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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 Kong Feb 12. 2018

리그 최연소 마무리 투수의 변화와 성장

2018년에도 그는 제이스의 뒷문을 책임질 것이다


리그 최연소 마무리 투수의 변화와 성장

2018년에도 그는 제이스의 뒷문을 책임질 것이다


(제이스의 베테랑 포수와 젊은 마무리 투수)

멕시코의 Juan Jose Rios에서 태어난 소년은 12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학교를 그만두었다. 그러고는 근처 농장에서 감자를 캐거나 토마토를 따며, 그의 어린 쌍둥이 남동생과 여동생을 위한 돈을 벌기 시작했다. 사남매의 아버지가 멕시코 리그에서 22년간 뛴 투수였음에도, 가족 모두를 부양하기에는 그의 수입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비록 가난 때문이었지만 12살에 학교를 그만두자 주위의 모두가 그를 따가운 시선으로 바라보았고, 이를 견디는 것은 12살의 어린 소년에게 힘든 일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야구가 있었다. 새벽 6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한 후 그는 항상 저녁 늦게까지 아버지와 야구 연습을 했고, 16살이라는 어린 나이부터 과거 아버지가 뛰었던 멕시코 리그 팀에서 투수로 공을 던질 수 있었다.


그러자 메이저리그 구단이 그에게 접촉했고, 150만 달러라는 거액의 계약금을 받으며 소년은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한순간에 부자가 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들에게 찾아온 갑작스런 부를 감당하지 못하는 반면, 소년은 자신에게 찾아온 엄청난 부를 현명하게 이용했다. 어머니에게 집을 사줬고, 그의 동생들을 모두 다시 학교로 돌려보내 주었다. 그리고 남은 돈은 스스로의 미래를 위해 투자했다. 


이렇게 현명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소년은, 불과 4년 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어린 선수가 되었고, 그 이듬해에는 메이저리그 최연소 마무리 투수가 되었다. 데뷔시즌 신인왕 4위를 차지하고 2017년 올스타에 선정된 것은 덤이었다.


바로 블루 제이스의 마무리 투수 Roberto Osuna의 이야기다.



기묘했던 그의 2017시즌

(경기를 마무리한 뒤, Roberto Osuna)

2017년은 Osuna에게 기묘한 시즌이었다. 그는 커리어 최다 세이브(39SV)와 최대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F-war 2.9)를 기록했지만, 이와 동시에 최다 블론세이브(10BS)와 가장 높은 방어율(ERA 3.38)를 기록하는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지난 3시즌간 Osuna의 커리어 성적 / 출처: FanGraphs Baseball)


그러나 세부지표들에 있어서는 모두 확실히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마무리 투수의 핵심 덕목인 이닝 당 삼진(11.67)이 커리어 최초로 두 자릿수에 들어섰고, 이닝 당 볼넷 비율(1.27)과 이닝 당 홈런 비율(0.42) 그리고 플라이볼이 홈런이 되는 비율(5.8)까지 모두 커리어 최저를 기록했다. 특히 수비 배제 자책점에 해당하는 FIP는 커리어 최저인 1.74를 기록했다. 


이렇게 세부지표들이 모두 좋아졌음에도 10개나 되는 블론세이브와 3.38이라는 높은 방어율을 기록했다는 것은, 한번에 대량실점을 했던 경기들이 Osuna에게 많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경기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몇 몇 경기들에서 3-4실점 이상씩을 하다보니 방어율이 치솟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는 그가 이번 시즌 득점권 상황에서 유달리 많이 흔들려 주자를 계속 내보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기록을 보더라도 그의 득점권 WHIP는 커리어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출처: FanGraphs.com)


이를 좌우타자로 나눠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좌타자 상대 출루허용(1.41)이 오히려 감소한 반면, 우타자 상대 출루허용(1.14)은 0.5이상 증가했다. 즉, Osuna가 이번 시즌 득점권에서 우타자들을 상대하는데 유달리 애를 먹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그는 지난해처럼 득점권 상황에서 우타자를 잡아내고 있지 못하는걸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2016년과 비교해, 지난 시즌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출처: FanGraphs.com)



커터의 등장과 새로운 Pitch Mix

(Roberto Osuna)

2017시즌 Osuna의 달라진 점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구종별 구사비율이다. 데뷔 초부터 그는 평균 96마일을 상회하는 묵직한 직구에 강점이 있는 선수였다. 이에 2016년까지 그의 직구 구사 비율은 꾸준히 60%대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2017시즌에 들어 그는 직구의 구사비율을 절반 가까이 낮추는 대신, 변형 직구 중 하나인 커터의 비중을 지난 시즌 대비 4배 이상 늘렸다. 


