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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 Kong Nov 01. 2017

윈나우(Win-now)의 마지막을 앞두고

2018년은 두산베어스에게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



윈나우(Win-now)의 마지막을 앞두고

2018년은 두산베어스에게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국시리즈 1차전을 승리로 마무리하고 하이파이브하는 박세혁과 김강률)

7위에서 2위로 시즌을 마쳤다. 


어찌보면 성공적인 시즌일지도 모른다. 주전 유격수와 주전 포수 그리고 주전 우익수의 부상이 있었고, 외국인 선발투수는 시즌의 절반을 부상으로 날렸다. 사실 문제는 스프링캠프 때부터 이미 시작되었다. 국가대표 경기에 팀의 주전선수들이 대부분 참가했고 새 시즌을 위해 준비해야 할 시간을, 선수들은 국가대표 경기를 위해 소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규시즌을 2위로 마쳤던 것, 시즌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1위 자리를 노렸던 것은 박수를 받아 마땅한 일이다. 팀의 주전 중견수와 1루수는 시즌 초반 부진에서 성공적으로 리바운딩했고, 주전 좌익수는 세간의 평가에 상관없이 정상급 기량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백업 선수들의 활약이다. 하나하나 언급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백업 선수들이 주전 못지않은 활약을 해주었다. 이들 덕분에 주전선수들의 연이은 부상에도 베어스는 정규시즌을 2위로 마칠 수 있었다.


(이제 그 누구도 박건우의 기량에 의문부호를 달지 않는다)

물론 판타스틱 4는 없었다. 하지만 지난 시즌을 사실상 날렸던 강원도 출신 좌완 투수의 선발 안착은 팀에 정말 큰 힘이 되었다. 또한 선발의 기둥이었던 좌완 선발 듀오는 이번 시즌도 역시 견고함을 보여주었고, 한국 생활 7년차에 접어든 장신의 외국인 우완투수는 1선발의 역할을 착실히 해주었다.


한편, 불펜은 생각보다 안정적으로 돌아갔다. 군 제대 이후 한층 성숙해진 베어스의 포크볼러는, 적어도 세이브 상황에서만큼은 솔리드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시즌 내내 이어진 만년 유망주이자 우완 파이어볼러 구원투수의 브레이크 아웃은, 불펜에 새로운 힘을 불어 넣어주었다. 팀에 갓 입단한 우완투수의 활약과 고향팀으로 다시 돌아온 노장 두 명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10월 30일을 기점으로 2017시즌은 끝났고, 이젠 2018시즌에 대한 이야기를 할 차례다. 필자가 생각하는 두산베어스는 현재 윈나우(Win-now)의 마지막에 서있다. 2018시즌이 끝나면 팀의 주축 선발투수와 주전 포수가 FA자격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윈나우가 끝난다고 해서 리빌딩에 들어가지는 않겠으나, 지난해에 그랬던 것처럼 베어스가 압도적인 우승전력을 갖추기에는 불확실성이 많을 것이다.


이렇게 윈나우의 마지막인 2018시즌, V6 도전을 위해 스토브리그동안 베어스의 프런트는 어떤 움직임을 보일까? 이를 위해 먼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간 베어스의 오프시즌 무브를 간단히 살펴보자.



베어스의 FA 기조변화

(이제는 NC다이노스의 유니폼이 더 잘 어울리는 3인, 좌측부터 이종욱, 김경문, 손시헌)


베어스의 2013년과 2015년 그리고 장원준

두산베어스는 2000년대의 강팀이었다. 물론 우승은 2001년이 마지막이지만, 김경문 감독의 지휘하에서 꾸준한 컨텐딩 팀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해왔다. 김경문 감독 체재하에서 베어스의 이미지는, 빠르고 강력한 야수진과 탄탄한 불펜으로 요약될 수 있다. 특히, FA로 거액의 타팀 출신선수를 영입하기 보다는 가능성있는 선수를 육성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 팀이었다.


이러한 기조를 가장 잘 보여준 시즌이 바로 2013시즌이다.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에서 3승4패로 패하고, 베어스의 프런트는 김진욱 감독을 경질하는 동시에 FA자격을 갖춘 기존 선수 중 그 누구와도 계약을 맺지 않았다. 손시헌, 최준석과 달리 대체자원이 없었던 이종욱 마저도 잡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김재호가 마침내 주전유격수로서 꽃을 피우고, 오재일이 20홈런타자가 되는 기반이 되었다. 특히, 모두가 우려한 이종욱의 공백은 2014시즌 '김현수-정수빈-민병헌', 2016시즌 '김재환-박건우-민병헌' 체재를 통해 메워졌고, 과거보다 오히려 더 강력함을 뽐낼 수 있었다.


(2019년에도 장원준은 베어스의 유니폼을 입고 있을까)

이러한 기조에 가장 큰 변화는 2015시즌이다. 2014시즌이 끝나고 FA자격을 얻은 롯데 자이언츠의 좌완 선발투수 장원준을 영입했기 때문이다. 이는 베어스의 역사에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2014시즌 프런트의 실수를 만회하고 성난 팬심을 달래기 위함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어떤 팬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음은 분명했다. 그리고 결국 이는 2015시즌의 한국시리즈 우승이 되어 돌아왔다.



2015년 이후 베어스의 윈나우

2015시즌을 통해 베어스가 얻은 것은 한국시리즈 우승 타이틀뿐만이 아니었다. 유희관장원준이라는 꾸준하고도 강력한 좌완 원투펀치, 1년을 통으로 쉬고 돌아와 팀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더스틴 니퍼트, 그리고 무엇보다 젊은 야수들의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이에 프런트는 생각했다. 지금이 바로 우승을 위해 달려야할 시기라고 말이다.


