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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 Kong Feb 26. 2018

고향팀의 야구선수가 된다는 것.
존 액스포드

마침내 고향팀에 돌아온 그는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고향팀의 야구선수가 된다는 것. 존 액스포드

마침내 고향팀에 돌아온 그는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Christmas morning 1994 in Port Dover, Ontario. Decked out in my @BlueJays gear! Somehow, I am happier now than I was in this picture! Beyond excited for this opportunity!!!


1994년의 크리스마스 아침, 블루 제이스의 파자마를 입은 소년은 크리스마스 트리만큼이나 밝은 미소를 만면에 띄고 있었다. 92시즌 93시즌, 제이스의 2년 연속 월드시리즈 우승에 대한 기쁨 때문인지 아니면 그의 11번째 크리스마스 선물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기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11살의 캐나다 출신 소년의 미소는 향후 30년여 간 제이스의 기나긴 암흑기를 잊게할 만큼 밝았다.


온타리오 주의 Simcoe에서 자란 소년은 캐나다 출신답게 제이스의 팬이었으며, 동시에 토론토 메이플립스 그리고 L.A. 킹스의 팬으로 자랐다. 하키 팬이자 야구 팬으로 자란 소년은 대부분의 캐내디언들이 그러하듯 프로 하키 선수를 꿈꿨다. 하지만 부상은 그를 야구의 길로 인도했고, 먼 길을 돌고 돌아 마침내 그에게 제이스의 파자마가 아닌 정식 유니폼을 입을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캐나다 출신으로 Eric Gagne에 이어 역대 세이브 2위에 올라있으며 메이저리그 통산 144세이브와 49경기 연속 세이브 기록의 보유자이자, 이젠 고향팀에서 재기를 노리고 있는 John Axford의 이야기다.



온타리오에 돌아오다

(출처: Blue Jays Twitter)


지난 주 제이스와 계약을 맺음으로서 Axford는, 이제 제이스의 팬들이 사랑해 마지 않는 캐나다 태생 선수 중 한명이 되었다. 비록 메이저리그 통산 144세이브 투수에 어울리지 않는 마이너리그 계약과 스프링 캠프에서의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 것이지만, 지난 2017시즌을 망치고 재기를 노리는 그에게 있어서는 이 역시 소중한 기회가 되고 있다.


(Axford의 커리어하이, 최근 시즌, 커리어 통산 기록 / 출처: Baseball-reference.com)


그런 그에게 있어 온타리오 주는 단순한 주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온타리오 주 Simcoe와 Port Dover에서 나고 자라며 그는 자연스럽게 토론토 연고 프로 하키팀 메이플립스의 팬으로 자랐을 뿐만 아니라, 같은 Simcoe 출신이었던 NHL 수비수 Rob Blake의 팬으로도 자랐다.


어린 시절 삼촌과 함께 등교하는 도중 자신의 생애 첫 프로선수 싸인을 Blake에게 받았던 Axford는, 그 길로 Blake와 L.A.킹스의 팬이 되었다. 그리고 이런 까닭에 그의 어린 시절 방에는 킹스의 굿즈와 메이플립스의 굿즈가 모두 전시되어 있었고, 결국에는 프로 하키선수를 목표로 하는 청년이 되기에 이르렀다.


그런 그의 꿈은 킹스 시절의 Blake처럼 '등번호 4번을 단 오른손잡이 수비수'가 되는 것이었다.

(현 L.A.킹스의 단장이자 리더였던 Rob Blake)

하지만 10학년 당시 경기에서 당한 부상은 Axford로 하여금 제2의 Blake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프로 하키선수로서의 꿈마저 포기하게 만들었다.


그런 그를 프로 야구선수로 이끌었던 것이 바로 온타리오 주의 또 다른 프로 스포츠팀, 블루 제이스였다. 1992년과 1993년 당시 9-10살이었던 그에게, 제이스의 2년 연속 월드시리즈 우승은 커다란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그를 야구와 하키를 모두 병행하는 투 트랙 운동선수로 이끌었을 뿐만 아니라, 부상으로 하키선수의 꿈을 접야만 했던 그에게 새로운 이정표가 되기도 했던 것이다. 

