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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bong Apr 12. 2018

최근 5 시즌 중, 4번의 8강 탈락

1718 챔피언스리그 8강. AS로마 1,2차전을 리뷰합니다.

1차전

 이 경기를 본 사람이라면, 메시의 위치에 대해 평소와 다른 점을 느꼈을 것이다.

부상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평소 메시가 매우 낮은 지역까지 내려와서 빌드업에 관여하는 모습과는 반대로 로마전 메시의 평균 위치는 수아레스보다 높은 상태였다.


 발베르데가 시즌 개막 이후 보여준 442의 플랜 B는 프리시즌에 사용한 플랜 A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442의 가장 큰 약점은 볼 순환인데, 메시가 평소 위치보다 내려가 경기하면서 해결된 모습을 보였다. 메시가 결장했던 경기에서 433의 라인업을 선보였던 것을 보면, 442에서 메시의 중요도를 알 수 있다. 

@11tegen11 메시의 높은위치를 확인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번 로마전과 같이 메시의 평균 위치가 높을 때는 어떠한 단점이 있을까? 바로 전방 압박에 대한 바르샤의 대응이다. 공격의 전개가 수월하지 않기 때문에, 보다 직선적인 공격을 시도했다.

이렇게 약해진 팀 압박의 강도를 보완하기 위해서 발베르데는 뎀벨레가 아닌 세르지를 선택했고, 덕분에 바르샤는 견고한 두줄 수비를 보여줄 수 있었다.

 평소에 우리가 알던 바르샤의 모습과는 다르게 직선적인 플레이, 팀 단위 압박 등의 여러 가지 모습들로 1차전에 임했고, 승리까지 챙겨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쩌면 이것은 발베르데의 이번 시즌 장점이었다.

 하지만 442를 가동하기 위해서는 메시가 낮은 지역까지 내려와서 볼 순환에 관여하고 수아레스의 체력을 관리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메시와 부스케츠의 부상과 a매치 이후의 소극적인 로테이션으로 주축 선수들의 체력관리에 있어 걱정이 되는 상황. 그렇다면 발베르데는 상당히 공격적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로마를 상대로 1차전과 같은 전영으로 임하게 될지, 아니면 볼 순환을 시켜줄 선수들을 투입하여 경기를 운영해갈지에 대해서 나는 과감한 로테이션을 통해 후자를 선택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수페르코파 이후 48경기 1패인 본인의 전술을 믿지 못한 발베르데


레가네스전 과감한 로테인션 후 이 라인업이였다면?


 1차전과 같은 라인업이었지만, 발베르데는 위에 언급한 두 가지 요소 중에 어떠한 것도 나의 예상에 맞는 경기 운영이 아니었다. 캄프누 에서 바르셀로나가 로마와의 차이를 보여준 것은 바로 팀 단위 압박이었지만, 이상하게도 이날 발베르데는 0:3이 된 상황까지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 실제로 2번째 실점 이후 피케와의 대화가 중계에 잡힐 정도.


TV3: Pique reportedly tried to persuade Valverde to change the gameplan, the coach refused


 이처럼 선수들은 팀 단위 압박을 진행할 준비가 되어있었고, 실제로 레가네스 전에서는 압박을 통해 좋은 모습을 보여줬는데 발베르데의 과감하지 못한 원정 준비는 팀의 패배로 이어졌다.

 전반전 이후 발베르데의 변화를 기대했다. 실제로 지난 50경기 동안 발베르데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적절한 변화를 거쳐 결과를 가져가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오늘 경기에서의 소극적인 모습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른 선취득점으로 로마는 분위기를 가져가고, 바르샤는 아예 경기가 말린 상황으로 가고 있었다. 로마는 공격자원을 계속해서 투입하면서 4강 진출을 위한 세 번째 골을 목표로 하고 있었지만, 발베르데는 변화를 취하지 않았다.

 교체가 아닌 전술적인 변화를 택하는 방법으로는 메시의 위치를 매우 낮은 곳까지 내려서 볼순 환에 도움을 주는 방법이 있었다. 그 보다는 교체를 통한 가장 좋은 방법도 있다. 탈압박이 확실히 가능하고 전방 깊숙한 곳까지 볼을 운반할 수 있는 뎀벨레 카드 혹은 원정경기에서 종종 사용했던 왼쪽 안드레 고메즈와 오른쪽 파울리뉴의 투입으로 중원에서의 싸움을 가져가는 방식 등의 여러 가지 선택을 할 수 있었지만, 이러한 결단을 내리기까지 바르셀로나는 3골을 허용하였고, 과감하지 못했던 발베르데의 선택은 팀의 패배뿐만 아니라 토너먼트에서의 탈락으로 이어졌다.


 오늘의 발베르데는 무리뉴의 아류였다. 물론 펩이 떠난 7년간 바르셀로나의 철학과는 다른 모습의 축구가 보였었고, 그런 팀을 이어받은 발베르데가 안타깝긴 하지만.


 빌바오 시절, 로테이션이 장점으로 여겨지던 발베르데 감독이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가장 큰 의문이지만. 팬으로서, 남은 8경기가 다음 시즌을 대략 그려볼 수 있는 청사진이 되었으면 한다. 레전드 출신의 감독이 아니라는 점과 다른 빅클럽 감독들과는 다르게 명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결과에 집착했던 모습이 보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리그는 11점 우위를 가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2-3경기 정도는 후보선수들의 점검, 그리고 B팀의 유망한 선수들의 콜업을 통해서 다음 시즌을 미리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프리시즌과 시즌 초반에 보여준 모습들은 크루이프즘에 부합하지 못하는 감독이 아니라는 것을 명확하게 알 수 있었기 때문에, 남은 8경기에서 옥석 가리기를 통해 시즌 종료 후 선수단을 빠르게 줄여서 감독 입맛에 맞는 선수 구성이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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