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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세라 Feb 16. 2021

철물점 아저씨가 15만원 부른다

어차피 나갈 돈이었나 보다

“15만 원만 주세요.”

허걱. 내가 놀라는 표정을 하자 이내

“이 밤중에 왔는데, 보통은 밤에 출장 안 와요.”

어쩔 수 없다.

“네...”


지난밤 집 앞 철물점 아저씨에게 그렇게 15만 원을 드렸다.
셀프 인테리어를 한다고 부지런을 떤 게 화근이었다.


내일모레 도배를 할 예정인데 미리 집안의 콘센트를 빼두기로 했다. 지난 도배를 했던 경험이 우리를 움직이게 만든 것이다. 아저씨들이 콘센트며 스위치 등을 다 빼주고 다시 껴주기는 하지만 당시 몇 개를 부숴먹어서 안전하게 우리가 직접 빼놓기로 했다. 도배를 할 곳의 콘센트를 해체를 했다. 작업을 마치고 한쪽 벽에 있는 콘센트를 임시로 쓰려고 연결을 했더니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다른 콘센트를 해봐도 마찬가지다. 특별히 뭘 만지지 않았는데, 신랑과 나 이래 봬도 셀프 인테리어 경력이 5년인데, 뭐가 문제인지 도통 모르겠다. 이미 시간은 저녁 7시가 지난 시간이었다. 급한 대로 집 앞 철물점 아저씨를 불렀다.


철물점 아저씨도 집에 전기가 나간 원인을 찾으려 백방으로 노력을 했으나 도저히 모르겠는 눈치다.

처음에는 두꺼비 집에 스위치가 노후화되어 먹히지 않는 건지 검사를 했으나 아무런 문제가 없다. 분명 집에 전기가 들어오는데 그게 방안 콘센트로까지 연결이 되지 않는다. 아저씨도 역부족이었는지 아는 전기기사 아저씨를 부른다.


막 집에 퇴근한 전기 기사 아저씨가 전화 한 통에 달려와 주었다. 처음에는 집안으로 연결된 전기선이 어딘가에서 끊어진 게 아닌지, 아마도 얼마 전 인테리어 공사를 하면서 벽에 가벽을 치고 전기선을 따로 뽑아 위치를 바꿨는데 그게 문제인 게 아닌지 의심을 했다. 만약 그렇다면 석고보드를 다시 뜯고 전기를 검사한 후 목수 아저씨를 불러야 할 판이다. 머리가 하얘진다. 이게 진정한 ‘멘붕’인가 싶어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데 열심히 집안을 돌아다니던 전기 아저씨가 곧 원인을 찾았다. 다행히 쇼트가 나거나 어디 연결이 끊어진 게 아니었다.


집으로 들어오는 전기를 집안 콘센트로 공급할 때 최초로 전기를 받는 콘센트가 있는데 이 콘센트가 연결이 되어 있어야 나머지 콘센트에 전기가 공급이 된다는 것이다. 그 중요한 콘센트를 우리가 해체를 해버려 전기 공급이 끊겼던 것이다. 원인을 찾기 전까지 얼마 전 친 석고 벽을 잘라내고 안에 연결된 전기선을 체크해야 하는 건 아닌지 내내 마음을 졸였는데 어쨌든 다행이다.


결국 도배를 앞두고 괜한 오버를 해서 집의 모든 콘센트를 해체한 게 원인이었다.


하, 사람 마음이 참 웃기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애를 쓰고 멘붕까지 겪었을 때는 언제고 단지 그 이유였다니 뭔가 아쉽다. 아저씨를 부르기 전에 한번 해체한 콘센트를 모두 재조립해서 확인해봤으면 어땠을지, 일부 콘센트만 확인을 한 게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하필 그 콘센트만 확인 안 해봤는데 그 바람에 생각지도 못한 지출이 발생했다.

못내 아깝다.


지난겨울부터 시작한 셀프 인테리어도 이제 곧 막판이다.

작년 한 해 동안 집 안 곳곳을 바꾸고 싶은 욕구가 커져 살면서 부분 인테리어를 시작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 ‘코로나 19로 홈 인테리어 시장이 커졌다’는 요즘 뉴스의 지극히 일반적인 사례가 되었다.


인테리어를 할 때마다 느끼지만 이 시장은 참 우습다.


부르는 게 값이고 단위도 몇 백은 기본이다. 소비자를 위한 정가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호구가 되지 않으려 인터넷으로 정보를 얻고 발품을 팔아 내 시간을 몽땅 투자해 똑똑한 소비를 한 듯 자신감이 생길 쯤이면 생각지 못한 어이없는 지출에 어안이 벙벙해진다.

도배도 싸게 해 보겠다고 방산 시장을 두 번이나 갔는데, 이게 뭐람. 차라리 15만 원 비싸게 아무데서나 하고 전기도 만지지 않았다면 차라리 나았겠다. 품은 품대로 들고 돈도 돈대로 나갔다.


얼마 전 마루 부분 공사를 했는데 그때는 부분 마루를 공사하는 곳이 많이 없었다. 그 바람에 발품과 시간을 투자하지 않았지만 그렇게 인연이 된 마루 사장님의 상술에 혼이 나갔더랬다. 공사 전 계약을 할 때만 해도 내가 일일이 확인한 바로는 추가 요금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공사 당일 계약 시 말씀드린 작업을 이야기하면 추가 요금이 계속 붙는다. 실리콘을 조금 더 쏴달라고 했더니 3만 원, 이런 식이다. 쓰시는 실리콘 검색하니 인터넷에 1만 원도 안 하던데 더 쓰신다고 한통 다 쓰시지도 않을 거 재료값만 받으신다며 3만 원? 공사 내내 추가 요금 들이댈 때 좋은 게 좋은 거라 별말 없이 넘어가니 날 호구로 보는 게 틀림없다. 쓱 실리콘을 쏘시다가 조금 더 쓱 했을 뿐인데 3만 원? 옛다, 3만 원 더 가져가시라.


인테리어를 하려거든 마음을 비우고 돈이 나가는 것을 하찮게 여겨야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다.


어차피 나갈 돈이었나 보다.


살림을 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계획에 없던 소비 지출이 생긴다는 것이다.

몇 푼 아끼겠다고 옷도 신발도 사지 않고 지름신을 간신히 달래 놨더니 그것보다 더한 돈이 쑥쑥 나가는 형국이다.

특히 차. 범퍼 긁었다고 얼마, 차콕 당했다고 얼마. 차를 없애버리고 싶다.

어이가 없는 것을 넘어서 허무할 지경이다.


방산 시장에 가서 싸게 했다고 좋아한 도배 공사와 괜한 부지런함에 쓸데없이 나간 전기수리 15만 원을 이렇게 바라보고 있자니 짙은 허무함이 또 올라온다.


어차피 나갈 돈, 막 쓰자 싶다가도 이리 술술 나가는 돈, 그래서 아끼자고 생각한다.

허무함이 올라오거든 내 돈 아니다, 내 돈 아니다, 마음을 다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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