 

휴대폰 외판원은 물론 시즌 중에는 바텐더로 일하면서까지 야구에 매진한 결과, 마침내는 프로야구 선수의 꿈을 이룰 수 있었지만, Axford의 가슴속에는 여전히 그의 우상이던 Blake와 그의 등번호였던 4번이 남아 있었다. 이에 지난 2014시즌에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 입단하며 4번과 유사한 44번을 등번호로 달아 자신의 꿈에 가장 근접하게 다가서기도 했었다. 


그런 그에게 이번 온타리오 주로의 컴백은 자신의 꿈을 온전히 실현시킬 기회가 되고 있다. 현재 제이스의 등번호 4번이 공석이기 때문이다. 2014년 Kyle Drabek이 웨이버된 이후 아직까지 주인을 찾고 있지 못한 등번호 4번은, 그가 재기에만 성공한다면 언제든 달 수 있는 번호로 남아있다. 


오랜 우상이었던 Blake의 등번호를 자신과 자신의 우상의 고향에서 달 수 있게 된다는 것, 이에 이번 스프링캠프는 그에게 있어 그 어느때보다 동기부여가 큰 캠프가 되고 있다. 그리고 제이스 역시 그의 이러한 꿈을 실현시키기에 최적의 팀이라고 할 수 있다.



제이스의 30대 불펜 투수가 된다는 것

(밀워키 브루어스 시절 49연속 세이브 기록이 끝나고 Axford가 미디어에 남긴 쪽지)


제이스는 지난 3년간 직전해에 부진했던 30대 선수들을 FA로 혹은 시즌 중 트레이드로 영입해 쏠쏠히 활용한 경험이 있다. 당장 지난 2017시즌만 보더라도 제이스는 LA에인절스와 시카고 컵스에서 2010시즌 이후 가장 부진했던 32세의 Joe Smith를 FA로 영입해 불펜에서 성공적으로 활용했고, 시즌 중반에는 인디언스로 트레이드시키며 유망주도 받아올 수 있었다.


또 2016시즌 중반에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서 매우 부진했던 39세의 Jason Grilli를 마이너리거와의 트레이드로 영입해 셋업맨으로 활용,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한 신의 한 수를 두기도 했다. 부진했던 Drew Storen에 현금을 더하여 당시 38살이었던 Joaquin Benoit를 시애틀 매리너스로부터 받아온 것도 마찬가지로 제이스에 큰 힘이 되었다.


2015시즌에는 비록 부진하진 않았지만, 시즌 종료 후 은퇴를 공식적으로 발표했던 메이저리그 최고령 투수 LaTroy Hawkins를 트레이드로 영입해 30여년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박차를 가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이와 같이 지난 3년동안 제이스에 합류했던 30대 불펜 투수들은 모두 개인 성적의 향상은 물론, 팀에도 큰 기여를 하며 더 나은 조건으로 커리어를 이어가거나 혹은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제이스 합류 전 후 성적 비교 / 출처: Baseball-reference.com)


이렇게 제이스로 합류한 불펜 투수들이 성공적으로 리바운딩하여 팀에 보탬에 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볼넷비율의 감소였다. 올스타 유격수가 포함된 트레이드를 통해 제이스로 넘어온 Hawkins만을 제외하고, 앞서 언급한 3명의 불펜 투수 모두 제이스로 넘어와 직전 시즌 혹은 직전 팀에서보다 볼넷 비율을 줄일 수 있었다.


(9이닝 당 볼넷비율(BB9) 변화 추이 / 출처: Baseball-reference.com)


팀을 옮겼을 뿐인데 투수의 제구력이 갑자기 좋아진 것일까? 단지 팀을 옮겼다는 이유만으로 투수가 존 안에 공을 더 잘 꽂아 넣을 수 있게 될리는 당연히 없다. 하지만 제3의 누군가가 대신 존 안으로 공을 슬쩍 밀어 넣어준다면, 제구력이 갑자기 증가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 된다.


바로 포수의 역할이다.



그는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제이스의 안방마님, Russell Martin)


투수의 공을 존 안으로 슬쩍 밀어 넣어주는 포수의 능력, 전문가들은 그것을 '프레이밍'이라고 부른다. 조금 더 정확한 의미를 살펴보면, 프레이밍은 포수가 투수의 공을 포구할 때 심판에게 유리한 판정(스트라이크 콜)을 받기 위 글러브를 사용하는 기술이다. 국내에서는 '미트질'이라는 용어로도 쓰인다.


