다. 

꿈을 현실로 만들기까지는 아직도 아득하기만 하다. 저축한 돈과 가족과 친구들에게 빌린 초기 자금은 벌써 마르기 시작했다. 안정적인 직장도 때려치우고 뛰어든 위험한 도전이다. 속절없이 시간이 지날수록 부담감은 커진다. 창업의 어려움은 생각보다 컸고 장애물은 많았다. 고통 없이 얻는 것은 없다지만, 어려움은 계속해서 밀려든다. 공급업체는 약속한 기한에 납품을 하지 않았고, 초기 생산 비용은 예상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부터는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한 후, 양산을 위한 투자를 받아야 하고, 상업화 가능한 수준으로 원가를 낮출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시장에 제품을 내놓았을 때 고객들의 선택을 받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일 것이다. 

오늘은 초라하게 발걸음을 돌리지만, 반드시 비전을 현실로 만들 것이다. 성공시킬 것이다. 리더가 무너지면 회사는 끝이다, 그는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굳은 의지로 높은 고통의 문턱을 넘어야 성공할 수 있다. 지금의 어려움은 반드시 결실로 돌아올 것이다. 이 젊은 창업가는 밝은 미래를 상상하며 새로운 투자 기회를 만들기 위해 이 작은 공간에서 새로운 투자 설명회를 준비하며 오늘 새벽도 하얗게 불태울 것이다.”


무엇이 이 젊은 창업가를 성공적인 리더로 성장시킬 수 있을까. 돌아보면 그 수많은 고통과 좌절의 시간을 감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그의 마음이 성공으로 이끌지 모른다. 좌절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은 소중한 교훈이 될 수 있다. 경영진의 자질, 창업하기 좋은 외부적 환경과 타이밍, 많은 경영 자원, 혹은 이 모든 것들에 영향을 받은 기업 내부의 메커니즘, 이 모든 것이 기업 성과에 영향을 준다. 그러나 비즈니스를 창업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을 하나만 꼽는다면 ‘고통을 감내하는 능력’ 일 것이다. 일론 머스크는 일반적으로 비즈니스를 시작하기 위한 첫 번째 창업의 조건은 창업자의 고통에 대한 역치閾値(고통을 감내할 수 있는 정도나 능력)라고 주장한다. 창업은 많은 고통을 수반한다. 스타트업이나 신생 기업을 시작한 후 겪는 새로운 과정들은 리더에게 정신적인 압박으로 다가온다. 


창업가들은 어떤 정신적인 문제들을 겪고 있을까? 창업가의 정신건강 문제와 원인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그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실시된 국내의 한 실태 조사 보고서는 몇몇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 보고서에는 국내 스타트업 창업자 270명 이상이 설문에 참여했고, 우울, 불안, 수면, 문제성 음주, 자살 위험성, 스트레스 등의 위험 요인이 분석되었다. 조사 결과 창업가들은 높은 수준의 정신적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일반 성인 대비 우울, 불안, 자살의 위험성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간 이상의 우울 수준은 전체의 3분의 1 이상이고(33%), 불안의 비율도 20%로 일반 성인 집단에 비해 두 배 이상 높다. 또한 창업가 10명 중 2명은 자살 고위험군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은 자금의 압박 및 투자 유치인 것으로 나타났다(45%). 조직 관리 문제와 실적 부진도 각각 20%의 원인을 차지했다. 


창업 후 시간이 많이 지날수록, 여성 창업가일수록 더욱 정신적인 문제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는 결과도 포함되었다. 그럼에도 창업가들은 정신적 건강을 위해 전문적인 조언이나 도움을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용이나 시간의 문제뿐 아니라 나약하거나 무능한 사람으로 비칠 수 있다는 사회적 낙인에 대한 두려움도 포함된다. 