(커터의 비율은 커터와 싱커로 분류되는 두 구종의 비율을 합친 수치임 / 출처: Brooks Baseball)


이렇게 커터가 새로 추가되자 타자들은 혼란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그 결과, 삼진율(K%)이 커리어 최대로 증가하고, 커터가 땅볼 유도에 특화된 구종이라는 점에서 땅볼유도(GB%)가 늘어났다.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플라이볼 대비 땅볼의 비율(GB/FB)이 2배나 증가했고, 이렇게 플라이볼이 줄다보니 피홈런(HR)이 줄어든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출처: FanGraph Baseball)


특히, 커터가 슬라이더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는 구종이라는 점에서, 커터의 장착은 슬라이더와의 시너지를 창출했다. 이에 기존에도 강력했던 그의 슬라이더는 이번 시즌에 들어서 커리어 최대 구종가치를 기록하게 되었다. 그의 슬라이더에 어떤 극적인 변화가 생긴 것이 아니라면, 이는 커터와 슬라이더의 시너지가 매우 강력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종별 구종가치 변화 / 출처: FanGraphs Baseball)


한편, 커터의 구종가치만을 단독으로 살펴보아도 3.5점은 절대 낮은 점수가 아니다. 커터 구종가치 3.5점은 메이저리그에서 50이닝 이상을 소화한 구원투수들 중 12번째로 높은 수치이며, 이는 Osuna가 메이저리그 구원투수들 중 12번째로 많은 아웃카운트를 커터를 통해 잡아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커터의 장착은 시즌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 전적으로 좋은 결과를 낳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2017시즌 구원투수 커터 구종가치 순위 / 출처: FanGraphs Baseball)


이러한 커터의 사용 비중은 득점권 상황에서 우타자들을 상대로 더욱 극적이게 증가했다. 특히나 득점권 상황에 몰리면 2스트라이크를 선점한 후에도, 그는 슬라이더를 통해 삼진을 잡기보다 커터를 던져 땅볼이나 병살을 유도하려 했다.


(출처: FanGraph Baseball)


그리고 그 결과, 맞춰잡기에 주력했던 만큼 지난 시즌 대비 땅볼 유도가(GB%)이 6%가량 증가했다. 반대급부로 삼진율(K%)은 5%가량 감소했다. 이렇게만 놓고 보면, Osuna 의도했던 대로 득점권 상황에서 우타자 땅볼 유도가 성공적으로 이뤄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땅볼 유도의 증가가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는 것만은 아니었다. 기록에 나타나듯 출루허용(WHIP)이 오히려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것도 2배 가까이. 그가 놓쳤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출처: FanGraph Baseball)



내야 수비력 감소와 타자들의 적응

(전성기의 끝자락에 선 Troy Tulowitzki)

야구는 철저하게 팀 스포츠다. 투수가 아무리 범타를 유도해도 이를 야수들이 처리해주지 못하면 아웃카운트를 잡을 수 없는 것이 야구다. 이에 땅볼 유도가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더 많은 아웃카운트를 야수들에게 의존해 잡아야 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에 기반해 본다면, 이번 시즌은 Osuna에게 있어 그 어떤 시즌보다 득점권 위기 탈출을 위해 내야 수비수들의 도움이 필요했던 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제이스의 내야 수비수들은 그의 부름에 응답하지 못했다. 2017시즌 제이스의 내야수비력은 지난 3년 중 최악을 기록했다. Osuna의 데뷔 시즌부터 이번 시즌까지의 DRS와 UZR을 살펴보면, 2017시즌에 들어 두 지표 모두가 마이너스(-)로 악화되었으며 리그 내 순위 또한 급격하게 떨어졌다.


(출처: FanGraphs Baseball)


내야 키스톤은 더욱 심각하다. 유격수와 2루수의 수비지표가 모두, 그것도 급격하게 악화된 것이다. 특히 핫코너인 3루마저도 Josh Donaldson의 부상공백으로 인해 수비지표가 악화되었다.


(출처: FanGraphs Baseball)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도출될 수 있는 결론은 아래와 같다.

주자가 득점권에 나갔을 때 Osuna는 우타자를 만나 유독 커터를 많이 던졌다.

땅볼 유도에 특화된 커터를 더 많이 던짐에 따라 당연히 득점권 상황에서 삼진이 줄고 땅볼이 늘어났다.

