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 Kong Dec 09. 2017

부상과 편견에 맞서다. 데본 트래비스

트래비스의 건강을 기원하며



부상과 편견에 맞서다. 데본 트래비스

트래비스의 건강을 기원하며

(Devon Travis)


현지 시각으로 12월 1일 블루 제이스는 전혀 예기치 않았던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2016년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로 지명했던 94년생 좌타 외야수 J.B. Woodman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넘기는 대신, 지난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올스타 유격수 Aledmys Diaz를 받아온 것이다.


비록 이번 시즌에 들어와 극심한 2년 차 징크스를 겪으며 공수 양면 모두에서 성적이 급락했지만, Diaz는 데뷔 시즌이었던 작년에만 17개의 홈런과 0.897의 OPS를 기록했던 유격수였다. 물론 카디널스 내야진에 Paul DeJong이 깜짝 등장하며 그의 위치가 애매해졌다고는 하지만, 내년 시즌이 끝나고 나서야 첫 연봉조정에 들어서는 전-올스타 유격수를 팀 내 30위권 유망주와 바꿨다는 점에서, 적어도 아직까지는 제이스 보드진이 성공적인 무브를 가져갔다고 볼 수 있다.


트레이드 이후 보도자료에 따르면, Diaz는 현재 제이스의 주전 내야 키스톤 Troy TulowitzkiDevon Travis 그리고 MVP 3루수 Josh Donaldson의 백업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번 시즌 제이스의 키스톤 콤비가 보여주었던 인저리-프론(Injury-prone)으로서의 모습을 감안한다면, Diaz가 주전으로 뛰는 시간이 길어질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무엇보다 바람직한 것은 주전 선수들이 부상 없이 한 시즌을 마쳐주는 일인데, 사실 이를 기대하는 팬들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제이스의 베스트 시나리오는 건강한 Russel MartinDonaldson 그리고 마침내 올스타 플레이어로 성장한 Justin Smoak이 자리를 지켜주는 가운데, Tulowitzki가 최대한 많은 경기를 건강하게 뛰어주고 부상이 발생한다면 Diaz가 그 자리를 성공적으로 메꿔주는 일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건강한 Travis가 반드시 필요하다.



부상과 편견을 극복하다

(플로리다 주립대학 시절의 Travis)


Travis의 플로리다 주립대학 시절은 부상의 연속이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그를 괴롭혀온 왼손 부상은 대학교에 입학 후에도 1학년 시즌 내내 그를 괴롭혔다. 그럼에도 그는 부상을 달고 경기를 뛰었고, 결국 배트를 움켜쥘 수 없는 상태가 되고 나서야 왼손 갈고리뼈(Hamate Bone)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게 되었다. 왼손 부상에서 회복될 즈음에는, 1루를 향해 뛰던 도중 넘어지며 무릎 부상이 발생해 2학년 시즌 내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초기 진단은 골멍(Bone Bruise)으로 대수롭지 않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부상이 악화되었고, 재차 스캔을 해보았지만 같은 진단을 받게 될 뿐이었다. 이렇게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한 채 부상이 악화되어가자, Travis는 그의 야구선수로서의 커리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당시 저는 수술을 받고 싶었어요.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그럴 수 없었고) 제 야구선수로서의 커리어가 무릎 때문에 끝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었어요."


다행스럽게도, 마침내 그는 그의 무릎에 연골손상(Cartilage Damage)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고, OATS(Osteoarticular Transfer System; 자가 골연골 이식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대학시절 내내 부상과 싸워온 덕분에, 그는 건강하게 한 시즌을 치뤄내는 일의 중요성을 그 누구보다 잘 알게 되었다. 

(Seminoles시절의 Travis, 왼쪽에서 두번째)


이렇게 부상으로 신음해온 와중에도, 그는 주목할만한 성적을 거두었다. 2학년 신분으로 대학리그에서 0.327/0.449/0.519의 슬래쉬 라인을 기록하며 준수한 성적을 거둔 그는, 이듬해인 3학년 때에도 0.325/0.400/0.504라는 우수한 슬래쉬 라인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Travis는 그 해 드래프트에서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로부터 13라운드 424순위로 지명되었는데, 5-9피트(175cm)라는 그의 작은 키 때문이었다. 그의 대학 성적은 높은 드래프트 순위를 받기에 모자람이 없었지만, 작은 키로 말미암아 빅리그에서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한편 2012년 드래프트는 제이스가 1라운드 전체 22순위로 Marcus Stroman을 지명한 해이며, 그 해 지명된 2루수 중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선수는, 이번 시즌 제이스에서도 뛰었던 Rob Refsnyder (187순위) 뿐이다.)


[2013 Baseball Prospect Book]이 내린 그에 대한 평가를 살펴보면 그 이유가 더 명확해진다. 


유격수가 될 만큼 좋은 어깨를 가지지는 못했지만, 글러브에서 빠르게 공을 빼낼 수 있으며 넓은 수비 범위를 가짐. 준수한 존컨트롤과 컨텍트, 갭 파워가 있으며 어느 레벨에서도 준수한 타격을 보여줄 것.