보고서는 결론적으로 사업을 포기하지 않고 지속하기 위해 창업가들이 내적 동기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데, 내적 동기는 업무에 대한 집중력, 흥미, 만족 등을 포함한다. 사업을 통해서 자아실현, 성장감을 느끼고, 일에서 오는 성취감을 얻으며, 본인 능력에 대한 효능감을 느끼는 계기로 삼으면 좋다는 것이다. 외적 보상이나 타인의 인정은 내적 동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효과를 가지고 있다는 결과는 리더의 심리적인 요인을 다루는 다른 선행 연구에서도 동일하게 많이 발견된다. 스타트업이나 신생 기업 창업가들의 정신 건강은 개인적인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기업 경영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다른 임직원을 포함한 조직 요인들에 영향을 미친다. 즉, 리더의 심리 상태가 성공적인 창업의 전제조건일 수 있다. 전문적인 도움 없이 정신 건강 문제가 지속되면 나쁜 성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리더가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해 관심이 필요하다. 


최고 경영자의 번아웃burnout(정신적 탈진, 직무에서 느끼는 극심한 육체적 혹은 정신적 피로감이나 직무가 주는 열정이나 성취감을 상실하는 증상)과 기업의 성과에 초점을 맞춘 실증 연구  결과는 CEO 소진이 기업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유럽의 CEO들을 표본으로 조사한 결과 번아웃 수준이 높은 CEO와 기업의 성과 사이에 부정적인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CEO가 직무 소진을 경험할 때 기업 내부에 보유한 자원들은 이러한 부정적인 연관성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EO의 이중성CEO duality(리더가 최고 경영자직을 맡으면서 이사회의 의장 역할을 겸하는 경우를 의미하는데, 주주와 경영진의 이해 충돌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도 직무 소진과 기업 성과 저하 사이의 관계를 개선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드러났다. 


머스크의 발언은 기업을 운영함에 있어 리더가 긍정적인 마인드셋에 기반해 회복탄력성을 가지는 것이 중요함을 환기시키는 것이다. 지속된 좌절과 실패는 소위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고통을 줄 수 있다. 긍정 심리학positive psychology을 주창한 마틴 셀리그먼Martin Seligman은 사람들이 가진 낙관주의 태도가 성과와 높은 상관성을 가지고 있음을 밝혔다. 그는 우리가 가진 ‘귀인 양식’, 즉 개인이 성공이나 실패의 원인을 해석하는 행동 양식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사람들이 부정적 사건을 경험할 때 사건을 해석하는 방식은 다음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우울증 환자는 지갑을 잃어버리면 스스로를 자책하며 자신을 우울 상태에 두려는 경향이 있다. 반면 긍정적인 사람은 같은 사건이라도 일회성 사건으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다. 별일 아냐. 다음에는 이런 일이 없을 거야. 높은 회복탄력성이다. 긍정적 태도와 비즈니스 성과 사이에는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존재한다. 