하지만 이를 처리해 줄 내야 수비수들의 수비력은 감소했다.

수비수가 처리하지 못한 땅볼은 안타가 되고, 연속된 실점 그리고 블론세이브로 이어졌다.


그리고 또 한가지 주목해서 봐야할 것은, 타자들의 적응이다. 흔히 [분석]이라하면 일본 야구를 떠올리지만, 실제론 메이저리그만큼 최첨단의 분석기법이 활용되는 리그가 없다. 이에 따라 상대편의 타자들이 Osuna의 새로운 커터 활용방법을 간파하고, 이에 맞춤대응해 블론세이브와 실점이 늘어났다고도 볼 수 있다.


실제 시즌 중반까지 Osuna는 2016년과 마찬가지의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시즌 26세이브를 수확했던 7월 25일까지만 해도, 그는 4개의 블론세이브와 ERA 1.96이라는 매우 우수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부터였다.


시즌 5, 6 그리고 7번째 블론세이브가 약 일주일만에 쏟아져 나왔고, 이 기간 중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던 경기에서 총 2.1이닝동안 9점을 헌납했다. 일단 한번 안타를 맞기 시작하면 계속 맞았던 것이다. 특히, 시즌 말미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에서는 0.1이닝을 던지는 동안 낫아웃 출루와 몸에 맞는 공 1개와 안타 3개를 맞으며 끝내기 패배의 원흉이 되기도 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며 그는 다시 안정을 찾았고, 시즌말미 5경기 동안에는 15명의 타자를 상대해 단 한 타자에게도 출루를 허용하지 않았다. 물론 5경기 밖에 되지 않는 표본 속에서 어떤 변화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제이스의 코치진에서 상대 타자들의 적응과 분석에 따른 문제를 인식하고, 이에 따른 새로운 볼배합과 구종활용 방법의 변화를 가져갔을 수도 있는 일이다. 



그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2018시즌에도 제이스의 뒷문을 책임져줄 Osuna)

2018시즌에도 Osuna는 제이스의 뒷문을 책임지게 될 것이다. 2017시즌을 앞두고 선발 전환에 관한 소문이 돌았던 것도 사실이나 솔리드한 불펜투수의 값어치가 상승하고 있는 현재의 트랜드를 감안해 볼 때, 메이저리그 3년차에 39세이브를 기록한 그를 코치진이 선발진에 포함시킬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제 프로 4년차에 들어서는 그에게 중요한 것은, 바로 변화와 성장이다. 그리고 그는 이미 그것에 익숙하다.


2016시즌을 앞두고 그는 우타자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기존에 던지던 체인지업을 포기하고 슬라이더의 비중을 늘리는 변화를 시도했다. 그리고 그 결과, 득점권 상황에서의 우타자 만큼은 확실하게 잡을 수 있게 되었고 36세이브를 거두며 제이스를 포스트시즌에 올려 놓을 수 있었다. 


2017시즌을 앞두고도 커터 장착이라는 변화를 시도한 그는, 세부지표에 있어 커리어하이 기록할 수 있었다. 단지 문제라면 제이스의 내야 수비진의 능력을 감안할 필요가 있었던 것 뿐이었다. 팀의 변화된 수비력을 고려한다면 득점권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땅볼이 아닌 삼진이며, 땅볼 유도에 특화된 커터보다 삼진을 잡을 수 있는 슬라이더와 직구를 더 많이 던졌어야 했다는 것이다. 


오늘날 메이저리그는 불펜과 홈런의 시대가 되었다. 홈런의 시대가 된 것은 2017시즌의 이야기지만, 불펜의 시대가 된지는 벌써 3년이 되었다. 2015년 캔자스시티의 월드시리즈 우승, 2016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시카고 컵스가 보여준 불펜야구의 힘은, 결국 불펜이 강한 팀이 우승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든 팀들에게 각인시켜 주었다.


따라서 마지막 대권도전을 앞둔 2018시즌, Osuna는 불펜의 핵심 투수를 넘어 블루 제이스라는 팀 전체의 코어 플레이어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는 2016시즌 그랬던 것처럼, 이번 시즌의 문제를 해결하고 돌아와 제이스의 뒷문을 변함없이 지켜줄 것이다. 



참고원문/출처

ROBERTO OSUNA’S BASERUNNER PROBLEM/Baseball Prospectus

The unlikely rise of rookie Toronto Blue Jays pitchers Roberto Osuna and Miguel Castro/National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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