2016시즌을 앞두고 베어스의 FA취득 대상은 총 3명이었다. 이 중 최대어인 김현수는 약속대로 팀을 우승시키며 메이저리그로 떠났고, 고영민은 의미없는 FA 계약일 뿐이었다. 결국 핵심은 오재원이었다. 그리고 팬들이 아는 베어스였다면, 프런트는 오재원을 잡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체자원은 충분했음에도 오재원은 4년 38억원에 잔류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베어스는 윈나우 모드였기 때문이다. 


(오재원은 어떤 선수로 기억될까)

베어스의 프런트는 지금이 바로 왕조 구축을 위해 투자해야 할 시기라고 여겼고, 유망주의 불확실성이 아니라 FA선수의 확실성에 안정적인 배팅을 했다. 그리고 이번 시즌 그의 퍼포먼스와 상관없이, 이는 매우 합리적인 결정이었다. 왜냐하면 어쨌든 2016시즌 두산베어스는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 남을 시즌을 보냈기 때문이다.


2016시즌이 끝나고도 윈나우 모드는 '당연히' 지속되었고, 이는 더 극단적인 모습을 띄었다. 2016시즌이 끝나고 FA자격을 얻는 베어스의 선수는 총 3명이었다. 그리고 베어스는 김재호이현승에게 4년, 3년의 계약기간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군에서 전역한 이원석을 삼성 라이온즈로 보냈다. 팀의 불펜 사정과 그의 2015, 2016시즌 퍼포먼스를 감안한다면, 이현승에게 총액 27억원의 계약을 안겨준 것은 납득할만한 결정이기도 했다. 어쨌든 이현승은 베어스의 2015시즌 우승을 이룬 장본인이었고 불펜엔 마땅한 좌완 투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중앙대학교 천재 유격수 김재호)

문제는 김재호였다. 31살의 유격수에게 총액이 50억에 달하는 4년 계약을 안긴 것이다. 그 자리를 대신할 유망주들이 팀내 존재하는 상황에서의 과감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이 역시 베어스의 윈나우 모드를 감안한다면, 납득이 되지 않는 결정은 아니었다. 팀이 우승전력이라면 불확실성이 아니라 확실성에 배팅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다. 물론 배팅이 항상 성공하는 것만은 아니었다.



2018시즌을 넘어

(엘리트 외야수 민병헌)

2017시즌이 끝나고

필자가 생각하는 베어스에게 남은 시간은 1년이다. 바로 장원준과의 남은 계약기간 만큼이다. 외국인 선발투수의 불확실성, 그리고 야구경기에 있어 선발투수의 중요성을 감안한다면 장원준은 베어스의 대권도전을 위한 코어 플레이어다. 이에 장원준과의 계약이 남아있는 한, 베어스는 무조건 우승에 도전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2018시즌 윈나우를 외칠 순 없다. 현재의 전력강화는 미래의 가능성을 팔아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베어스에는 이미 김재호, 오재원, 이현승이라는 3명의 장기계약 선수가 존재한다. 여기에 고액장기 계약이 추가로 더해진다면, 베어스의 미래를 매우 어두워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2018시즌 FA영입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 


2018시즌을 앞두고 베어스에서 FA를 취득하는 선수는 1명으로, 팀의 주전 외야수 민병헌이 이에 해당한다.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올 김현수까지 고려한다면 2명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이 2명 모두 4년 미만의 계약기간으로는 잡을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더욱 신중해야 한다.


(김현수가 꿈꾸는 미래는 무엇일까)

김재환박건우가 확실한 주전이 된 외야진의 빈자리는 단 한자리 뿐이다. 따라서 여기엔 다양한 옵션이 존재한다. 민병헌김현수 중 한명만을 잡거나, 혹은 둘다 잡거나, 아무도 잡지 않고 유망주에게 기회를 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베어스의 외야는 여전히 강력함을 유지할 것이다.


2018시즌을 넘어

문제는 2018시즌 이후다. 장원준과의 FA 계약이 끝나고, 양의지마저 FA자격을 얻는다. 장원준양의지 모두 4년 미만의 계약기간으로 잡기 힘든 선수임이 분명하다. 이에 프런트에서 '선택'을 한다면, 이는 장원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프로 데뷔 이후 보여주었던 꾸준함과, 설사 계약기간 막판에 선발로서의 가치가 사라진다 해도 불펜으로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프런트의 선택은 장원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는 반대로 말하면 양의지가 4년 계약의 리스크가 큰 선수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양의지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일까)

전성기였던 2015시즌 이후 양의지의 WAR은 서서히 내려오고 있다. 이미 전성기를 지나 노쇠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판 에이징커브에 기반한다면, 그 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딜 것이다. 하지만 2010년 이래 2014년을 제외하고 꾸준히 100경기 이상을 주전 포수로 활약해 왔다는 점을 감안해 본다면, 그에게 어느 순간 급격한 노쇠화가 찾아와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다.


이에 2010년부터 주전 포수를 맡아온 31살의 포수에게 4년의 계약기간과 100억원 이상을 투자하는 것을, 프런트가 망설이는 것도 매우 합리적인 일일 것이다. 최악의 경우, 양의지는 연평균 25억을 넘게 받는 발느린 20홈런 지명타자로 전락할 수도 있다. 따라서 베어스의 2019시즌은 양의지가 없이 시작할 수도 있으며, 이에 2018시즌이 윈나우의 마지막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물론, 외부 FA에 대한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베어스의 리그 최상위권 전력은 2018시즌을 끝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으며, 성공적인 세대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현존하는 악성계약들은 베어스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에 베어스의 미래를 결정하는 시험대는 올해가 아닌 내년이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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