투수가 프레이밍이 좋은 포수와 호흡을 맞춘다면, 보더라인에서 살짝 벗어나는 공을 던지더라도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을 확률이 증가한다. 그러다보면 볼넷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며, 볼넷이 줄면 당연히 실점도 줄어들게 되고 투수의 개인성적은 좋아진다. 즉, 어떤 포수와 호흡을 맞추는지가 투수의 개인성적에도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 Grilli가 제이스로 트레이드되기 전까지 브레이브스에서 가장 많은 호흡을 맞췄던 A.J. Pierzynski는 프레이밍 취약한 포수였으며, 매리너스에서 Benoit의 공을 받았던 Chris Iannetta도 형편없는 프레이밍 능력을 갖고 있었다. 에인절스에서 Carlos Perez와 호흡을 맞췄던 Joe Smith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프레이밍 득실은 [프레이밍 기회*CSAA]로 산출함 / 출처: Baseball Prospectus)


하지만 제이스로 넘어와 새롭게 합을 맞추게 된 포수 Russell Martin은, 그가 부진했을 때조차도 앞서 언급했던 포수들보다 우월한 프레이밍 능력을 보여주는 포수였다. 이전 소속팀에서는 볼로 판정 받았을 공들이, 그의 프레이밍을 통해 스트라이크가 되자, 투수들의 볼넷은 자연스럽게 줄고 방어율 자체도 좋아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제이스의 최근 이러한 사례들은 재기를 노리는 Axford에게도 긍정적인 측면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90마일 후반대를 던지는 강속구 투수들이 그러하듯, 그 역시 9년 동안의 커리어 내내 제구력에 문제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그의 커리어 통산 BB/9은 4.55개로 결코 제구력이 좋았다고 할 수 없으며, 지난 시즌에 들어서는 무려 7.29개의 BB/9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렇기에 Axford의 성적은 제구력을 안정시키고 볼넷 허용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실제 그의 ERA+와 BB/9은 서로 반비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커리어하이 시즌인 2011년이 그에게 BB/9가 3.1로 가장 낮았던 때이기도 하며, BB/9이 가장 높았던 지난 시즌이 그에겐 최악의 시즌이 된 것처럼 말이다.


(Axford 커리어 통산 ERA+와 BB/9 추이 비교, 왼축이 BB/9 오른축이 ERA+ / FanGraphs.com)


따라서 커리어 내내 볼넷이 문제가 되어왔던 Axford에게 있어, Martin과 호흡을 맞추는 일은 그의 고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빠른 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단지 하나 우려되는 점은, 제이스의 주전포수인 Martin의 수비능력이 지난 2017시즌 들어 급격히 하락했다는 사실이다. 특히, 2006년 데뷔 이래 10점에 가까운 실점억제 기여도를 보여주었던 그의 프레이밍 능력이 1.2점으로 폭락한 것이다. 이에 더해 지난 11년간 연평균 130경기씩을 꼬박꼬박 포수로서 출전해온 결과, 서서히 부상에 시달리게 되었고 데뷔 이래 최소인 91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하기도 했다.


(Russell Martin의 최근 5년간의 프레이밍 기록 / 출처: Baseball Prospectus)


하지만 반대로 생각한다면, 지난해 드디어 안식년을 가진 Martin이 이번 시즌에는 다시 체력을 보충하고 건강한 상태로 돌아와 이전과 같은 활약을 해줄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하기만 하다면, Axford는 현재 ZiPS가 예측하고 있는 보다 훨씬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도 있을 것이다.


(ZiPS가 예측하는 Axford의 2018시즌 성적 / 출처: FanGraphs.com)


그리고 그렇게만 된다면 제이스의 팬으로 나고 자란 소년은, 마침내 고향 친구와 가족이 보는 앞에서 팬들의 기립박수와 함께 마운드를 내려올 수 있는 날을 맞게 될 것이다.




참고원문/출처:

Once a fan, John Axford living his dream with Blue Jays / TorontoSun

John Axford leaves note for Milwaukee media after blowing his 49-save streak / Yahoo Spo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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