만약 그의 키가 2인치(5cm)만 더 컸더라면 더 많은 관심을 받았을 것


하지만 세간의 평가가 무색하게 그는 각각의 마이너리그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 나갔다. 2013시즌, 싱글 A리그에서 0.352/0.430/0.486의 슬래쉬 라인을 기록하며 상위 싱글 A로 승격되었고, 그곳에서도 0.350/0.401/0.561와 10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그 결과, 2014 시즌에 앞서 그는 BA(Baseball America)가 선정한 Pre-2014 전체 유망주 순위에서 84위에 랭크되었고, 장차 팀의 주전 2루수가 될 재목으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서로 옷을 바꿔 입게 되었던, Fielder와 Kinsler)


하지만 타이거스에는 그를 위한 자리가 없었다. BA가 선정하는 Pre-2013 전체 1위 유망주인 Jurickson Profar의 데뷔가 임박해오자, 텍사스 레인저스가 30-30 2루수 Ian Kinsler를 타이거스로 트레이드해버린 것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타이거스로 넘어온 Kinsler는 이번 시즌까지 4년간 11.0의 bWAR을 기록한 반면, 레인저스로 넘어온 Prince Fielder는 트레이드 이후 3년간 0.3의 bWAR만을 기록한 채 2016년 부상으로 은퇴했으며, 주전 2루수를 맡기려고 계획했던 Profar 역시 성장이 정체되어 전형적인 AAAA선수로 전락해 버렸다.)


2018년까지 계약이 되어 있는 Kinsler가 레인저스로부터 트레이드되자, 타이거스는 Travis에게 길을 터주는 형식으로 그를 고작 Anthony Gose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제이스로 보내주었다. 2008년 드래프트에서 필라델피아 필리스로부터 2라운드 지명을 받았던 Gose의 트레이드 직전 해 성적은 OPS 0.604와 2개의 홈런 그리고 bWAR 0.6에 불과했으며, 현재 타이거스에서는 그의 투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급부로 제이스에 넘어온 Travis는 마침내 자신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건강한 Travis를 기대하며

(제이스의 일원이된 Travis)


제이스에 건너온 2015 시즌, Travis는 메이저리그에서 62경기를 출전해 8개의 홈런과 0.859 OPS를 기록했으며, 특히 4월에는 AL Rookie of the Month를 받기도 했다. 물론 시즌 막판 부상으로 이탈하며, 제이스의 32년 만의 포스트시즌 경기에서는 뛰지 못했지만 2015 시즌 2.4의 bWAR를 적립했다.


2016 시즌에는 101경기에 출장하며 11개의 홈런과 3할의 타율 그리고 2.9의 bWAR를 기록했고, 생애 첫 포스트시즌 경기에도 출전해 12타수 1안타를 기록하기도 했다. 비록 올해는 6월 초 오른쪽 무릎의 골멍 증상으로 인해 50 게임만에 시즌을 마치게 되었지만, 제이스의 2018 시즌 플랜에 있어 그는 여전히 없어서는 안 될 조각 중 하나다.


Travis는 그의 실력과 가능성 못지않게, 인성면에서도 뛰어난 선수다. 그는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경기에 임하며, 팀을 우선시하는 선수다. 그렇기에 설사 그가 2018 시즌 슬럼프에 빠진다고 하더라도, Travis는 그의 존재만으로도 덕아웃에 에너지를 가져올 수 있는 선수다.

(Martin과 Travis)


열정과 에너지 그리고 작은 키와 2루수라는 포지션, 메이저리그 팬이라면 이러한 단어들로 설명 가능한 어떤 선수를 떠올리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바로 보스턴 레드삭스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Dustin Pedroia다. Big Papi가 떠난 레드삭스의 정신적인 리더로서, 그라운드에서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경기에 임하는 Pedroia는 Travis와 많은 점에서 닮아있다. 그리고 Travis 본인 역시 Pedroia와 같은 성실하고 열정적인 플레이어가 되고자 한다. 그가 Pedroia처럼 성장할 수 있다면, 제이스는 주전 2루수를 넘어 팀의 정신적 리더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Pedroia는 공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하는 선수죠. 제게 있어서는 바로 그런 선수가 롤모델이라고 할 수 있죠.


또 포지션은 다르지만, 이미 제이스에도 작은 키와 넘치는 열정을 갖고 있는 선수가 있다. 2017 시즌 마침내 그 잠재력을 폭발시킨 Stroman이다. 작은 사이즈로 세간의 의심을 한 몸에 받았던 그이지만, 이번 시즌 제이스의 붕괴된 선발 속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해주었다. 


현재 제이스 야수 코어들과의 계약은 2020년이 되기 전에 대부분 끝나게 된다. 투수도 마찬가지다. 반면 AL 동부지구의 경쟁팀들에는 강력한 코어 플레이어들이 등장해 버렸다. 그렇기에 2018 시즌을 마지막으로 제이스는 이제 대권 도전을 위한 숨고르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제이스의 팜에 유망한 선수들이 많기에, 숨고르기가 이전처럼 30년씩 걸리지는 않을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확실한 것은 적어도 당분간은, 특별한 일이 벌어지지 않는 한, 제이스의 우승 도전이 힘들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가는 동안, 제이스의 투타를 이끌 코어는 누가 뭐래도 TravisStroman이 될 것이다. 이에 가까운 미래, 제이스 투타의 단신 두 명이 제이스를 이끌고 2015년과 2016년에 그랬던 것처럼, 다시 우승에 도전하기를 모든 팬들은 기원하고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Steamer가 예측하는 2018 시즌 Travis의 성적은 아래와 같다.

(출처: 팬그래프)



참고 원문/출처

Detroit Tigers prospect Devon Travis a 'little guy' who makes big impression on, off the field/mlive.com

Blue Jays rookie Devon Travis: on the cusp of the majors/SBNATION




매거진의 이전글 라이언 테페라의 미래, 커터와 체인지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