기업가적 위험 감수 이론Theory of Entrepreneurial Risk-taking은 리더의 고통의 역치가 높아야 한다는 머스크의 주장과 통한다. 기업가는 성과를 내기 위해서 높은 수준의 불확실성과 위험을 감수할 수 있다. 비즈니스를 시작하고 성장시키는 데에는 수많은 도전과 좌절이 수반되므로 어려움을 견디고 실패를 통해 지속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사라스바시 교수가 주창한 이펙츄에이션 이론 역시 창업 과정의 반복적인 특성과 불확실성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강조한다. 고통을 견딜 수 있는 능력이 높은 기업가는 예기치 않은 도전을 헤쳐 나갈 때 좌절에 대처하고 전략을 조정할 수 있다. 이런 능력은 장기적인 기업의 비전에 집중하고 그 목표에 헌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심리적 자본psychological capital은 회복탄력성, 자기 효능감, 희망, 낙관주의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의 긍정적인 심리 상태를 가리킨다. 어려운 상황을 견딜 수 있는 기업가는 통상 높은 심리적 자본을 갖춘 것으로 이해된다. 높은 심리적 자본은 창업 및 경영과 관련된 좌절을 견뎌낼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으며, 관련 연구에 따르면  높은 수준의 심리적 자본이 기업가적 성공과 긍정적인 상관관계를 가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최고 관리자나 CEO가 고통 역치를 가졌다면 외부적인 압박에 굴복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중요한 비즈니스 과제에 집중할 수 있다. 2008년 미국의 대형 금융사였던 리먼 브라더스Lehman Brothers의 갑작스러운 파산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많은 기업이 생존을 위협하는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했다. 당시 제너럴 일렉트릭General Electric의 CEO였던 제프리 이멜트Jeffrey Immelt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격동의 시기를 헤쳐나가는 경영 능력을 보여주었다. 금융, 항공, 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에 속한 자회사들을 가진 대기업이었던 GE는 금융 위기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이 금융 위기가 회사에 가져온 타격은 매우 심각했으며 2008년, 회사 주가는 42% 하락했고, GE는 전체적인 사업 운영을 재고해야 했다. 월 스트리트의 거물 투자자인 워렌 버핏도 이 상징적인 미국 회사를 살리기 위해 30억 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이멜트는 불확실성 속에서 조직을 이끌기 위해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했다. 그는 광범위한 비용 절감 조치를 시행하고, 실적이 저조한 자산을 매각하고, 핵심 비즈니스에 집중하기 위해 회사 운영을 재구성했다. 회사는 과거에 가장 큰 수익을 창출했던 사업체들조차 빠르게 매각했다, 이해관계자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거대 기업의 주주, 직원, 외부자들은 변화에 대해 거센 압박을 가했다. 그러나 이멜트는 단호하게 결정을 내리고 필요한 변화를 끈질기게 실행해 위기의 시기를 견뎌냈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2017년까지 회사의 주가는 100% 이상 회복되었다.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경영자로 꼽히는 잭 웰치Jack Welch의 뒤를 이어 최고 경영자가 되었다는 부담 속에서 예측할 수 없는 도전을 견뎌내고 어려운 결정을 내린 그의 능력은 최고 경영자로서의 높은 고통 감내 능력을 보여준다. 


애플의 공동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도 경영자로서의 여정 내내 수많은 도전과 좌절에 직면했다. 1985년 자신이 세운 회사인 애플에서 쫓겨난 후 참담한 아픔을 맛보아야 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컴퓨터 제조회사인 NeXT를 설립해 이후 애플이 부흥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잡스의 회복력과 좌절을 견뎌내는 능력은 애플에 성공적으로 복귀한 이후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상징되는 애플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관리 자산만 약 1200조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사모펀드private equity fund인 블랙스톤Blackstone Inc은 2021년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체형보정 의류 회사 중 하나인 스팽스Spanx를 12억 달러(2023년 기준 약 1조 5천억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의 창업자는 사라 블레이클리Sara Blakely로, 그는 혁신적인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수많은 거절과 장애물을 넘어야 했고, 고통에 대한 높은 인내심과 결단력으로 사업을 추진한 결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리더 중 한 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머스크는 2020년대의 오늘날 가장 영향력 있고 야심만만한 기업가 중 한 명이다. 그의 높은 고통 감내 능력은 수많은 도전과 좌절을 극복할 수 있게 해 준 그의 기업가적 여정의 특징으로 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머스크를 지상 최대의 사기꾼, 희대의 거짓말쟁이이자 나르시시스트라고 비난할 때 그는 화성에 인류를 위한 제2의 식민지 개척하기 위한 바탕이 될 저비용 재활용 로켓을 셀 수 없는 실패와 좌절 끝에 실현해 냈다. 로켓 발사의 연이은 실패뿐 아니라 파산 위기도 겪어냈다. 많은 기업가들이 포기했을 법한 위기에서도 그는 높은 고통 한계치와 자신의 비전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보여주었다. 그의 실제 경험은 기업가적 여정에서 인내의 중요성과 높은 고통의 한계점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보여주는 경험적 증거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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